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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양휘성은 백이겸이 소탈하고 성실한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허영심에 밀쳐 날뛰더라도 그들이 떠난 후 전화를 걸어 친구들을 속이는 짓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그들은 백이겸만 바라보고 있었다.

백이겸에게 진짜 능력이라도 생겨 자신들을 데리고 온천에 가려고 하는 걸까?

그럴 리가!

양휘성과 친구들의 물음에도 백이겸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면 알게 될 거야!

“손님, 실례하겠습니다. 더 주문하실 음식이 있으십니까?”

그때 레스토랑의 종업원이 다가와 그들에게 예의 바르게 물었다.

그녀의 예의 바른 목소리에도 경멸이 담긴 태도를 감출 수가 없었다.

종업원은 음식을 결산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여자들이 두 명의 재벌집 도련님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나간 모습을 확인한 그녀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백이겸과 양휘성의 무리를 웃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기는 장면과도 같았다.

종업원은 그들에게 밥을 안 먹을 거면 빨리 계산해 달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아니요. 다 포장해 주세요. 온천에 가서 먹을게요!”

그녀의 눈에 담긴 경멸의 시선을 눈치챈 백이겸이 말했다.

양휘성도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닌 것 같았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종업원과 그들과 가까이에 앉은 사람들은 백이겸의 말을 듣고 빵 터졌다.

“진짜 미친놈 아니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저러는 거야? 포장해서 온천에 가서 먹겠다고?”

“프리미엄 온천 회관 가격을 잘 모르나 봐? 하하..”

“여자들을 다 빼앗겨서 정신이 나갔나 봐. 지금의 대학생들은 허풍 떨 줄밖에 모르나봐!”

주위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양휘성과 그의 일행들은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종업원이 백이겸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며 물었다.

“알겠습니다 손님. 계산은 어느 분께서 하시는 거죠?”

“제가 할게요!”

양휘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양휘성은 오늘 이 자리에 무려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

15만 원은 양휘성의 반달이나 되는 생활비였다.

백이겸은 비닐봉지에 음식을 포장하며 주위에서 들려오는 조소를 느끼고 있었다.

“후 후 후...”

바로 그때, 세 대의 고급 승용차가 레스토랑 문 앞에 주차했다.

“와! 롤스로이스다!”

“와 누가 이렇게 대단해! 차 한 대도 2억 원이 넘는데 3대씩이나!”

“차만 비싼 게 아니야. 번호판도 미쳤어!”

3대의 롤스로이스는 차 번호판에는 각각 689 숫자의 연속이었다.

차 번호판 하나도 50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던 사람들이 전부 밖을 쳐다보았다.

깜짝 놀란 종업원은 저 사람들이 자신의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오면 팁을 많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문밖으로 나왔다.

3대의 차에서 각각 한 사람씩 내렸다.

까만 정장에 선글라스와 무선이어폰을 낀 그들은 TV에 나오는 보디가드 같았다.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안녕하세요 손님...”

종업원이 다급하게 접대에 나섰다.

세 사람은 그런 종업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음식을 포장하고 있는 백이겸의 곁으로 다가갔다.

“백 도련님!”

세 사람은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공손하게 외쳤다.

“뭐? 백 도련님?”

“아까 그 바보 같은 사람이 도련님이라고?”

레스토랑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양휘성과 그의 친구들은 더욱 놀랐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백이겸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포장을 마친 백이겸이 말했다.

“휘성아 우리도 온천으로 가야지.”

“백 도련님, 물건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경호원 몇 명이 달려와 백이겸이 손에 쥔 음식을 받았다.

양휘성과 그의 친구들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백이겸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을 나섰다.

“백 도련님... 또 오십시오!”

그들이 레스토랑을 나설 때 얼굴이 창백해진 종업원은 황급히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백이겸은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백이겸은 너무 부끄러웠다!

롤스로이스에 올라탄 그들은 함께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으로 가는 길에 입이 근질근질한 양휘성이 백이겸에게 물었다.

“백이겸,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백이겸은 지금 사실대로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고 둘러댔다.

“나중에 천천히 말해줄게. 기억해 우린 친구야. 너의 체면을 위해 오늘은 내가 무슨 일이든 할 거니까!”

백이겸의 말에 양휘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세차게 끄덕거렸다!

빠르게 달린 차는 온천에 금방 도착했다.

경호원들이 받은 임무는 백이겸과 그의 친구들을 온천에 모셔온 뒤 여러 가지 재미나는 게임을 준비한 것이었다.

백이겸은 경호원과 함께 지내면 양휘성과 그의 친구들이 마음껏 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온천 입구에 도착한 그들은 경호원에게 먼저 돌아가라하고, 자유시간을 가진 뒤 밥을먹으러 가겠다고 했다!

“아씨! 백이겸 너무 멋있다! 진짜 온천에 들어왔어!”

이무혁은 온천 곳곳을 누비며 감탄했다.

“하하. 여기 사장님과 아는 사이야! 오늘 우리끼리 놀고 싶은 거 다 하고 놀자! 신나게 놀아 보자고!”

백이겸이 웃으며 말했다.

“아! 나 알 것 같아! 이겸이 네가 구한 여자아이 아버지가 여기 사장님 아니야? 고맙다고 쇼핑카드를 주신 사장님...”

“조금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

쇼핑카드는 누나가 이정국에게 부탁해 자신에게 보낸 것이 맞다.

양휘성과 친구들도 그제야 맘 편히 놀 수 있었다.

온천 전체가 매우 커서 산의 절반을 덮고 있었다. 외곽의 경치는 매우 좋았지만 놀만한 곳은 마땅치 않았다.

진짜 온천과 식당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온천의 위치를 익숙하게 알고 있는 백이겸이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밥부터 먹고 온천에 가자!”

“들어갈 때 돈부터 내야 되는 거 아니야? 막 들어가도 돼?”

이무혁이 물었다.

온천 밖에서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

온천 외곽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괜찮아!”

이 온천은 누나가 경영하는 온천이지만 명의는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온천 외곽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면 고풍스러운 다리를 지나야만 했다.

백이겸과 그의 일행이 그 다리를 지날 때 조가현과 그의 친구들이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저기 봐! 백이겸 무리인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임윤하가 걸어오는 백이겸 무리를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강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조가현도 임윤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채 백이겸이 걸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백이겸 무리였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조가현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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