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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작가: 송언희

제1화

입사 2년 차 고은영은 동영그룹 비서실 직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

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거대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잡고 살짝 뒤집었다. 알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방탕한 여자처럼 유혹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직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헉!”

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장면이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직속 상사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지?

배준우, 동영그룹 대표이자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너무도 큰 충격에 고은영은 자신도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재빨리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

그리고 배준우가 깨기 전에 이 끔찍한 범죄현장에서 도망쳤다.

떨리는 다리로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써 어젯밤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화장 중이던 안지영이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어제 대표님 방까지 모셔다드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해도 안 받던데 어떻게 된 거야?”

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나? 바람 좀 쐬고 좀 늦게 돌아왔는데 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왔어. 아침에 대표님 호출이 있어서 나갔다 이제 들어온 거야!”

조금 긴장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이었다.

대표실 직속 비서로서 수시로 호출을 받는 일도 잦았고 지금은 출장 중이라 밤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다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안지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

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가서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

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서 대충 아침을 먹고 회의실로 바로 직행했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고은영은 평소의 진지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돌아왔다.

가방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들리고 발신자에 찍힌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휴게실로 와!]

짧은 문자에서 남자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녀는 다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어제 배준우도 거의 만취한 상태였기에 그가 어젯밤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기에 고은영은 떨리는 가슴을 안고 휴게실로 찾아갔다.

남자는 평소보다 더 냉기를 풀풀 뿌리며 잡아먹을 듯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냥 옆에 있기만 하는데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고은영은 긴장한 채 다가가서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대표님, 찾으셨어요?”

탁!

아찔한 소리와 함께 그는 은제 팬던트 하나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본 순간 고은영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저렇게 중요한 물건을 방에 두고 나오다니.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준우의 눈치를 살폈다. 남자는 입술을 꾹 깨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고은영은 주먹을 꽉 쥐고 지금 사과하고 용서해 달라고 빌면 어떻게 될까 고민했다.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루 줄게. 이 팬던트 주인을 찾아내!”

고은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고도로 치솟았던 압박감이 더욱더 그녀를 옥죄이고 있었고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차… 찾아내라고요?”

그렇다는 건 상대가 그녀라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이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미션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범인이 고은영 자신인데 하루 사이에 무슨 수로 대역을 찾는단 말인가?

그녀가 머뭇거리자 남자가 다시 살기 등등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압박감 가득한 말투에 고은영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팬던트를 집어들었다.

“어렵긴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바로 나가서 찾아볼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뒤돌아서려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사람 찾으면 대표님 앞으로 데려올까요?”

배준우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더니 말했다.

“나 실장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

살기를 풀풀 풍기는 그 모습에 고은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나 실장에게 처리를 맡긴다는 말은 아예 강성에서 쫓아내거나 평생 같은 업계에 다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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