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떻게 온 거야?”육문주는 고개를 숙이고 조수아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왔지.”육문주는 조금이라도 빨리 조수아를 보기 위해 요 며칠 잠을 거의 못 잤다.그의 눈에는 빨간 핏기가 보였다.조수아는 육문주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그의 날렵한 턱선을 만졌다.“많이 힘들었지?”육문주의 오똑한 콧날이 그녀의 뺨을 스치더니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응. 많이 힘들었어. 근데 너랑 뜨거운 밤을 보낼 때보다는 안 힘들었어.”조수아는 그의 야
육문주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박서준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당신 정체가 도대체 뭐예요. 수아와 무슨 관계인 거예요?”박서준은 여유롭게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피식 웃었다.“맞춰봐요.”육문주는 잔뜩 긴장해서 허벅지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는 웃을 짜내며 이를 꽉 깨물었다.“서준 씨가 누구든 수아를 뺏어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수아는 제 여자예요.”“그건 대표님의 능력에 달렸죠. 저는 수아 씨를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저는 약속한 건 꼭 지켜요.”“소꿉놀이할 때 한 약속을 말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 조수아는 육문주가 아랫목에 앉아 조태범과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검은색 하이넥 스웨터와 깔끔한 핏의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길쭉한 다리, 꼿꼿이 핀 허리, 스웨터 소매는 약간 걷어 올려 단단하고 탄탄한 팔 라인이 드러나 있었는데 우아한 기품이 이곳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아 매우 강한 인상을 주었다.조수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태범은 곧바로 말했다.“수아야,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주렴. 이 녀석 바둑을 참 잘 두는구나. 벌써 나를 세 판이나 이겼지, 뭐니.”조수아는 웃으며 다가가 조태범의
말을 마치자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아랫목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검은 옷차림의 남자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었다.또 검은 머리가 이마 위로 드리워져 이목구비를 더욱 또렷해 보이는 것 같았고 그 깊은 눈동자에는 옅은 미소가 띠어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하던 조인우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다리도 계속해서 덜덜 떨리고 있었다.윤혜미는 아들의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곧장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아들, 네가 증조할아버지께 좀 알려드려. 이 물건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좀
육문주는 조수아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지금 당장 전문가를 불러서 할아버지 진찰받게 할게. 우리 지금 당장 시내로 가자.”그러자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이 즉시 막아섰다.“이런 병은 치료해도 소용없어요, 돈만 낭비입니다. 그쪽들은 돈이 많으니까 써도 되지만, 우리에겐 없어요.”“맞아요, 저희도 없습니다. 저희 집 아이 셋도 장가보내야 하는데, 돈이 어디 있겠어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소란을 피웠다. 이에 조수아는 차갑게 말했다.“여러분들은 돈 쓸 필요 없으십니다. 이제부
조태범은 조수아가 결혼하는 모습을 일찍부터 바랐고 그의 여생에서 가장 큰 소망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조수아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 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었다.육문주 역시 조수아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는 부드럽게 위로하며 말했다.“그래, 혼인신고를 마치고 결혼식을 준비해서 할아버지가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하자, 괜찮지?”조수아는 여전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하지만 어머님께서 우리 결혼을 반대하시잖아요. 아직 아이도 생기지 않았고, 난...”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육문주는 키스로 조수아의
육문주는 전동 칫솔에 약간의 치약을 짜서 조수아의 입에 넣었다.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조수아는 조태범이 화사한 색의 한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웃으며 다가가서 말했다.“그냥 혼인신고만 하는 건데 너무 정식으로 입으신 거 아니에요?”너무 기쁜 나머지 조태범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수아가 시집을 가는데 당연히 정식으로 입어야지. 혼인신고 마치고 나면 육씨가문에서 네 아버지께 함을 주러 올 텐데 이 할아버지가 너를 부끄럽게 할 수는 없잖니.”이 말을 들은 조수아는 깜짝 놀라며
그 말을 듣자 육문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예요?”도우미는 계속 울며 말했다.“조금 전에 사모님께서 오셨어요. 무슨 얘기를 나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방에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께서 입에 거품을 물고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게... 거의 돌아가실 것 같았습니다.”육문주는 즉시 전화를 끊고 조수아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차가운 큰 손이 조수아의 손을 꼭 쥐었다.그는 마음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조수아는 그가 잡아끌자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무슨 일이야? 할아버지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