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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와! 설마 담 넘고 몰래 들어온 거 아니야?”

이 말을 한 사람은 강윤의 친구 이혁이다.

그들은 백이겸의 무리를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가현과 그녀의 친구들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온천 회관처럼 고급 진 곳에 아무 사람이나 들어올 수 있을까?

강윤과 그녀들도 회관 밖에서 아버지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걸어서야 경호원들이 그들을 온천 외곽에 들여보내주었다.

“하, 진짜 몰래 들어온 거면 너무 쪽팔려!”

“쪽팔리기만 하겠어? 보안요원들에게 들켜 우리와 아는 사이라고 말하면 우리도 함께 쫓겨나는 거 아니야?”

백이겸의 무리를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그녀들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양휘성, 어떻게 들어왔어?”

서태호가 걸어오는 양휘성을 향해 걱정하는 목소리로 작게 물었다.

“우리 정문으로 들어왔어!”

백이겸이 말했다.

양휘성도 서태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정문 보안요원들 눈이 썩어서 너희를 들여보냈겠어?”

임윤하가 백이겸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오늘 만약 백이겸 때문에 쫓겨나게 된다면 백이겸의 따귀를 열 대 때려주겠다고 맹세했다!

아주 심하게!

조가현도 몰래 들어온 뒷감당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백이겸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백이겸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진짜 몰래 들어온 거면 지금이라도 강윤에게 말하면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빨리 말해야 곤란한 상황까지 가지 않게 돼!”

강윤도 한마디를 보탰다.

그는 마음속으로 가현이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과 친구가 된 거지?

“음...”

그들의 끝없는 말에 백이겸은 가슴이 답답했다.

분명히 정문으로 들어왔는데 사실대로 말하라고 하면 개구멍으로 들어왔다고 해야 만족할까?

“진짜 사실대로 한 말이야. 너희들이 원한다면 함께 안으로 들어가서 밥도 먹고 온천도 갈 수 있어!”

곁에서 백이겸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자신이 화를 입을까 걱정하는 구은혜를 보며 백이겸이 말했다.

좋은 의도로 하는 백이겸의 말은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눈총을 받았다.

“뭐라는 거야? 너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네 꼴을 보고 하는 말이야? 저기 보안요원들이 안 보여?”

임윤하가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그래. 강 도련님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곳을 네가 어떻게 들어가?”

여자들이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14명이 밥이 아니라 온천에만 들어가도 2000만 원이야. 밥도 먹으면 3000만 원이야. 사람이 적으면 감당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은 좀 많이 부담되네.”

강윤이 백이겸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조가현은 강윤이 그녀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져 백이겸을 어이없는 시선으로 보았다.

“됐어, 아니면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난처한 상황부터 피하고 봐야지. 일단 우리 밖으로 나갈까?”

“싫어! 궁상맞은 사람 때문에 왜 우리가 나가야 되는데!”

“맞아 맞아! 가현 언니 저희도 어렵게 들어왔잖아요!”

순간 원망의 눈초리가 모두 백이겸을 향했다.

이런 결과를 노린 조가현이 백이겸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썩소를 지은 백이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따라오든지 말든지 알아서들 해!”

말을 마친 그가 구은혜를 보며 물었다.

“은혜야 너는 나 믿어? 날 믿는다면 따라와!”

구은혜는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이겸 무리가 다리를 건너 온천으로 향했다.

“허허, 진짜 미쳤어! 일이 생기면 우리를 엮지만 말아줘, 진짜 쪽팔려 죽겠어!”

임윤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진짜 잘 노는 형들이네!”

강윤도 곁에서 재미나는 구경을 기대했다.

잠시 후, 그들은 백이겸과 그의 무리가 온천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깜짝 놀란 두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많은 보안요원들이 그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강윤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임윤하의 턱은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백이겸 무리가 쫓겨나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백이겸은 이미 온천으로 들어간 후였다.

여자들의 얼굴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가현은 그들이 안으로 들어간 모습을 직접 확인했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인상속의 백이겸은 초라하고 궁상맞는 사람일 뿐이었다.

구은혜가 자신과 백이겸이 잘 되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가 가방을 산 순간부터 지금까지 조가현의 인상 속에 있는 백이겸은 세상에서 제일 찌질한 사람이었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그런 사람.

그러나 강윤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온천에 그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니.

“가현 언니.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멀어져 가는 백이겸을 바라보는 임윤하의 두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자신의 곁에 있는 강윤과 이혁을 조가현이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강윤 아버지가 제왕 KTV 사장 이수홍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강윤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면 해결해 주실 것 같았다!

강윤의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백이겸의 행동이 두 사람의 체면을 한순간에 떨어뜨렸다.

지금 그들이 백이겸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 떨어뜨린 체면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떡하지?

일단 아버지에게 전화부터 해봐야겠어!

그는 이대로 조가현의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강윤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돈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2000만 원을 보내주겠으니 무너진 체면을 되찾아 오라고 했다.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체면부터 살려야 했다!

“흥,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가현아 우리도 들어가자. 오늘은 내가 온천도 책임져 줄게!”

강윤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와! 강윤 오빠 최고! 맞아요. 우리 저 가난뱅이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임윤하와 그의 친구들이 환호를 하며 말했다.

1인당 입장료만 200만 원이었다. 입장료에는 온천 서비스 및 요식업 서비스는 물론 골프와 같은 항목은 즐기지 못했다.

그들 8명은 입장료에만 1600만 원을 지불했다.

“백이겸이 온천에 들어오면 어쩔 건데? 구경이나 하겠지. 오늘 내가 볼링까지 쏠게!”

이혁에게 눈빛을 보낸 강윤은 한순간에 1600만 원을 써버린 지금 그는 가슴이 아팠다.

오늘 3000만 원까지 써보자!

볼링은 온천 회관에서 제일 싼 항목으로 적어도 밥 먹는 것보다 많이 쌌다.

그들은 강윤의 뒤를 따랐다.

회관 내부는 확실히 외곽과는 천차만별이었다. 그들은 마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 같았다.

다른 도시의 재벌들도 프리미엄 온천 회관을 천국으로 여기는 이유를 그들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회관 내부를 구경하는 조가현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조금 전 백이겸에게 배신당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앗! 저기 봐! 저게 뭐야?”

셀카를 찍기 위해 화장을 고치던 임윤하가 아름다운 온천 폭포 위에 우아한 다락방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락방에는 누군가 밥을 먹고 있었다.

주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무지개다리도 있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클라우드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조가현도 위층을 바라보며 저기에서 밥을 먹는 먹는 사람이 자신이었다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식각스타? 저기가 바로 미식각스타 였구나!”

강윤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강윤 오빠, 미식각스타가 머예요? 이름은 너무 별론데? 비싸요?”

임윤하와 그녀의 친구들이 놀라서 물었다.

“별로라고? 비싸? 비싼 정도가 아니야. 주문을 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기만 해도 얼마인지 알아? 5000만 원이야!”

강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5000만 원이라고? 저곳이?

어머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강윤이 설명을 덧붙였다.

“게다가 저기는 돈이 있다고 해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신분도 따라줘야 하기 때문에 저기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재벌들만 할 수 있어.”

조가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 아니야! 가현 언니 강윤 오빠. 저기 밥 먹는 사람들 백이겸과 그의 친구들 아니야?”

위층을 뚫어지게 쳐다본 임윤하가 뭔가 잘못된 걸 발견하고 소리쳤다.

조가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윤과 이혁과 함께 자세히 보니 진짜 백이겸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말도 안 돼!”

조가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저 가난뱅이가 어떻게 저기서 밥을 먹고 있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뚜뚜뚜.

그때 조가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구은혜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가현아 왜 이제야 왔어. 음식 다 나왔어. 빨리 와! 여기 뷰가 진짜 좋아!”

조가현은 다락방에서 구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 빨리 올라오라는 손짓이었다!

“세상에. 진짜 백이겸과 구은혜잖아... 이거.....”

침을 꼴깍 삼킨 임윤하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윤과 이혁의 얼굴에는 서슬푸런 색갈이 맴돌았다. 오늘은 정말 일이 하나도 안 풀리는 날이야!

“가현 언니, 우리 빨리 올라가요!”

임윤하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회관에 온 사람들 모두가 그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허영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조가현도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응! 가자!”

그녀는 백이겸이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이혁은 조금 긴장한 듯 강윤을 보며 물었다.

“강윤아, 저 가난뱅이가 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우리 그냥 가자. 친구 여동생도 그냥 건들지 말까?”

이혁은 백이겸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강윤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저 새끼가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어. 우리도 올라가 보자.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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