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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제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 봐요. 똑똑히 들어요. 진 씨 그룹에서 연수 님은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그리고 저와 연수 님이 무슨 사이라고 절 대신해 화를 내주는 거죠?”

연수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간신히 참고 있었다.

사무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큼, 큼.”

이때, 밖에서 누군가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윤아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봤다. 언제 왔는지 강찬영이 문어구에 서 있었다.

윤아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연수에게 말했다.

“가서 일 보세요.”

연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강찬영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찬영은 연수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걸 보았다.

연수가 나간 후에야 윤아는 찬영에게 물었다.

“찬영 오빠. 무슨 일이에요?”

찬영이 문을 닫으며 윤아에게 다가갔다. 그는 윤아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왜 말을 그렇게 못되게 해? 그러다 너 호의도 다 곡해되는 수가 있어.”

윤아는 아무 표정 없이 그저 시선을 떨궜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전 얼마 안 가 떠날 거니까요.”

좋게좋게 말했다가 연수가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성장하지 못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윤아의 담담한 모습에 찬영은 잠시 멈칫했다. 이윽고 들고 있던 파일을 윤아의 책상에 올려놓고는 무심한 척 말했다.

“간다고? 언제?”

윤아는 강찬영에게 수현과의 가짜 결혼과 임신 사실을 제외하고는 딱히 숨기는 게 없었다. 그녀는 잠시 입을 앙다물더니 이내 말했다.

“구체적인 시간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아마 곧 갈 거예요.”

찬영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곧 떠난다는 그 말에 조금 전 연수를 대하는 태도까지... 찬영은 이런 정황들로 보아 윤아가 한 달 안에 회사를 떠날 거라 짐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수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잠긴 찬영의 모습에 윤아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찬영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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