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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어, 어?”

소영은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이건, 그녀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소영은 수현을 위해 점심을 만들려다가 다친 손가락을 그에게 보여주면서 그가 감동하고 자신을 안쓰러워하는 그런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둘은 사무실에서 자연스레 더 친밀한 관계로 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이런 상황이 아니라...

소영은 이대로 포기하기 싫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수현 씨, 무슨 약속인 거야? 만약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나 사무실에서 수현 씨 기다리고 있을게.”

“소영아, 미안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러니까 먼저 돌아가.”

“나...”

소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조수는 그녀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소영 아가씨, 갑시다.”

“...”

소영은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는 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보았다.

‘이러면 어때? 설마 모른 척하겠어?’

하지만 소영의 예상과는 반대로 수현은 아예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보지 못한 듯했다. 조수가 다가왔을 때, 그는 이미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영은 제자리에 서서 점점 멀어지다가 사라지는 수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조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가씨, 가실까요?”

소영은 수현의 조수를 힐끔 보았는데, 그는 지금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나 말투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느낌은 정확했다. 수현의 이 조수는 확실히 소영을 좋아하지 않았다.

필경 모든 회사 사람이 수현과 윤아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영이 하필 이때 도시락을 들고 회의실 앞에 와서 수현을 기다렸다.

정말이지 무슨 속셈인지 뻔히 알렸다.

조수는 오랜 시간 동안 윤아와 지내면서 윤아에 대한 호감이 대단했다. 그는 윤아가 업무처리 능력도 뛰어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소영이 이러는 것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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