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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운전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고용주가 아직 차에 타지 않았는데... 그는 조심스레 차창을 내리고 밖에 덩그러니 서 있는 수현을 봤다. 그는 얼굴빛이 흙빛이 돼서는 온몸으로 어두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낮은 소리로 윤아에게 말을 건넸다.

“사모님. 대표님이 아직...”

“수현 씨는 일이 있어서 안탑니다. 가죠.”

운전기사는 윤아의 말에 감히 대답하지도, 그렇다고 정말 차를 몰고 떠날 수도 없었다. 비록 그의 고용주는 진수현이라지만 그도 알다시피 뒷좌석에 앉아계신 분은 진수현의 부인이시다. 대표님은 평소에 사모님 말씀이라면 뭐든 따르며 그에게 극진해 대부분 사모님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느 쪽에도 밉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차 문이 벌컥 열리더니 진수현이 몸을 굽혀 차에 탔다.

윤아가 그를 쳐다봤지만 수현은 그녀의 시선은 신경도 안 쓴 채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차갑게 운전기사를 보며 말했다.

“운전하세요.”

그의 목소리는 차갑다 못해 한기를 내뿜는 듯했다. 기사님도 더 지체하지 않고 얼른 액셀을 밟았다.

차 안에는 불편하고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 윤아는 자신이 그렇게 하면 그가 차에 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이런 경우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하지만 윤아는 이제 수현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 말도 수현이 자기 입으로 내뱉은 말인데 쪽팔린 사람도 장본인이겠지. 윤아는 부끄러울 사람은 자신이 아닌 수현이라 생각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윤아는 조금 전에 받은 프린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윤아는 수현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수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차 안은 오직 윤아가 종잇장을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수현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윤아를 바라보았다. 밝지도 않은 차 안에서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종잇장을 넘기며 열심히 보고 있었다. 보기 좋게 올라간 속눈썹은 그녀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위아래로 흩날렸다. 윤아는 매우 집중하고 있었고 수현에게 말을 할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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