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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이야기...

‘아... 그러네.’

윤아는 생각이 났다. 그녀는 선월이 젊었을 적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사실 되게 재밌게 듣고 있었는데 나중엔 이상하게도 졸음이 밀려왔었다. 하지만 선월에게 말하기는 조금 미안해서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과 흐릿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지탱하며 계속 들었다.

언제 잠든 건지는 그녀 자신도 잘 몰랐다.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자책에 빠졌다.

“나 일부러 잔 거 아니야. 할머님께서 날 나무라지는 않으셨어?”

“할머니가 널 얼마나 아끼시는데. 그럴 것 같아?”

수현은 윤아에게 요양원에 왔을 때부터 선월이 윤아를 깨우지 말라고 한 것까지 전부 알려주었다.

수현의 말을 들은 윤아는 눈을 내리깔며 옅게 웃었다.

“하긴.”

금방 깨서 그런지 윤아는 지금 살짝 순진해 보였다. 이런 윤아의 모습을 본 수현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루 종일 무슨 생각하고 다니는 거야.”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아까는 금방 잠에서 깼는지라 살짝 흐리멍텅했는데 지금은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만지면서 수현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가끔 수현의 어떤 특정적인 행동은 윤아를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수현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좋아하지 않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착각은 이 년간 종종 나타났지만 이럴 때마다 윤아는 금방 현실을 알아차리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된 후로부터 윤아는 점점 이 감정 속에 푹 빠지면서 영원히 수현과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참혹했고 그녀에게 고된 매를 주었다.

강소영이 돌아오기만 하면 수현의 선택지는 언제나 그녀 뿐이었다. 더는 윤아의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없었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의 마음과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다. 그녀는 손을 내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윤아를 본 수현의 웃음도 조금 옅어졌다. 비록 윤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수현은 그녀 주위의 기류가 순간 서늘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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