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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찬영은 윤아의 사무실에서 한참을 머물다 떠났다.

그녀의 사무실에서 나올 때 그는 마침 함께 대표실에서 나오는 진수현과 강소영과 마주쳤다.

강찬영의 모습을 보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는 수현. 그는 온몸으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찬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소영도 금세 수현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저 멀리 윤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강찬영을 보며 넌지시 말했다.

“찬영 씨는 윤아 씨와 사이가 참 좋나 봐. 며칠 전 둘이 함께 밥을 먹는 모습도 봤었던 것 같은데.”

수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영은 그런 수현을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찬영 씨가 윤아 씨에게 참 잘해줘. 심씨 가문이 망했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다 윤아 씨를 멀리했는데 찬영 씨만 윤아 씨와 같이 회사에 들어왔잖아. 지금까지도 자주 보는 것 같고. 예전에 사람들이 윤아 씨 아버님이 찬영 씨를 사위로 생각한다고 하던데 그땐 그저 농담일 줄 알았지 뭐야.”

소영은 더 말하지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소영은 윤아를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니 수현의 옆에서라도 손을 쓰는 수밖에.

역시나 소영의 말에 급격히 낯빛이 어두워지는 수현이다. 그녀의 말을 정말 받아들인 듯 보였다.

그러나 소영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수현의 이런 반응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소영은 이런 이유로 더더욱 윤아의 임신 소식을 감추려 했던 것이다.

소영은 아무래도 일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_

그날 밤,

샤워를 마친 수현은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달랑 걸친 채 상체를 훤히 드러내며 욕실을 나왔다. 그는 수건을 들어 물기를 가득 머금은 머리를 탈탈 털며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윤아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 낀 채 침대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네. 이 부분은 한 번 더 보고 수정한 후에 보내주세요.”

그는 청아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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