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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윤아는 저도 모르게 부정했다.

“아니? 누가 그래?”

그녀의 말에 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니라며. 누가 말했는지는 왜 궁금하지?”

“어...”

윤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누가 이런 헛소리를 하는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고석훈 씨? 아니면 김양훈 씨? 그래 그날 밤 양훈 씨가 나한테 전화했었어. 당신 많이 취했으니 나더러 와달라고. 내가 거절하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리더라고.”

수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덤덤하게 말하는 윤아를 바라봤다.

“집사님한테 널 데리러 가달라고 말하려 했어. 근데 시간도 늦었고 나이도 있으신 분이니 깨우기도 죄송스러워 부르지 않았어. 양훈 씨도 있고 석훈 씨도 있고 친구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챙길 테니 당신 좀 취해도 괜찮잖아?”

“그래서?”

윤아의 말은 앞뒤가 들어맞아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난 그냥 잤어.”

윤아는 말을 마치고 수현을 쳐다봤다.

“그래서 누가 그러는 건데? 내가 널 찾으러 갔다고. 대신 고맙다고 좀 전해줘. 날 참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네.”

수현은 침묵했다.

말을 잇는 윤아.

“아 참. 네 친구는 우리가 계약관계인걸 모르나 봐? 그래서 안 갔어. 우리가 싸우다 들키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말을 마친 윤아는 자신의 손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윤아의 손을 으깰 듯이 점점 더 조여왔다. 윤아는 고통을 참으며 싱긋 웃었다.

“기회가 있을 때 그 사람들한테도 얘기해줘. 앞으로 너 취할 때마다 나한테 전화 오는 일 없게 말이야. 나 일찍 자는 거 알잖아. 그 늦은 밤에 사람을 깨우면...”

윤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현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

진수현이 가고 그 자리에는 윤아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방금까지도 수현에게 잡혔던 자신의 손을 묵묵히 바라봤다. 이번에는 다시 화장실로 향하진 않았다. 사실 별일 아니다. 그저 계약관계일 뿐이니. 윤아는 수시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매주 선월을 보러 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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