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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할 수만 있다면...

강소영은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켰다. 하마터면 정말 수현에게 원하는 걸 말해버릴 뻔했다.

‘지금은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야. 냉정해져야 해.’

소영은 얼른 화제를 바꿔 어르신의 병세에 관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 귀국하고 한번도 할머님을 뵙지 못했네. 괜찮으시면 조만간 한번 찾아뵙고 싶은데 어때?”

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거절했다.

“나중에. 할머니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래.”

그의 말을 들은 소영은 입가의 웃음이 옅어졌다. 매번 이런 식이다. 왜인진 모르지만 선월은 소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수현을 구해준 은인이기에 예의를 갖추는 정도다. 그녀를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은 분명 소영을 그저 은인으로만 생각한다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영과 달리 심윤아는 친손녀처럼 대한다는 사실이 소영을 더욱 안달 나게 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

소영은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_

휴가를 마친 윤아는 회사로 돌아왔다.

연차를 급하게 쓰는 바람에 휴식 전 인수인계를 잘했어도 일손이 모자랐다. 윤아가 돌아왔을 땐 업무상의 허점들을 이미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돌아쳐야 했다. 윤아 앞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일 때문에 점심시간이 되어야 간신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임연수는 바쁜 윤아를 위해 중간중간 마실 음료를 가져다주곤 했다. 윤아는 바쁜 와중에 연수가 가져다준 커피를 들어 한입 마셨다가 커피의 씁쓸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지는 감각에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잔을 내려놨다.

연수가 다시 돌아왔을 땐 그 뒤로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아 차게 식은 커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윤아 님. 커피 새로 타서 그릴게요.”

연수의 말에 윤아는 드디어 일에 파묻혀있던 머리를 들며 말했다.

“연수 님. 앞으로 커피 대신 따뜻한 물로 주세요.”

“네?”

연수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커피 안 마시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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