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진은 조수아가 초조해하는 걸 보려고 일부러 조수아가 가장 신경 쓰는 아이 일을 들먹이며 아픈 구석만 콕콕 찔러댔다.하지만 송미진이 말을 하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조수아는 눈꺼풀조차 움직이지 않고 계속 유나만을 보고 있었다.그리고는 유나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한겨울에 왜 파리가 있지, 유나야 걱정 마. 이모가 좀 있다 파리 잡아줄게.”유나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고 한 듯 “응응”이라며 웅얼거렸다.“파리가 많이 시끄럽나 보네. 우리 딸도 다 쫓아 보내라 그럴 정도면.”거기에 당민서까지 한마디 거들자 송미진은 화가 나
스톡은 또 변하지 않는 사랑을 뜻하고 있기에 사회자는 물건을 건네주면서 덩달아 많은 덕담을 해주었다.검은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백년해로하라는 뜻의 말이었다.그 모습을 본 송미진은 또 열이 올라 입술을 깨물었다.한편 경매에 40억을 쓴 조수아의 옆에는 선물 상자가 탑처럼 쌓여있었다.그 놀라운 광경에 곽명원은 당장 사진을 찍어 육문주에게 보내주었다.[네 와이프가 이렇게 돈 쓰고 다니는데 너는 상관도 안 하냐? 봐봐, 이거 다 오늘 산 거야.]그리고 육문주에게서 빠르게 답장이 왔다.[너희 집 돈 쓴 것도 아닌데 네가 무슨
회의하고 있던 육문주는 곽명원 한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문자를 읽은 육문주는 드디어 그가 피땀을 흘려 번 돈을 대신 써줄 사람이 생겼다는 게 뿌듯했다.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아내를 뒀으니 앞으로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육문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절로 웃음이 띠었다.다만 실망스럽게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는 카드 결제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그는 분명 조수아한테 블랙카드를 주었다. 그 카드는 그의 핸드폰과 연동되어 있었기에 문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즉 조수아가 카드를 긁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육문주는 갸우
“그래, 전화 다 하면 나한테 연락해.”조수아는 구석진 곳에 혼자 앉아 육문주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 귀걸이를 한 남자가 그녀 옆에 앉았다.그 남자는 웃음기를 띤 채 조수아를 바라보았다.“조 변호사님, 옆에 앉아도 될까요?”조수아가 눈을 치켜뜨며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진택 씨가 무슨 일이에요?”그 남자의 이름은 김진택. 김씨 가문의 둘 때 도련님이었다.그는 B시에서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수없이 많았다.한 손에 술잔을 든 김진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송미진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하지만 조수아가 얄밉게 비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제야 송미진은 자신이 조수아한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조수아는 송미진이 술에 타 놓은 약에 취하지 않았었다.그녀는 약에 취한 척하면서 송미진의 계략대로 된 척 연기를 한 것뿐이었다.송미진은 온몸에 피가 솟구칠 정도로 화가 났다.그녀는 조수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를 꼭 껴안은 남자는 짐승처럼 그녀의 옷을 벗기고 키스를 퍼부었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는 멈출 기미를 보이
정원 계단에 잠시 앉아 있었던 한지혜는 두 다리에 금방이라도 쥐가 올라올 것 같았다.허연후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기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의 품에 안겼다.한지혜의 입술은 마침 그의 희고 섹시한 쇄골에 부딪혔다.그녀는 순간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왜 갑자기 잡아당기는 거예요. 제가 다이어트 하느라고 저녁밥도 안 먹는 거 몰라요?”한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눈에는 옅은 붉은 기를 띠었다.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입술은 찢어져 피가 났다.하지만 허연후는 화를 내기는커녕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더니 피를 닦아줬다
그러자 한지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연후 씨, 감독님이 저를 찾으셔서 먼저 가볼게요.”한지혜가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에 허 어르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정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나네. 이놈이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네.”허연후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제가 결혼을 안 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좀 나빠져도 좋을 것 같아요.”“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한 어르신도 병원에 왔으니까 나도 잘 설명해 드려야지. 그 집 손녀도 B시에 있대. 언제 시간
“응. 왜?”“그럼 우리 언제 볼 수 있어?”조수아의 코 막힌 목소리에 육문주는 가슴이 쓰라렸다.“수아야, 창밖을 봐봐. 눈이 얼마나 세게 오는지 사진 찍어 보내줘.”조수아는 느릿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그녀가 드디어 잠에서 깨고 눈을 뜨자 창밖은 온통 새하얗게 눈에 뒤덮여 있었다.그녀는 창가에 기대 하늘에 흩날리는 눈을 감상했다.“아직 내려. 문주 씨, 올해 크리스마스에 아마 못 볼 것 같아.”조수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육문주는 몰래 웃음을 훔쳤다.“내가 보고 싶어?”“응. 너무 보고 싶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