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93화

배항준은 배준우에 대한 분노가 풀리지 않아 바로 량천옥에게 전화를 걸었다.

량천옥이 R국에서 돌아온 뒤로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배지영이 이 소식을 배항준에게 전했을 때 그가 얼마나 크게 분노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배항준은 오랫동안 참아온 분노를 이 순간 전화로 모두 뿜어냈다

“량천옥.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어. 너 얌전한 아가씨인 척하면서 심지어 아이까지 낳았었어? 넌 정말 날 바보로 생각한 거야?”

그는 너무 격렬하게 말했고 핸드폰 반대편에서는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뒤 량천옥이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당신은 바보죠. 이렇게 오랫동안 바보처럼 살아왔잖아요?”

예전에 량천옥은 배항준이 그녀의 비밀을 아는 것이 가장 두려웠지만 지금은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사람은 절박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비로소 이 세상에 잃으면 안 되는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항준은 원래 모든 화를 량천옥에게 퍼부으려고 했지만 지금 량천옥의 한마디에 그는 더욱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배항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량천옥이 이어서 말했다.

“지금 화내면 안 돼요. 만약 너무 화를 내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곧 태어날 아이는 어떻게 해요?”

그녀는 예전에 배항준을 설득하던 말투로 말했지만 가장 조롱의 뜻이 섞인 말을 살짝 농담처럼 얘기했다.

배항준이 입을 열었다.

“량천옥 너.”

“맞다. 세상에 그 아이의 신분은 어떻게 밝힐 거예요? 당신을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할 거예요? 아니면 할아버지라고 할 거예요?”

“너.”

“근데 아빠라고 하는 건 좀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 당신은 늦둥이를 봐서 기쁠지 몰라도 아이가 앞으로 친구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있겠어요?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아빠가 있는데.”

“너 당장 그 입 닫아.”

“할아버지라고 하는 것도 더 이상하겠네요. 아빠가 누구냐고 물으면 어떻게 말하려고요?”

배항준은 모든 화를 량천옥에게 풀려고 했지만 지금 오히려 량천옥에게 당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참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