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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결국, 연수는 윤아의 잔잔한 호수 같은 표정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다시 앉긴 했지만, 연수는 여전히 화가 사그라지지 않은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윤아 님. 저 사람들이 하는 말 못 들으셨어요?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정말이지 당장 달려가 저 인간들 입을 찢어버리고 싶어요.”

반면 윤아는 느릿하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는? 저 사람들 말 몇 마디에 반응했다가 구내식당으로 쫓겨나 밥 먹는 것도 모자라 저들이 하는 말에 찔려서 손까지 댔다는 소리 듣게 할거예요?”

윤아의 말에 연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윤아 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알아요. 그런 뜻 아닌 거. 하지만 지금 저 사람들한테 따지러 간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연수 씨가 반격하든 안 하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까지 막을 순 없어요.”

연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고 윤아 님이 저런 모욕을 당하는 걸 듣고만 있으라고요? 전 못해요.”

자신을 대신해 화를 내주는 연수의 모습에 윤아는 마음이 찡해났다. 평소에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겁쟁이인 줄만 알았는데 관건적인 순간에는 이렇게 불같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

윤아는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모욕이라고 할 수는 없죠.”

그의 말에 연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윤아 님. 뭐라고요?’

“저 사람들이 한 말 다 맞죠. 우리 집이 망한 것도, 수현 씨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도.”

“그럴 리가요...”

연수는 계속해서 윤아를 대신해 말해줬다.

“윤아 님이 회사에서 제일 도움이 많이 되는 사람인걸요. 능력이 이렇게 출중하신데 어느 회사든 윤아 님을 원할걸요. 윤아 님만 계시면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니까요. 저 사람들 하는 말 하나도 안 맞아요.”

“됐어요.”

윤아가 서둘러 수연의 말을 멈췄다.

“어서 먹어요. 그 정성으로 돌아가서 더 많이 배우세요.”

연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윤아의 모습에 뭐라 더 말하기도 무안해 그저 화를 삭이며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윤아는 무표정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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