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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윤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소영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두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부들거리고 있었다.

고작 조수 나부랭이 주제에 자신을 농락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안에서 화를 내진 못했지만 소영은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차올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소영은 수현의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말투에서는 조금의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 소영은 애써 부글거리는 마음을 감추며 수현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도록 아무런 반응도 없는 수현.

“수현 씨?”

소영이 의아해서 그를 쳐다봤다. 수현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정신은 딴 데 팔려있는 듯 보였다.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그저 멍하니 앉아있는 수현을 보며 소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영이 그를 두 번이나 더 부른 후에야 정신을 차리는 수현.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영을 보며 말했다.

“어. 왔어?”

소영:“...”

‘온 지 한참이나 됐는데... 그럼 여태 한 말을 하나도 안 들었다는 건가.’

소영은 급격히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응. 한참 전에 왔는데. 말해도 반응도 없고...”

소영은 수현을 한번 떠봤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수현은 이제 사색에서 벗어났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수현은 소영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사라진 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윤아가 네가 준 걸 받았어?”

‘어제는 다시 돌려보내더니...’

그의 말에 소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만든 음식은 별로 먹고 싶지 않은가 봐. 수현 씨. 내가 한 음식이 혹시 맛없는 건 아닐까?”

수현은 먹는 데에 딱히 별다른 감흥이 없는 사람이었다. 음식은 그에게 그저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도구일 뿐, 뭐가 맛있고 뭐가 맛없는지는 딱히 구분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소영은 그를 구해준 은인이기에 대충 대할 수가 없었다. 수현은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위로를 건넸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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