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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그래서 이혼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 한 거야?’

-

병실 밖.

수현은 특별히 병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전화를 받았다.

“수현 씨?”

소영의 목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들려왔다.

수현은 비록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소영을 대할 때에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평소처럼 말했다.

“응.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

소영은 전화 저편에서 근심 가득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실은 깬 지 오래됐어. 어젯밤에 걱정돼서 잘 못 잤거든. 할머님은 어떠셔? 수술실 들어가셨어? 수현 씨, 지금 이런 부탁 하면 안 되는 거 잘 아는데 나도 할머님 뵈러 가면 안 될까? 너무 걱정돼서 그래. 절대 할머님 눈에 띄지 않고 그냥 밖에 있다가 할머님이 깨시자마자 갈게. 절대 들어가지 않을 거야.”

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말하는 소영의 목소리를 들은 수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생명의 은인으로서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됐다. 그는 소영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결국 선월의 병세를 고려해 입을 닫기로 결심했다.

“소영아, 할머니께서 아직 수술실 들어가지 않으셨어.”

이 말을 듣자, 소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

“아, 그래? 수술이 지연된 거야? 아니면...”

“응. 수술 지연됐어. 할머니께서 너무 긴장한 바람에 쓰러지셨거든.”

이 말을 하면서 수현은 선월의 병실 쪽을 한눈 보고는 말을 이었다.

“한동안 미루기로 했어.”

“어? 미, 미루다니?”

윤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지금 앞에 준비해 둔 와인과 스테이크, 심지어 향초를 바라보았다.

원래 소영은 선월이 수술을 마쳤고 또 수현이 윤아와 순조롭게 이혼도 했으니, 그와 함께 축하 파티나 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응. 얼마나 미룰지는 모르겠어. 할머니께서 아직 혼수상태라서. 나중에 연락할게.”

말을 마친 수현은 전화를 끊고 병실 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뚜뚜-

소영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친구 한 명이 옆방에서 걸어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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