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흔한 커플의 만남과 헤어짐처럼 단순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두 아이와 부모님이 끼어 있으니까.“왜 그래?”진수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진수현이 심윤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배불러?”아직 많이 먹진 않았지만 오늘은 입맛이 별로 없었다.마침 타이밍 맞게 진수현이 물었기에 심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배불러.”그러나 많이 먹지 않은 것이 보였으므로 진수현은 조금 걱정되었다.“두 입만 더 먹어볼래?”토할 것 같은 느낌은 없었으므로 심윤아는 그의 말대로 두 입만 더 먹었다.“오케이.”다 먹은 뒤 심윤아는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진수현도 이를 발견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오늘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아니면 혹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어?”심윤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아니고 그냥...”심윤아는 마음속의 생각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결국 그저 자신이 올린 하나의 게시물일 뿐이었으니까.그녀는 기억을 잃었고 지금 보는 것들은 모두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만약 이 이야기를 정말 꺼낸다면 진수현이 어떻게 설명한다 해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그냥 없던 일로 하고 기억부터 되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냥 뭐?”심윤아의 대답을 더 기다리지 못하고 진수현이 조마조마한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심윤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마 진수현 역시 그녀의 이상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심윤아가 지금 다시 부인한다면 그는 헛된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여 심윤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미안. 아직 말하고 싶지 않아.”진수현에게는 의외의 대답이었다.진수현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 일 아니다, 괜찮다고 말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심윤아는 직설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계속 묻는 것은 오히려 실례이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었다.하여 진수현은 입술을 짓씹으며 납득할 수밖에
그러나 이선우는 그의 말에 냉소해 버렸다.“보낸다고요? 심윤아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고 보내요? 정말 핸드폰을 돌려주고 싶었으면 왜 어제 보내주지 않았어요?”진우진은 그의 마지막 한 마디를 무시한 채 대답했다.“근처 이곳과 멀지 않은 호텔에 묵고 있어서 안 계신다면 알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이선우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 후 부하가 핸드폰을 가지고 나갔으나 오랫동안 회신이 없었다. 하도 오래 걸려 이선우가 핸드폰이 배달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을 무렵, 진우진이 연락을 받았다.“듣기로 핸드폰은 전달되었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쉰다고 합니다.”이선우는 입술을 짓씹으며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해서 제가 이해한 건 비가 많이 와서 윤아 씨도 잠시 떠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이에 이선우의 입술이 조롱 어린 호선을 그렸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 작은 일도 제가 알아야겠어요?”말을 마친 그가 곧장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나 퉁명스러운 말투에서 진우진은 이선우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그는 한숨을 쉬며 깊은 비애를 느꼈다.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기에 그들이 정말 만나고 싶었다면 진작 왔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 10시가 되도록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진우진은 이미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그러나 그와 다르게 이선우는 잘 참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초조해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핸드폰은 이미 보냈고 진우진은 이제 더 보낼 것도 없었으므로 그저 이선우와 함께 그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한참 뒤 이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진우진이 그를 불러세웠다.“대표님.”이선우가 발걸음을 멈추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돌아보았다.원망이 가득 담긴 차가운 눈빛이었다.“왜요?”“윤아 씨 기다리는 거예요?”“...아닙니다.”“누가 그래요? 내가 기다린다고?”진우진은 반박할 거리를 찾지 않고 되물었다.“윤아 씨가 찾아오면 만날 거예요? 안 만날 거예요?”이선우가 미간을 찌푸
진우진은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평온한 표정에 예상한 결과인 듯 놀라워하지도 않았다.그런 심윤아를 보며 진우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과연 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저도 더 강요하지 않을게요.”심윤아가 빙긋 웃으며 말을 붙였다.“저 대신 잘 지내라고 전해주세요.”진우진: “...”“참, 전에 도와주신 건 항상 기억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계속 이선우에 대해 얘기할 줄 알았건만 이렇게 빨리 화제를 넘길 줄은 몰랐다.“윤아 씨, 제가 도와드린 일은 마음에 담아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사심이었으니까요.”만약 이선우가 무너진다면 그는 어디서 이런 사장을 찾을 수 있겠는가.이선우가 무너지지 않아야만 그의 밑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심윤아는 그의 겸손한 모습에 빙긋 웃으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우진이 자신에게 너무 큰 압력을 주지 않기 위해 한 말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심은 안위에 비하면 사심이 아니었으니까.그는 두 번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선우에게 미움을 샀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수포가 되었다.이는 심윤아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어쨌든, 도움이 필요하면 절 찾아요. 꼭이요. 오늘 제 말은 영원히 유효한 거예요.”진우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그럼 먼저 가볼게요.”진우진이 심윤아의 눈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간다고요?”“네. 돌아갈 거예요. 이번엔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고 두 아이가 절 기다리고 있어서요.”“우릴 기다리는 거지.”곁에 있던 누군가의 심기 불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손을 내밀어 심윤아를 품에 안았다.줄곧 뒤따라왔으면서 갑자기 이 타이밍에 질투할 줄은 몰랐다. 그는 심지어 과시를 위해 심윤아를 껴안았다.심윤아가 조금 놀라며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그렇지.”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진우진은 속으로 은
잠시 놀란 이후, 심윤아도 뭔가를 알아차린 듯싶었다.그녀는 입술을 말아 물고는 입을 열었다.“그럼 다행이네요.”두 사람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심윤아가 고개를 돌려 진수현을 힐끗 보았다. 눈이 마주친 진수현은 말 없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의 모습을 보니 완전히 심윤아의 뜻을 따르려는 것 같았다.그와 몇초 간 눈을 마주친 심윤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이제 돌아갈까?”진수현이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네가 결정해.”“응.”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만나지 않겠다고 하니 저흰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심윤아가 위층의 방향으로 눈을 옮겼다.그곳엔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심윤아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이선우는 그녀가 이쪽을 향해 바라볼 때 저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되었다.순간 심윤아의 눈은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듯 그와 똑바로 마주쳐졌다.하얗게 질린 입술이 달싹였고, 한쪽으로 처진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먹 쥐어졌다.심윤아를 만나고 싶은 순간은 끝도 없이 많았지만...자신을 만나게 되면 곧 모든 마음의 짐을 풀고 자신은 기억도 못 한 채 잘 살아갈 그를 생각하니...이선우는 차라리 현재 이대로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자신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영원히 자신을 놓지 못하도록.힘껏 주먹 쥐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아.위층을 바라보는 심윤아의 표정과 눈빛은 평온하기에 그지없었다. 몇 번 바라본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곁에 서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이제 가자.”“응.”진수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함께 자리를 떴다.조금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이 깔끔하게, 두 사람은 이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자리에 서서 동태를 살피던 진우진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결국 직접 위층으로 올라갔다.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는 카메라가 있는 곳을 무심코 훑어보았다.문을 열어보니 이선우는 이
진우진이 떠난 이후 주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이 떠났다. 심윤아도 함께.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주변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 고요했고 잿빛 세상에는 더 이상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남은 것은 일정하게 뛰는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뿐이었다....돌아가는 길은 매우 순리로웠다. 그들의 출발시간이 마침 러시아워를 피했기 때문에 차는 순조롭게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고속도로에 오르자 창밖의 바람이 거세졌다.심윤아는 창밖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 진수현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정말 확실하게 생각한 거 맞지? 고속도로 오르면 후회해도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심윤아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렀고, 아무런 지령을 받지 못한 운전기사는 무사히 고속도로를 향해 차를 몰았다.진수현이 이 일에 대해 신경 쓰는 것 같아지자 심윤아는 그제야 마침내 무언가 깨달았다.이선우가 끝까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사실 내가 이선우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넌 신경 쓸 필요 없어.”조용한 차 내부에서 심윤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녀의 말에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던 진수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창밖을 내다보던 심윤아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네가 신경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선우의 목적을 이루게 하는 거야.”진수현: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진수현은 마침내 무언가 깨달은 것 같았다.그런거 였구나...그는 멍하니 심윤아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대답했다.“맞는 말이네.”만약 그가 계속 이 일에 대해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결국 이선우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전에 그렇게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맥락을 정확히 짚고 진수현의 요점을 정확히 찔렀기에 효과가 있었다.그가 문득 깨닫고 납득하며 웃어 보였다.“네 말이 맞아. 전엔 내가 너무 과하게 걱정했
사실 허연우가 일을 빨리 배울수록 주현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회사에서 인수인계 기간을 한 달로 정한 것은 일 량이 많은 데다가 학습 기간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인수인계를 받는 사람이 업무에 익숙하고 속도가 빠르다면 인수인계 기간도 단축된다.바로 허연우처럼 말이다. 그녀의 필사적인 학습 진도를 따르면 아마 보름 정도면 모든 일을 인수인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주현아도 일찍 회사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주현아는 이런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허연우가 건강한 모습으로 일을 맡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나중에 병이 나거나 몸이 버틸 수 없게 되면 그녀를 대신해 일을 맡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몸 건강이야말로 모든 노력에서의 밑천이라는 것이다.이 몇 년 동안 주현아는 나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방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그녀는 나이가 들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몸 건강이며 나머지는 부가적인 것으로 생각했다.이번 사직에 몸 건강이 좋지 않은 것 역시 일조했다. 그녀는 몸이 전처럼 팔팔하지 않았기에 전만큼의 업무량을 소화할 수 없다고 느꼈다.보고서를 처리한 이후, 주현아는 허연우를 시켜 보고서를 배주한의 사무실로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허연우는 보이지 않았다.“연우 씨? 어디 갔어요?”여러 번 소리 쳐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주현아는 직접 사무실로 가려 했다.그녀가 사무실 앞에 서서 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주현아는 문을 열었다.그녀가 들어갔을 때 배주한은 창문 앞에 서서 통화 중이었다. 주현아가 들어오는 모습을 한번 힐끗 보더니 다시 통화에 집중했다.주현아는 조용히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보고할 필요가 없는 문건이므로 내려놓은 후 주현아는 물러나려 했다.그녀가 막 문 쪽으로 걸어갔을 때 뒤에서 배주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시만요.”그의 목소리에 주현아가 걸음을 멈추고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말하는 사이에 배주한은 이미 주현아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갑자기 다가온 남성의 숨결에 주현아는 어리둥절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그녀의 행동은 배주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왜 왔어요?”“허연우 씨가 안 계셔서 보고서 대신 올리러 왔습니다.”그제야 주현아가 아직도 보고서를 들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배주한이 손을 뻗어 받았다.고개를 숙여 보고서를 훑는 그를 보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주현아가 입을 열었다.“그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주현아가 얼른 자리를 뜨려 했다.“제 사무실에 사람고기를 먹는 호랑이라도 있습니까?”배주한의 이상한 질문에 주현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못 알아듣겠어요?”배주한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자꾸 허겁지겁 떠나려고 하니까요. 제 사무실에 맹수가 도사리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주현아: “...”아, 그 뜻이었구나.“사직서를 낸 이후로 계속 절 피하는 것 같은데. 왜요, 제가 전에 가혹하게 대했나요?”가혹하다는 말이 배주한의 입에서 나오자 주현아는 깜짝 놀랐다.주현아가 급하게 해명했다.“그럴 리가요. 대표님은 저에게... 잘해주셨죠. 가혹하게 대한 적 없습니다.”물론 일 때문에 야근을 많이 했기에 주현아는 그를 원망하기도 했고 까칠한 사람이라 생각했다.본인이 워커홀릭이라 야근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항상 다른 직원들도 함께 야근하게 하는 것이 너무한 점이었다. 그저 알바일 뿐이었는데, 마치 모든 일이 그녀의 임무인 것처럼 혹독하게 대했다.“그런가요?”배주한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없이 그녀를 훑어보았다.“그럼 왜 사석에서 저더러 히틀러라고 했어요?”주현아: “...”당황한 그녀가 몸이 굳은 채 억지스럽게 웃었다.“대표님, 왜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계세요... 그때는 실수로 말한 것이지 절대 고의가 아니었어요.”“게다가...”주현아가 뻔뻔스럽게 진지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배주한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꽂혔다.“한 달도 안 걸린다고요?”“네. 보름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그럼 보름 뒤면 현아 씨가 회사를 나간다는 말인가요?”퇴사 얘기가 나오자 주현아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만약 연우 씨가 지금 학습 속도를 유지한다면 보름 전에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눈썹을 치켜올리는 그녀의 표정에서 기분이 정말 좋음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 이 며칠간 주현아는 매일 메이크업했을 뿐만 아니라 옷도 예전의 평범한 직장인 룩이 아닌 예쁜 옷들을 입기 시작했다. 지어는 손목에 팔찌까지 차고 다녔다.이러한 그녀의 변화는 배주한으로 하여금 자신이 예전에 정말 심하게 대한 건 아닌지 조금 반성하게 했다. 전에 주현아는 넘치는 업무량으로 새 옷으로 갈아입거나 메이크업할 시간도 없었고 옷을 코디할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배주한이 입술을 잘근잘근 짓씹었다.“대표님?”주현아가 배주한의 앞에서 손을 두어 번 휘휘 저었다.“다른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어서요.”이에 배주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세요.”그녀가 떠난 후 배주한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명령했다.비서가 들어오자 배주한이 물었다.“올해 연차 휴가 있습니까?”그의 질문에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없는데요. 우리 회사에 연차 휴가를 쓸 새가 어디 있나요?”“?”믿기지 않는다는 듯 배주한이 컴퓨터의 달력을 살펴보았다. 벌써 새해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 연차를 쓴 직원이 한 명도 없다라...“그럼 주현아 씨는요? 주현아 씨도 연차 휴가가 없나요?”그의 질문에 비서가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대표님 설마 잊으신 건 아니죠? 전에 우리가 연차를 쓰려고 할 때 마침 큰 프로젝트를 따낸 바람에 올해 연차는 없애고 연말에 보너스를 더 준다고...”이때 비서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아니면 혹시, 보너스에 대한 일도 잊으신 거예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