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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강연은 밤새 제대로 잠에 들 수 없었다.

전서안이 추락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머릿속에 재생되어 강연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장면을 봤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강연은 아직 어렸으니 자세한 장면보다는 흐릿한 한 장면만 기억이 났다.

어린 소년이 수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장면.

둘은 자주 베란다에서 만났고 빼빼 마른 소년은 나무를 잘 탔었다. 말하는 걸 싫어하는것 같았으나 소년은 강연을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강연의 웃음소리를 듣는 걸 좋아했다.

기억이 너무 흐릿했던 탓에 꿈에서 같은 장면을 봤다고 한들 꿈에서 깨면 다시 기억나지 않았다.

눈을 번쩍 뜬 강연이 침대 벽을 따라 몸을 일으키고 큰 숨을 헐떡였다.

“송이야 깼어?”

강연이 고개를 돌리자, 세훈이 침대 옆에서 이불을 여며주고 있었다.

“오빠...”

강연이 낮은 소리로 말하자 세훈이 빠르게 강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말하지 말고 물부터 마셔.”

세훈은 보온병에 담은 미지근한 물에 빨대를 꽂아 강연에게 건넸다.

강연도 마침 목이 말랐던 차에 고민도 없이 빨대로 물을 꿀떡꿀떡 삼켰다.

미지근한 물에 마치 약이라도 탄 듯 입안이 달콤해졌다. 목 넘김에 따라 목 안쪽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방금까지 조급하고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혀졌다.

강연은 물은 한참이나 마시고 고개를 들었다.

세훈이 보온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직도 등에 난 상처가 아픈 거야? 밤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약을 두 번이나 갈아줬는데 좀 나은 것 같아?”

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등에 난 상처는 이제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새벽 5시가 좀 넘어가고 있었다.

강연이 타자를 해 세훈에게 물었다.

[오빠는 왜 쉬지 않고 여기 있어요?]

세훈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눈에 실핏줄이 잔뜩 생겼다.

“난 괜찮아. 네가 걱정이 되어서 잠이 안 와서 왔어.”

강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음 아파하는 눈빛으로 세훈을 바라보았다.

“오빠 걱정은 하지 마.”

세훈이 손을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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