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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도예나는 죽은 아이들을 위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핏물로 범벅 된 바닥에 누워 다시 찾아온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너무나도 익숙한 통증. 바로 아까 아기를 낳기 전에 느꼈던 진통이다…….

그녀는 손으로 복부를 만지더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뱃속에 또 아이가 있는 건…….'

도예나의 눈동자는 갑자기 휘둥그레 커졌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급히 힘을 주자 피가 다시 흘러나왔다.

찢어지는 느낌이 한차례 밀려와 기절할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기에 도예나는 버틸 수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절대 기절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만약 그녀가 의식을 잃으면 배 속의 아기는 질식하여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혀끝을 깨물며 정신을 부여잡았다.

"우와아앙!"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예나의 서글픈 눈동자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켜 아래를 봤다.

두 아기!

그녀는 믿기 힘들게도 네 쌍둥이를 임신했다!

어쩐지 그녀의 배는 놀라울 정도로 컸었고 그녀의 식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

원래 네 명의 아기였다, 그녀는 어떻게 아기를 넷씩이나 잉태했을까…….

하지만 앞서 태어난 두 형제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다…….

도설혜만 제때 두 형제를 병원에 데려다준다면 그 두 아기도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도예나는 오랫동안 아꼈던 도설혜가 이토록 미웠던 적이 없었다.

8개월 전 이곳에 갇혔을 때, 그녀는 자기를 집안의 수치로 여겨 갇혀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제야 이 모든 것이 음모라는 것을 알았으니.

도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 위해 도설혜가 이 정도로 눈이 돌았을 줄이야.

그녀는 도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도예나는 억지로 힘을 짜내 몸을 지탱하고 두 아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

두 아기는 온몸이 피범벅이었지만 전혀 그들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릴 수 없었다.

이들이 바로 그녀의 소중한 보물들이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반드시 이들을 지킬 것이다.

도예나는 조심스럽게 아기들을 품에 안았다.

그러던 찰나!

한바탕 뜨거운 기운이 밀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보니 창고 입구에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불길은 창고에 가차 없이 휘몰아 들었다. 철문 틈 사이로 들어와 입구에 있는 목제 가구에도 불꽃이 튀었다.

"안 돼……. 여기! 불났어요! 살려주세요!"

도예나는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무언가를 알아챘다.

이 불은 누가 고의로 지른 것이다!

도예나는 간접적으로 그녀의 아기들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녀마저 불태워 죽이려고 한다!

바로, 도씨 그룹의 대부분 주식을 그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아있는 한, 도설혜는 영원히 도씨 그룹의 최대 주주로 될 수 없고 후계자 자리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난산에 대출혈, 거기에 화재까지 겹쳤으니 그녀의 죽음은 아주 합리적으로 변했다.

도예나는 불길에 밀려 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녀의 품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두 아기는 앞에 닥친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얘들아, 엄마는 절대 너희들이 털끝도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고개를 돌려 2미터 높이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

늦은 밤 도씨 가문에 큰불이 났다.

큰불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고 창고에 있는 수많은 인화성 물품에 밤바람까지 불자 불길은 급속도로 번졌다.

소방차를 즉시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거센 불길 때문에 별장 전체가 전부 타버렸고 수백억 원어치의 화물들도 모조리 재로 변했다.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불길은 전부 꺼졌다.

메이드가 다가와 보고했다. "어르신, 현장 정리를 전부 끝마쳤습니다. 소방관의 말로는 누군가 악의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도씨 가문의 주인 도진호는 분노하며 탁자를 내리쳤다. "악의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누가 감히 도씨 가문 소유의 집에 불을 지른단 말이야. 당장 조사해!"

옆에 서 있던 도설혜는 눈을 반짝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아빠, 지금은 책임을 물으실 때가 아니에요. 어서 사람을 불러 인명피해가 있는지 살펴봐야죠. 도씨 가문에 몇십 명의 사람이 있는데 만약 한 사람이라도 불바다에 빠졌다면......"

메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불길은 창고에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뭐?!'

'인명피해가 없다고?!'

도설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도예나를 창고에 가두고 문을 잠갔으니 큰 불로 꼭 태워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죽지 않았지?'

도예나가 도망친다면 그녀의 모든 계획은 엉망으로 될 것이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언니가 창고에 갇혀있었잖아요. 어젯밤 언니가 조산기가 있어서 나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들어주지 않았어요……. 설마 언니 화 나서 일부러 불을 지른 건 아니겠죠?"

"나에게 왜 이런 재수 없는 자식이 다 있을까? 여봐라, 당장 찾아, 반드시 도예나를 잡아 와!"

도진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찼다.

수백억 원어치의 화물이 모두 재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천억 원의 위약금까지 배상해야 했다.

도씨 가문의 재산이 넉넉하지 않았다면 이대로 파산했을 수도 있었다.

이때, 메이드가 급하게 달려왔다. "어르신, 도씨 가문과 천 미터 떨어진 호수에서 여자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큰 아가씨로 의심된다고 합니다……."

"언니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강에 뛰어들어 자살하다니, 이건 다 내 탓이야……."

도설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언니가 어젯밤 낳은 두 아기는 엄마도 없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진호는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에도 슬픔도 없는 듯 분노와 짜증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근본도 없는 아이들을 남겨 뭐 하려고. 어서 아무 보육원에나 보내버려, 더 이상 내 앞길 가로막지 말고!"

"아빠, 그 두 아기 말인데요. 강현석을 똑 닮았더라고요……." 도설혜는 조심스레 말했다. "언니가 8개월 전에 만난 외간 남자는 아마도 강씨 가문의 주인인 강현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진호는 믿을 수 없었다. "강현석……."

강씨 가문은 성남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있는 가문으로, 도씨 가문은 그들을 우러러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강씨 가문과 협력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강현석의 아들이 우리 손에 있으니 한번 이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도진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혜야, 그럼 너의 뜻은?"

"내가 아이를 데리고 강씨 가문에 한 번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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