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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응, 휴전하자.”

윤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게 어때?”

예전처럼? 수현의 마음은 윤아의 한마디를 듣자마자 펄쩍 뛰는 듯했고 자신도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네, 네 말은….”

윤아는 그러한 수현을 흘끗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어. 할머님의 정서도 지금 무척 안정돼 보이시고 사소한 변화도 딱히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어찌 됐건 보름 후면 바로 수술을 하셔야 하니 지금 싸우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야. 괜히 싸웠다가 할머님께서 눈치라도 채시면 할머님께 안 좋은 영향이 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잖아.”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나니 수현도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싶었다.

“그럼 네 말은….”

“아직도 못 알아듣겠어?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그러니까 잘 협조해야 해. 보름만 지나면 수현 씨가 그때 가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해도 좋아. 그 아무도, 그 어떤 일도 수현 씨 발목을 잡을 일은 없으니까.”

심윤아는 자기 뜻을 이미 충분히 명백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수현 씨도 똑똑한 사람이니까 내 말은 충분히 이해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자 수현은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그래. 그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윤아의 뜻은 수현과 화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할머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와 휴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수현이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윤아도 그저 할머니를 위한 것일 텐데.

수현은 마음속으로 처연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되었다.

수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그 모습을 보며 윤아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본래 수현에게 아이는 자신이 데려가겠다 상의를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바꾸어 굳이 이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여겨졌다. 강소영도 자기 생각을 굳혔으니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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