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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이 말을 듣자, 윤아는 오히려 웃었다.

“그래요? 그런데 지금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건데요.”

“두려워한다니요!”

소영은 윤아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현 씨 생명의 은인이라면서요. 그런데 수현 씨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없으면 나더러 이런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하겠어요.”

순간, 소영의 얼굴엔 독기가 스쳤다. 윤아가 생명의 은인이고 뭐고를 직접 입에 담을 때면 소영은 피가 말라 드는 것 같았다. 윤아가 그 말을 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이라도 되찾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화를 억누르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에 평온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목구비는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윤아 씨가 기어코 이 아이를 낳겠다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왜 이걸 준비했겠어요.”

이 말을 마친 소영은 또 다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윤아에게 말했다.

“아무튼 나 믿어봐요. 절대 윤아 씨 엿 먹이는 일을 없을 거니까.”

윤아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 얼굴이 바뀌는 ‘공연’을 보게 될 줄은 말이다.

전에는 몰랐으니 망정이지 오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나니 정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소영의 얼굴이 바뀌는 속도가 가히 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럼 소영 씨도 나 믿어봐요.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더라도 소영 씨가 말한 일들, 내가 다 해낼 테니까.”

“윤아 씨!”

소영은 윤아가 정말 단호하게 사인하지 않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윤아 씨가 사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 조항들을 지킬지 말지를 누가 알겠어요?”

“사인해도 꼭 지킬 거란 보장은 없어요. 내가 정말 뭘 하려고 한다면 합의서에 적힌 위약금쯤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소영은 윤아를 쏘아보며 물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예요?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도 난 허락했어요. 그러니까 윤아 씨도 사인이라도 해서 날 안심시켜 주면 안 돼요?”

윤아는 이 말을 듣자, 눈썹을 찡그렸다.

“강소영 씨, 알아둬야 할 게 있어요. 아이 일은 소영 씨가 허락해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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