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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윤아는 서늘해진 눈빛과는 달리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괜찮으니까 먼저들 먹어요. 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서요. 기다릴 필요 없어요.”

말을 마친 윤아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윤아는 그때 마침 나가려던 연수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

“연수 님. 식사하시러 가는 거죠?”

“네. 윤아 님. 같이 드실래요?”

“네. 같이 가요.”

윤아는 가방과 핸드폰을 챙기고 연수와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연수는 윤아와 함께 걸어가는 내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잔뜩 설레었다. 사실 그녀는 윤아와 함께 구내식당에 가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방방 뛰는 참새같이 윤아의 곁에서 말이 끊이질 않았다.

“윤아 님. 구내식당에 음식을 입에 맞으실까요? 별로면 밖에서 먹어도 되는데.”

“괜찮아요.”

윤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구내식당이 가깝잖아요. 먹고 바로 일해야 하니까 여기가 편해요.”

“아...”

일 얘기에 연수는 자책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다 제가 부족한 탓이에요. 제가 능력 좋은 직원이었다면 지금처럼 일이 많지도 않으실 텐데.”

연수의 말에 윤아는 그녀를 한 눈 보기만 할 뿐 별다른 위로는 하지 않았다.

이제 진수현과 이혼을 하고 나면 윤아는 이 일도 그만둘 생각이다. 윤아의 사람은 임연수밖에 없으니 그녀가 이 회사를 떠날 때면 반드시 연수도 데려갈 것이다. 예전의 윤아는 연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느슨하게 대했다. 대부분 일은 윤아가 다 하고 연수는 옆에서 천천히 가르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여유를 부릴 순 없었다.

“그렇게 미안하면 오후부턴 공부량을 늘리도록 하죠.”

연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힘껏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 꼭 열심히 해서 윤아 님 부담을 덜어드릴게요.”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식당에서 줄을 섰다.

밥을 가지러 가는 내내 주변에서는 윤아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는데 윤아가 자리에 앉고 나서는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말이 돼요? 대표님 부인이 우리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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