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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같이 쇼핑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이 해프닝으로 무산되었다.

그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안지영이 말했다.

“은영아, 우리 그냥 퇴사하자.”

고은영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지금 그만두면 집 대출은 어떡하라고? 매달 400만원씩 들어간단 말이야!”

안지영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그녀는 쿠션을 끌어안고 한참을 정신을 추스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면 너 집 그냥 팔래?”

집 대출이 없으면 퇴사해도 걱정할 것 없었다. 이 사건은 고은영이 퇴사해야 끝날 것 같았다.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두 사람 다 살려면 배준우에게서 멀어지는 게 상책이었다!

“그거 산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못 팔아!”

아직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섣불리 집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은영에게는 매달 4백만 원 정도의 대출이 나가고 정작 안지영 본인은 카드를 아버지에게 몰수 당해서 월급 없이는 생활비 충당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 사람 다 쉽게 퇴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준우를 계속 속이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아니야, 됐다! 우리가 더 조심하는 수밖에!”

한참 생각하던 고은영이 무언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차라리 내가 부서를 옮길까?”

그러자 안지영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너 잊었어? 너는 배 대표가 직접 뽑았어.”

원래 고은영은 경영지원팀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력서를 확인한 배준우가 그녀를 비서실로 부른 것이었다.

그때 회사 여직원들 중에 배준우가 고은영 외모에 반해서 데려갔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었다.

나중에는 고은영이 일을 열심히 하고 배준우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했기에 소문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준우가 그녀를 지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고은영이 자처해서 부서를 옮기겠다고 해도 인사부에서 그걸 받아들여 줄지가 의문이었다.

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다시 기죽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배준우가 아직도 그날 밤 그 여자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숨이 막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지.”

“그런데 무섭단 말이야!”

고은영이 울먹이며 절규했다.

안지영은 여린 토끼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고은영을 보자 배준우가 뭘 보고 그녀를 지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 안 무서워? 그날 일 들키면 너랑 나랑 다 죽어. 그러니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결국 아무리 의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고은영이 조심해야 한다는 걸로 결론이 났다.

안지영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고은영을 위로했다.

“조금만 참자!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하지만 그 말은 고은영에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다.

안지영은 그런 그녀를 어르고 달래서 저녁을 먹이고 방에 들여보내 재웠다.

그리고 다음 날도 안지영이 가기 싫다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회사로 갔다.

출근 시간이라 엘리베이터가 너무 붐벼서 탈 수가 없었다.

고은영은 초조한 기색으로 핸드폰을 살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지각이었다.

배준우는 정확히 출근시간 30분 전에 사무실로 나온다. 고은영은 급한 마음에 결국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지하실에서 올라오던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고은영은 보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다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 대표님….”

고은영은 이 자리에서 죽고만 싶었다.

배준우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뒤에 있던 나태웅이 그녀를 불렀다.

“고 비서, 같이 타고 가!”

나태웅은 고은영이 배준우를 어려워하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같이 일한 시간도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배준우만 보면 벌벌 떠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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