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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그날, 수현은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아침 식사를 끝마쳤다.

도우미들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현의 표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란히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수현과 윤아의 뒷모습과 그들의 친밀한 언행으로부터 이미 화해했다 여긴 것이다.

그 후 며칠간, 연차를 쓴 윤아는 서둘러 회사에 복귀하는 대신 요양원에 있는 수현의 할머니, 김선월을 보러 다녔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김선월의 상태가 더 좋아진 듯했다.

윤아도 요즘 마음이 편했다. 모든 것은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렇게 보름이라는 시간은 벌써 사나흘이나 지났다.

가끔 그녀는 혼자 조용히 있을 때 아랫배를 살살 어루만지기도 했다.

사실 그녀의 마음가짐도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제일 처음 임신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녀는 이 아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서 앞날이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윤아는 자신과 배 속의 아이가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하나로 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가슴 속에 살며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많은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하기 어려운 말들을 배 속 아이에게 속삭이기도 했다. 이는 윤아와 아이의 연결이 더 끈끈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모든 일들은 차근차근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윤아도 할머니가 수술을 마칠 때까지 무탈하게 보낼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연차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려 했을 때, 소영이 다시 한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밖에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저번 사건 뒤, 윤아는 소영과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소영의 목적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여기까지 고려한 윤아는 주저하지 않고 거절했다.

“강소영 씨, 날 왜 만나려는지 알고 있어요. 근데 아쉽게 됐네요. 난 이미 결심했거든요. 그 어떤 경우에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더는 만날 필요가 없어요.”

그녀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 까닭이었을까, 소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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