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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봉지를 받은 뒤, 윤아는 수현이 인스턴트 음식을 사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입맛이 없어 그저 열어 보기만 하고 다시 치웠다.

수현은 거기에 서서 윤아의 행동을 다 눈에 담았다.

“다 싫어?”

이 말을 듣자, 윤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래.”

수현은 더는 말하지 않고 윤아의 곁에 앉았다.

너무 적게 입어서인지 아니면 금방 밖에서 들어와서 그런지 수현이 옆에 앉는 순간, 윤아는 자신의 주위 온도도 함께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수현이 아직도 셔츠 한 장만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입을 열었다 닫으면서 뭐라도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침묵만 유지했다.

둘을 이렇게 조용히 앉아있었다.

비록 가까운 거리였지만 하늘 저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윤아는 자리에 앉아 아까 얘기를 나눴던 여자들을 보았다. 한명 한명씩 남자 친구와 함께 들어갔고 나올 땐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껴안으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니 수현과 혼인신고 하러 구청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추억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현실은 얼마나 참혹했다.

참 많이도 변했구나...

윤아가 이렇게 멍때리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와 수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정신을 차린 뒤, 그녀는 제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달싹이며 수현에게 말했다.

“우리 차례야.”

수현은 무슨 생각하는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안에서 누군가가 다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윤아는 깊은숨을 들이쉬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수현을 향해 말했다.

“가자.”

말을 마치고 윤아는 먼저 발걸음을 뗐다.

“잠깐만.”

수현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윤아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물어뜯으면서 고개를 돌리려는 충동을 간신히 삼켰다. 비릿한 피 냄새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찌릿한 아픔은 흐릿해지는 정신을 더 또렷하게 했다.

그녀는 자신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 것을 들었다.

“왜 그래?”

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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