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이 여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특히 그녀의 아름다운 눈, 그리고 눈 속의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이었다.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언제 본 건지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육문주는 자신이 순간 당황한 걸 느끼고 곧 표정을 바로잡았다.“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옆 테이블로 가겠습니다.”“괜찮아요, 앉으세요.”차애영도 서둘러 놀란 표정을 거두었다.몹시 당황한 조수아는 테이블 밑에서 육문주의 다리를 발로 찼다.그러나 발을 빼기도 전에 육문주가 두 다리로 그녀의 발을 단단히 감싸 안았다.
말을 마치고 조수아는 화난 얼굴로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조금 전까지 육문주에게 냉정한 얼굴을 보였던 그녀는 돌아서서 박서준에게 활짝 웃었다.이 광경을 본 육문주의 속에서는 더 큰 화가 치밀었다.그러자 진영택이 급히 달려와 어두운 그의 얼굴을 보고 달래듯 말했다.“대표님, 너무 급하셨습니다. 요즘 조 변호사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어요.”육문주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진영택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렇다고 눈앞에서 다른 남자랑 잘 지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어.”진영택은 가차
박서준은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꼬맹이는 어릴 때부터 끈 원피스 입기를 좋아했다는 것을.아이의 등에는 똑같은 매화 모양의 반점이 있었다.그리고 그 꼬마는 박서준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었다.“만약 우리가 길을 잃으면, 넌 이 반점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야.”박서준은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하지만 최근 조수아에게 연달아 일어난 여러 사건을 생각하면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뒤이어 박서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알겠어요, 가서 확인해볼게요.”그 반응에
“누구더러 당신 제자라고 하는거예요, 지금?!”하지만 한지혜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허연후를 가리키며 말했다.“그쪽이 설마 진 감독님께서 말한 그 허 선생님이세요?”그러자 허연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맞혔으니 제가 상으로 좋은 술 한 병 줄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품에 있던 와인을 한지혜에게 건넸다.한지혜는 그제야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전에 한 선배가 그녀에게 한 촬영 팀을 소개해 주면서 생명을 구하는 의사에 관한 공익 영화를 찍는다고 했다.그녀의 역할은 간호사 역할이었는데 간호사의 시선에서 의
조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이곳 아파트의 면적은 크지 않았다. 방 두 개에 거실 하나, 고작 30평 남짓에 불과했다.그 뜻인즉 육문주네 집 방 하나의 크기만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잘 살던 별장을 놔두고 밀크 치료를 위해서 우리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다고?! 이렇게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걸 보면... 밀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은 믿기 어려운데.’조수아는 피식 차갑게 웃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대표님, 밀크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네요.”육문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육문주, 너 안 올 거면 내 시체 거둬갈 준비나 해! 난 설매한테 미진이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었어. 절대 미진이가 이렇게 죽는 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임다윤은 이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목에 댔다.그러자 장서희는 즉시 달려가 핸드폰에 대고 외쳤다.“문주야, 네 엄마 자살하려고 하신다. 너도 네 엄마 성격 잘 알잖아, 빨리 와!”화가 난 육문주는 이마의 혈관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는 임다윤이 왜 그렇게 송미진을 받아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송미진의 행실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임다
이 한마디에 병실 문이 열렸다.뒤이어 몇몇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들어온 진영택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며 송미진에게 말했다.“송미진 씨, 이분들은 해외에서 온 전문가들입니다. 반드시 송미진 씨를 살려낼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치료하기 전에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합니다.”그 말을 듣고 있던 모두가 멍해졌다.송군휘는 즉시 그들을 막아서며 말했다.“당신들 뭐 하는 겁니까? 미진이가 지금 이 지경이 됐는데 뭘 더 괴롭히려는 거예요?”진영택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송 대표님, 저희 육 대표님께서는 이 병원의 의사들 실력이 그
“이 일로 인해 전 몇 년 동안 송미진 곁에 있었고 심지어 수아가 가장 위험할 때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당신들 연기력은 정말 상을 받아야 할 정도예요. 나 육문주를 다들 완전히 속였잖아요!”사태가 드러나자 조금 전까지 생사의 기로에 있던 송미진이 갑자기 일어나 울며 고개를 흔들었다.“문주 오빠,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오빠가 말한 자궁경부암도 난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아빠가 나한테 모든 걸 숨긴 거야, 내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그랬겠지. 문주 오빠, 예전에 나를 진심으로 대해준 걸 생각해서라도 우리 아빠를 용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