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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주현아는 꼼꼼히 세수한 후에야 침대에 누웠다.

이상한 소개팅 대상을 만나 생겼던 분노가 조금 전 배주한과의 대화로 모두 사라졌다.

그 대화로부터 주현아는 배주한이라는 사람이 정서가 매우 안정된 사람임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주현아에게 있어 짝의 성격이 차분하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배주한과 오랫동안 일하면서 직장에서 어떤 불쾌하거나 최악의 상황이 닥쳐와도 그는 항상 냉정하고 차분했으며 분노한 적이 없었다.

때때로 주현아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할 때도 말리는 사람은 늘 그였다.

“냉정해지세요.”

배주한은 일을 해결하는데 능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질리면 사치스러운 삶으로 갈아타도 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주현아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며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주한 같은 남자는 주변에 외모와 능력이 뛰어난 여자가 너무 많다. 언젠가 갑자기 바람피우게 될지도...’생각하면 할수록 주현아는 고민이 깊어졌고 결국 잠은 자지 못한 채 아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녀는 방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발걸음은 조금 급해졌고 속으로는 이미 갔겠지? 라며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막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익숙한 뒷모습의 사내가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친척들은 재잘재잘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배주한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귀찮을 법한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하고 있었다.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예전에 회사에서의 배주한은 직원을 대할 때에도 말을 적게 하는 편이었다. 회의할 때도 거의 입을 열지 않았으며 가끔 하는 발언도 모두 회사의 명맥이 걸린 일이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뿐이었다.

지금처럼 대답하기도 귀찮은 어린아이들의 지루한 질문에 일일이 대꾸해 줄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묻는 말들은 이러했다.

“아저씨, 이 정장 수작업으로 주문 제작한 거예요? 부자들의 정장은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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