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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맞는 말이다. 그가 받아온 수치는 미세하지만 분명 변화가 있었고. 이는 윤아의 감이 맞았다는 걸 의미한다.

윤아는 짧게 대꾸하고 말없이 프린트를 정리에 도로 넣었다. 이윽고 무언가 떠오른 듯 수현에게 말했다.

“사실 할머님이 수술을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 오늘 오후에 수술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 말에 수현은 멈칫했다.

“그래?”

“응.”

수현은 윤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니 요양원에서 들었던 선월에게 잘하는 이유는 자기 때문이 아니라던 윤아의 말이 그저 홧김에 한 거짓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윤아는 그를 정말 친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현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앞으로 더 주의하지.”

선월의 얘기에 두 사람은 오랜만에 평화를 만끽했다. 그러나 그 얘기가 끝나니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운전석에 있는 기사님은 이 상황들이 조금 믿기지 않았다. 윤아와 수현이 차에 탈 때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대판 싸울 것 같이 꽁꽁 얼어있던 분위기였는데 얼마 안 돼 도란도란 어르신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역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생각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두 사람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잠시나마 풀렸던 분위기가 다시 처음처럼 꽁꽁 얼어붙어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기사님:”...”

‘됐다 됐어. 도통 이해를 못 하겠네. 운전에나 집중하자.’

집에 도착한 후, 윤아는 수현보다 먼저 차에서 내려 곧장 출입문 쪽으로 또각또각 걸어갔다.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다. 얼마 안 가 수현은 윤아의 뒤에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저택의 도우미들은 윤아가 무표정으로 먼저 집에 들어오고 뒤따라 수현도 그늘진 얼굴도 따라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사모님이 비를 홀딱 맞고 돌아왔던 그 날부터 집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혹여 실수라도 했다간 윤아와 수현의 불똥이 튈까 봐 더더욱 일에 차질이 없도록 애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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