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더러 당신 제자라고 하는거예요, 지금?!”하지만 한지혜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허연후를 가리키며 말했다.“그쪽이 설마 진 감독님께서 말한 그 허 선생님이세요?”그러자 허연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맞혔으니 제가 상으로 좋은 술 한 병 줄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품에 있던 와인을 한지혜에게 건넸다.한지혜는 그제야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전에 한 선배가 그녀에게 한 촬영 팀을 소개해 주면서 생명을 구하는 의사에 관한 공익 영화를 찍는다고 했다.그녀의 역할은 간호사 역할이었는데 간호사의 시선에서 의
조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이곳 아파트의 면적은 크지 않았다. 방 두 개에 거실 하나, 고작 30평 남짓에 불과했다.그 뜻인즉 육문주네 집 방 하나의 크기만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잘 살던 별장을 놔두고 밀크 치료를 위해서 우리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다고?! 이렇게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걸 보면... 밀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은 믿기 어려운데.’조수아는 피식 차갑게 웃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대표님, 밀크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네요.”육문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육문주, 너 안 올 거면 내 시체 거둬갈 준비나 해! 난 설매한테 미진이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었어. 절대 미진이가 이렇게 죽는 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임다윤은 이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목에 댔다.그러자 장서희는 즉시 달려가 핸드폰에 대고 외쳤다.“문주야, 네 엄마 자살하려고 하신다. 너도 네 엄마 성격 잘 알잖아, 빨리 와!”화가 난 육문주는 이마의 혈관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는 임다윤이 왜 그렇게 송미진을 받아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송미진의 행실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임다
이 한마디에 병실 문이 열렸다.뒤이어 몇몇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들어온 진영택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며 송미진에게 말했다.“송미진 씨, 이분들은 해외에서 온 전문가들입니다. 반드시 송미진 씨를 살려낼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치료하기 전에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합니다.”그 말을 듣고 있던 모두가 멍해졌다.송군휘는 즉시 그들을 막아서며 말했다.“당신들 뭐 하는 겁니까? 미진이가 지금 이 지경이 됐는데 뭘 더 괴롭히려는 거예요?”진영택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송 대표님, 저희 육 대표님께서는 이 병원의 의사들 실력이 그
“이 일로 인해 전 몇 년 동안 송미진 곁에 있었고 심지어 수아가 가장 위험할 때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당신들 연기력은 정말 상을 받아야 할 정도예요. 나 육문주를 다들 완전히 속였잖아요!”사태가 드러나자 조금 전까지 생사의 기로에 있던 송미진이 갑자기 일어나 울며 고개를 흔들었다.“문주 오빠,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오빠가 말한 자궁경부암도 난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아빠가 나한테 모든 걸 숨긴 거야, 내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그랬겠지. 문주 오빠, 예전에 나를 진심으로 대해준 걸 생각해서라도 우리 아빠를 용서해
육문주는 조수아의 어깨에 기대어 이번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그날 수아 네가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내가 상처받은 건 송미진이 나를 속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 일에 내 어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다는 사실 때문이야. 도대체 나를 얼마나 미워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죄책감 속에 살게 한 걸까.”그는 말을 하면서 뜨겁고 축축한 입술로 조수아의 귀를 가볍게 더듬었다. 그 때문에 조수아는 온몸이 떨렸고 목소리도 한껏 낮아졌다.“문주 씨, 이거 놔줘.”하
그녀의 사랑은 진실하고 열정적이었지만 그 뒤에는 큰 고통이 따랐다.조수아는 목이 아팠다. 쉰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육문주도 마음이 흔들렸다.“육문주, 육문주.”그녀는 육문주의 품에 안겨 연신 그의 이름을 불렀다.예전에도 얼마나 많은 밤을 이렇게 꿈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보냈던가. 하지만 조수아는 매번 깨어날 때마다 눈물로 젖은 베개와 옆에 없는 그의 빈자리를 마주해야 했다.육문주는 큰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수 깊은 눈동자에는 그가 현재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그는 조수
“너 진짜 수아 씨가 하나도 걱정이 안 돼? 그놈이 지금 네 여자를 탐내고 있는데도?”“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내가 왜 조수아를 좋아해!”“좋아하지도 않는데 이것저것 다 사다 바친다고? 내가 속을 것 같아?”“내가 슈거 대디인데 그러는 수밖에 없지.”녹음파일을 들은 조수아는 순간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제일 들키고 싶지 않았던 치부가 만인 앞에서 탄로가 나버렸다.같은 자리에는 R 대 교수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 매체에서 온 기자들도 있었다.육문주의 사생활은 항상 많은 관심을 받았다.녹음파일을 듣게 된 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