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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윤아는 침묵했다.

그녀 맞은쪽에 앉은 소영은 가슴이 쿵쾅거리면서도 겉으론 태연자약한 척했다.

실은 소영도 잘 몰랐다. 아까 한 말들이 윤아를 겁먹게 할지 말이다.

그녀는 윤아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윤아의 자부심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영은 이쪽으로 손을 대어 도박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침묵하고 있는 윤아를 보는 사이, 탁자 아래에 있는 손은 이미 땀으로 가득했다. 소영은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왜요? 설마 거절하겠다는 건 아니죠?”

이 말을 듣자, 윤아는 덤덤하게 소영을 한눈 훑어보고는 물었다.

“소영 씨 지금 많이 긴장한 것 같아요.”

“내가 언제 긴장했다고. 난 그냥...”

윤아에게 정곡을 찔린 소영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버럭 성질을 낼 뻔했다. 그녀는 할 수 없어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말을 끊었다. 잠시 후, 진정된 소영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요. 천천히 고민해 봐요.”

이때가 되어서야 소영은 아까 윤아가 말한 것처럼 빨리 끝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윤아는 아직도 깊은 사색에 잠겨 있었다.

사실 이 합의서를 체결하든 아니면 체결하지 않든 그녀에겐 별 차이가 없었다. 이 합의서를 체결하지 않아도 첫 번째 조항인 출국 및 오 년간 귀국하지 말 것 외, 모두 그녀가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번째 조항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디에 정착할지를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현과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는 점이다.

“어때요?”

비록 소영이 제 입으로 천천히 고민하라고 했지만, 윤아가 너무 오래 생각하는 바람에 소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뜻을 물었다.

윤아도 일부로 소영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었는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긴장하지 않는다면서요. 왜 이렇게 서둘러요? 이 합의서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

윤아가 사인하기 전까지 소영은 그저 최선을 다해 입꼬리를 올려야 했다.

“그럴 리가요. 윤아 씨 그냥 천천히 읽어봐요. 내가 조금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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