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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오늘 그 맞선 상대 너무 민망하긴 했어요. 그래도 같은 마을 사는 사람인데 너무 척지는 건 아닌 것 같아 배웅해 주러 갔죠.”

잔뜩 약이 오른 남자의 모습과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얼굴이 떠오르자 현아는 진절머리 났다. 그런 사람까지 배웅해 줘야 하는 건가?

근데 아까 맞선 상대에게 욕을 퍼부을 때 주한도 있었던 거 같은데? 너무 사납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

큰일 났다. 어느새 현아는 주한 앞에서 이미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분명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현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주한을 바라봤다. 주한이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

“졸린다면서 더 자지 왜 내려왔어요?”

현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자려고 했는데 아침에 하도 많은 일이 일어나서 잠이 안 올 거 같아요.”

주한과 많은 얘기를 나눈 뒤로 현아는 머리도 마음도 뒤숭숭했기에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럼 마을에 마실이라도 나갈까요?”

“네?”

마실을 가자고?

주한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영양가 없는 질문만 받던 게 떠오른 현아는 그가 지금 구조 요청을 보낸 거라고 생각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주한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인사하고는 현아와 자리를 떠났다.

현아가 나가기 전 친척들은 눈을 찡긋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현아 언니, 화이팅!”

“대표님을 손에 넣으면 맞선 볼 필요가 없지!”

그들은 자기 목소리가 작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현아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고 주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귀가 멀지 않았다면 말이다.

현아가 물건을 들어 뿌리려는 시늉을 보이자 그들은 자리를 떴다. 이를 확인한 현아는 그제야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난감한 표정으로 주한을 향해 웃었다.

“아하하, 다들 무슨 이런 농담을, 새겨듣지 마요.”

하지만 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요? 나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

현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난 일만으로도 충분히 난감했던 현아는 주한이 오글거리는 말이라도 할까 봐 그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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