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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제훈은 예은을 빠르게 소파 위로 내려놓았다.

예은의 발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핏자국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집에 구급상자 같은 거 있어요?”

“네.”

예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텔레비전 캐비닛 아래에 있어요.”

제훈이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바로 캐비넛 앞으로 걸어가 약상자를 찾아냈다.

면봉과 요오드, 반창고, 거즈를 들고 돌아온 제훈은 물건을 탁자 위로 올려두었다.

이어 허리를 굽히고 슬리퍼를 벗기려 했다.

예은이 깜짝 놀라 발을 안으로 움츠리며 말했다.

“그... 그러실 필요 없어요!”

“움직이지 마요!”

제훈은 예은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발목을 잡아당겼다.

슬리퍼를 벗기자 하얀 발이 드러났다. 예은의 발은 하얗고 부드러웠는데 발가락을 안으로 움츠리자, 솜덩이 같은 발이 퍽이나 귀여웠다.

제훈은 말없이 상처를 주시했다.

살짝 긁힌 곳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흰 피부와 상반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제훈은 어릴 때부터 독립적인 편이라 상처 치료에는 아주 능숙했다. 발목을 가볍게 쥐고 자신의 무릎 위로 올려 둔 후 면봉에 요오드를 묻혀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예은은 정신이 어질해졌다.

태어나서 누군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해주는 건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편견, 혐오, 욕설 속에서 자랐던 예은은 커서도 분노, 원망, 이득에 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치료해 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 상대는 신분이 남다른 강제훈이었다.

거실은 너무 조용해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이어 두 사람의 숨소리를 제외하고 거즈를 감싸는 소리만 들렸다.

“아직도 아파요?”

상처를 치료하고 제훈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예은이 고개를 저었다.

아까 느꼈던 고통은 벅찬 마음에 가려져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깟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조심해요. 당분간 물 닿지 않게 하고요.”

제훈은 다시 예은의 슬리퍼를 신겨주고 조심스레 발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네...”

예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참이나 있다가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제훈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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