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화

여기까지 말한 성민은 잠시 회상하다가 말을 이었다.

“다들 맛있다고 했습니다.”

“뭐라고요...”

성민의 이 얘기를 들은 소영은 더는 웃음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원래 이 도시락을 성민에게 주려고 했었다. 수현이 바쁠 거라 생각되어 조수에게라도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점심때 수현이 돌아왔다. 심지어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고 조수와 사무실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소영은 순간 자신의 성의가 짓밟혔다고 느껴졌다.

“아가씨, 왜 그러십니까?”

성민은 앞에 서 있는 소영을 보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이 말을 듣자, 소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간신히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그러면 전 먼저 수현 씨 보러 갈게요.”

“네.”

소영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성민은 얼굴의 웃음기를 사악 지웠다.

똑똑--

“들어오세요.”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소리.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늘한 얼굴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수현이 눈에 안겨 왔다.

일하고 있는 수현은 특별한 아우라를 풍기며 더 잘생겨 보였다. 검은색 셔츠 깃이 살짝 흐트러졌고 넥타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으며 단추도 두 개 풀려 매끈한 목선을 드러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그의 눈동자는 매우 짙었고 아무 감정도 엿볼 수 없었던 평소와는 달리, 지금의 그는 더 날카로웠고 매력적이었다.

소영은 늘 알고 있었다. 수현의 외모는 탁월했고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리고 완벽한 몸매에 어마어마한 집안까지 더했으니,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런 남자야말로 소영의 마음에 꼭 들 수 있었다.

소영은 저도 모르게 제자리에 서서 넋을 잃은 채 수현을 바라보았다.

들어온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눈치챈 수현이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소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소영아.”

일 처리를 하면서 찡그러졌던 눈썹은 소영을 보자 많이 펴졌다.

“웬일이야?”

이 말을 할 때, 수현의 주위에서 맴돌고 있던 차가운 공기는 점점 누그러졌다.

소영은 옅게 웃음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