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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엄청 한가한가 봅니다. 아니면 업무가 배달로 바뀌기라도 했습니까? 바꿔...”

계속 말하려다가 수현은 멈칫했다. 조수가 한 말 중 포인트를 잡았기 때문이다. 바로 심 비서 세글자였다.

“아까 뭐라고 했습니까? 심 비서요?”

조수는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네. 배달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조수가 이 말을 마치자마자 수현은 윤아가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

「할머님께서 수현 씨 아직 점심 먹지 않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방금 회사로 수현 씨 좋아하는 거 시켰어. 레스토랑 쪽은 이미 배달했다고 하던데, 받았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수현은 이 메시지를 보고 나서 얼굴빛이 그나마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날 피할 땐 언제고... 마음에도 없는 행동 하네.”

말을 마친 수현은 조수에게 눈짓했다.

“이리 줘요.”

“네.”

조수는 손에 들도 있던 봉지를 탁자에 놓았는데 그 옆엔 마침 소영이 만든 사랑의 도시락이 놓여있었다. 이 장면이 약간 거슬렸던 조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수현에게 말했다.

“대표님, 아까 강소영 아가씨가 만든 도시락을 저에게 준다고 하셨죠?”

“네.”

수현은 점잖게 대답했다.

조수는 속셈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가 혼자 먹기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사무실 기타 사람들과 나눠 먹어도 될까요? 음식 낭비는 되도록 면하는 게 좋을지 싶습니다.”

이 말을 듣자, 수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런 수현의 모습을 본 조수는 수현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바로 이때 그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해결하라는 권한을 줬으면 알아서 할 것이지, 이 작은 일도 물어봅니까?”

“알겠습니다.”

수현이 후회라도 할까 봐 조수는 당장 도시락을 들고 밖에 나갔다.

-

거의 퇴근할 때쯤, 소영은 또다시 회사에 왔다. 집으로 돌아간 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였다.

점심을 먹을 시간에 무슨 약속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현이 자신을 홀대했다는 점이 내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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