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아는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강소아는 몸을 살짝 떨면서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소아 씨...”최군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손을 잡았다.“늦었는데 이만 돌아갈까요?”강소아가 흠칫했다. 그는 명령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최군형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강소아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차갑던 얼굴도 강소아 앞에서만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그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강소아를 대하고 있었다. 구자영과 하수영에게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양으로 달려온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사랑 외에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군형 씨, 아주 힘들었죠?”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실 많이 놀랐어요. 내게 적응할 시간을 줘요.”최군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이내 크나큰 기쁨이 그의 몸을 감쌌다. 강소아가 낮지만 똑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엔 군형 씨가 제게 맞춰줬잖아요, 제 가족과 살아온 환경까지. 전 군형 씨한테 맞춰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내가 맞춰줄게요.”“소아 씨...”“반딧불도 별이 내려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요. 높이 날지는 못하더라도 별이 있는 하늘에 조금은 가까워져야죠.”최군형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웃고 싶었지만 대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꼭 안았다.“군형 씨, 좀만 살살... 나 숨 막혀요!”강소아가 붉어진 눈으로 웃으며 최군형의 등을 때렸다. 최군형이 연신 사과했다.“아,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너무 흥분한 탓이었다. 강소아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두 사람은 웃으며 손을 잡고 길
조금만 잘해줘도 금세 헤실거리는 꼴이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급해진 최군형은 맹수처럼 강소아의 허리를 휘어잡고는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에게 몸을 맡긴 채 그에게 안겨있었다.최군형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팔의 힘을 풀고는 헝클어진 강소아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강소아의 눈에는 약간의 놀라움과 달콤함이 들어있었다.최군형은 강소아가 힘이 풀린 것을 눈치채고는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들어 올린 뒤 계속해서 걸었다.“군형 씨.”“네?”“하나만 물어봐도 돼요?”“네, 얼마든지요.”“왜 갑자기 당신 신분을 알려준 거예요?”최군형이 멈칫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오래도록 입을 떼지 못했다.그들은 인적 드문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그제야 최군형이 입을 열었다.“우리 부모님 얘기 해줄까요?”강소아가 웃으며 최군형의 어깨에 기대 그의 말을 들었다.“우리 아빠도 전에 이렇게 했었어요. 아빠가 다른 사람으로 속인 채로 엄마와 사귀기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대요.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에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살해당할 뻔했어요.”강소아가 깜짝 놀란 듯 숨을 들이쉬며 눈을 크게 떴다.“그 일이 엄마에게 상처가 됐던 모양이에요. 다행히 화해하긴 했지만요. 지금도 우리 아빠는 엄마라면 꼼짝도 못 해요. 지금 신분을 밝힌 이유는... 아빠처럼 하고 싶지 않아서예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 솔직해야 하잖아요. 난 소아 씨가 상처받는 모습 보기 싫어요.”“군형 씨...”“어떻게든 당신을 지킬게요.”최군형이 강소아의 눈을 보고 말했다. 강소아가 배시시 웃었다.“나도요, 나도 당신을 지킬게요.”“바보.”“진짜예요! 꼭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음... 그럼 그렇게 하죠. 정말 날 지킬 거라면, 어머님이 날 혼낼 때 내 편을 들어줘야 해요!”강소아가 피식 웃었다.두 사람은 힘껏 껴안았다. 그들 주위를
“군형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최군형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생각을 멈추고 강소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아무것도 아니에요.”“제 말 들었어요?”최군형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누가 봐도 안 들은듯한 모습이었다. 강소아가 웃으며 말을 반복했다.“당신 신분 말이에요, 제 동기들에게도 비밀로 하면 안 돼요?”“아...”“당신한테 필요 없는 일들이 생길까봐요...”강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필요 없는 일?여자 동기들이 최군형의 신분을 알게 되면 앞다투어 그에게 몰려들 게 뻔했다. 최군형을 눈여겨보지 않는 여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지금처럼 가난한 모습을 유지하는 게 나았다.“걱정 마요, 그런 일은 없어요.”“뭐래...”“나도 당신 말을 따를게요.”최군형이 강소아에게 머리를 맞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음 날, 메시지 한 통이 와있었다. 본교 교직원 한리가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해고 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선물을 주며 그녀를 아니꼽게 봤던 학생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인솔자가 없어졌기에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강주로 돌아가자 소정애가 활짝 웃으며 급히 마중 나왔다. 그녀는 최군형을 이끌고 가게로 들어가며 말했다.“군형이 왔구나! 너 없는 새에 진열대가 엉망이 됐어! 그리고 상품이 왔는데 소준이는 학교에 있어서 아저씨가 그걸 옮기려 하다가 또 허리를 삐끗했어... 전에 보니까 네가 잘 고치던데, 한 번만 더 고쳐줘! 가게 일 정리되면 얼른 집에 와, 족발 만드는 거 알려줄게! 아 맞다, 진열대 정리하고 겸사겸사 청소도 좀 해놔, 먼지가 잔뜩 쌓였어. 또...”“엄마, 그만해요! 금방 왔는데 좀만 쉬게 해주면 안 돼요?”강소아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쉬긴 뭘 쉬어? 이렇게 훤칠한 청년인데 이깟 일이 힘들겠어?”“엄마!”최군형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그가 최상 그룹 도련님인 걸 알았으니 이렇게
최군성은 강소아를 만난 뒤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가까이 가서 자세히 관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 큰 손이 최군성의 목덜미를 잡았다. 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하고 싶은 거야?”“아니... 형, 이 손 놔!”최군형이 애써 웃으며 자리에 앉아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강소아도 웃으며 어색한 기류를 깨트렸다.최군형은 동생을 흘깃 쳐다보고는 강소아의 의자를 끌어와 자신에게 바짝 붙였다.최군성은 형이 이렇게 소유욕 넘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는 헤헤 웃으며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최군성이라고 합니다, 형이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죠!”“지금은 아니야.”“형, 좀 봐줘!”최군형이 그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 최군성은 육연우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소개했다.“이쪽은 육연우에요. 연우야, 이 분이 내가 말했던 형수님, 강소아 씨야!”두 여자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가볍게 웃으며 목례했다.최군형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방금은 죄송했어요! 평소에는 안 이러는데, 그냥...”“네?”“너무 선해 보이고 아름다우세요! 하지만 우리 형은 달라요, 할머니와 아빠를 닮아서 성질이 몹시 나쁜데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나다니, 정말 놀랍...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군형이 최군성을 찰싹 내리쳤다. 육연우는 웃으며 테이블 밑으로 최군성을 잡아당기며 말하지 말라는 사인을 해 보였다.강소아도 활짝 웃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차가운 시선은 강소아에게만 따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모두 강주에서 유명한 음식들이었다. 그들은 베스트 레벨 호텔의 최고층에 앉아 강주의 번화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멀리 바다가 보였다. 햇볕이 내리 쬔 해수면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네 사람은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아름다운 시간은 마치 청춘의 빛으로 장식된 한 폭의 그림 같았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두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앞서 걸으며 귀여
최군형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이 두 사람이 ‘자매 같은’게 아니라, 어쩌면...“형, 왜 그래? 멍하니 뭐 해? 빨리 와, 아이스크림 사러 갔어!”“아, 근데 아이스크림이 왜? 소아는 아이스크림 좋아해.”“연우는 지금 먹으면 안 돼!”“안 돼...?”최군성이 흠칫하고는 얼굴이 빨개진 채 형을 이끌고 여자들의 뒤를 따라갔다.......즐거웠던 하루가 끝났다. 최군형과 강소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밥상에는 소정애가 차린 진수성찬이 놓여있었다.“군형아, 소아야! 빨리 와서 밥 먹어!”소정애가 웃으며 밥을 뜨러 갔다. 아이가 배불리 못 먹을까 항상 걱정하는 게 부모 된 마음일 것이다. 최군형의 그릇은 강소아의 얼굴보다도 컸다.최군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배를 만지작댔다. 오랜 운동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복근이 말랑한 아기배로 변할까 봐 걱정이었다.그는 밥을 떠먹으며 밥상에 둘러앉은 네 식구를 쳐다보았다. 이 집에 온 뒤로 이렇게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기는 처음이었다. 보면 볼 수록 우미자의 말에 믿음이 갔다. 강소아와 그들 식구는 정말 닮은 구석이 없었다.최군형은 복잡한 심경으로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올 때 봤는데, 우미자 아줌마가 공원에 계시더라고요.”“우미자? 그 사람 딸이 돌아오면서 뭐 좋은 걸 사 왔나 보지.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 난 거 아니야?”“그런 거 같아요. 옆에 여자 한 명이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얼굴은 잘 못 봤어요. 아, 전에 진찰해달라고 한 번 왔었는데, 미자 아줌마랑 똑같이 생겼던데요.”“그러니까! 얼굴형이 똑같아요. 수호신 형, 유전의 힘이 세긴 세나 봐요. 나랑 아빠랑 나가면 사람들이 나보고 미니 강우재라고...”“밥이나 먹어!”소정애가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젓가락으로 강소준의 머리를 쳤다. 뭘 말하든 상관없었지만 생김새 얘기는 꺼내면 안 됐다. 찔리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집에서 말하지만 않으면 이
“군형아, 너... 너 안 믿는다면 내가 증명해 줄게!”강우재가 소정애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앉으라고 손짓했지만 소정애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는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손에 뭔가를 들고나와 최군형에게 그 물건을 넘겨줬다.“봐, 소아의 출생증명서야! 부, 강우재. 모, 소정애! 이제 믿겠어? 이건 병원에서 떼온 거야!”“아줌마, 진정해요. 전 못 믿겠다고 한 적 없어요...”최군형이 급히 일어섰다.“이제 우미자 그 미친X 소리는 그만 들어!”소정애가 몸을 부들거리며 소리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식사가 끝난 후, 최군형은 밖에서 최군성과 통화하고 있었다.“군성아, 물어볼 게 있어. 너한테 아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다 그 아이가 네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 그럼 어떻게 할 거야?”“형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바람맞았으면 좋겠어?““아니, 진지하게!”최군성이 조금 생각하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처음엔 화도 내고, 설명도 하려 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 난 떳떳하니까. 그리고 내 친아들이 맞다며.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뭐 어때?”“그 아이가 너랑 안 닮았다면?”“형, 계속 이럴 거야?”“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그러면 어쩔 거냐는 소리잖아.”최군형이 입을 삐죽였다.‘이런 걸 왜 물어보지?’“그럴 리가 없잖아. 친자식이면 어딘가는 닮은 구석이 있겠지! 난 아빠랑은 닮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닮았잖아!”“할아버지처럼... 언제나 화가 나 있다고?”“할아버지도 젊었을 땐 엄청나게 잘생겼거든? 그러니까 내 뜻은, 아이가 꼭 부모를 닮는다는 법도 없어. 어떤 특징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기도 한대.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렇지, 이게 정상인의 사고방식일 것이었다. 처음에야 화가 날 것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었다.하지만 소정애의 반응은 어딘가 찔리는 곳이 있는 사람 같았다.찔린다고...?최군형이 눈을 가
이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훔치겠는가?최군형은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녀의 행복한 웃음은 가짜라고 보기엔 어려웠다.‘이 광경을 파괴한다면, 다시 이런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혹시나 오해라면...’최군형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슴에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했다.밤이 깊었다. 강우재와 소정애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약한 빛이 창문에 비쳤다.강우재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내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이제... 소아 출생증명서는 꺼내지 마.”소정애는 강소아의 어릴 적 사진을 펼쳐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을 본 그녀의 손이 우뚝 멈췄다.그들 부부가 강소아를 안고 부둣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강우재가 눈을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거 가짜잖아. 절대 군형이한테 그걸 보여주면 안 돼! 위조 전문가라는 거 잊었어? 이게 가짜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걸!”소정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 사실을 잊을 수가 있지?“아냐, 그럴 일 없어... 잠깐 꺼낸 거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거야!”“그러니까 우미자랑 좀 그만 싸워. 그 여자가 뭐라 하든 그냥 내버려둬! 우리가 찔려서 이러는 거로 생각하면 어쩌려고...”소정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찔린 게 맞았다.최근 그녀는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의 그 배로 돌아가는 악몽을 종종 꾸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작디작은 강소아가 홀로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달려가 강소아를 안아서 들려 하자 하자 강소아는 이미 성인의 모습을 한 채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왜 날 못 돌아가게 해요? 대체 왜!”소정애는 눈물을 뚝뚝 떨궜지만 한 마디도 얘기하지 못했다.“집에 못 가게 하고, 우리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했잖아! 미워! 미워!”소정애가 깜짝 놀라 꿈에서 깼다. 베개가 흠뻑 젖어있었다.지금 그 꿈을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숨이 가빠왔다. 하필이면 이때 강우재가
소정애가 잠깐 생각하더니 작게 웃었다.“간단하지, 군형이를 잘 대해주면 될 거 아니야.”“어떻게 하는데?”소정애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 부부는 열심히 가게를 경영해 왔다. 엄청난 돈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남부러운 것 없이 살 수는 있었다. 이 집 말고도 시내에 새 집 한 채가 더 있었다.소정애는 가게와 낡은 집을 모두 강소아에게 주고 자신들은 강소준과 함께 새집에서 생활하려고 했다. 돈도 조금만 남기면 됐다.가게를 강소아에게 주면 수입이 보장될 것이고, 지금 사는 집을 강소아에게 주면 거처가 해결될 것이었다. 이 집은 학교와 가까우니 강소아와 최군형의 자식이 학교에 다니기도 편할 것이다.소정애가 빙그레 웃었다.“소아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거야. 이 정도면 군형이를 여기 남겨놓을 수 있겠지.”강우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정애를 칭찬했다. 강우재에게도 강소아는 소중한 존재였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잘 보살필 수 있다면 그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다음 날, 최군형이 상품을 정리하는데 구봉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도련님!”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무슨 일입니까?”“도련님이 분부하신 거 아닙니까? 그동안 하수영의 행적을 쫓았습니다.”“어때요? 뭐 발견한 거 있어요?”“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아요. 하수영의 통화 내역 중에 종종 등장하는 번호가 하나 있는데, 추적해 보니 남양 번호였어요. 자세히 조사해 보니, 글쎄...”“뭔데요?”“육명진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육 씨 집안의 육경섭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핸드폰을 쥔 그의 손끝이 하얘졌다.“도련님, 조사해 보니 육명진이 나이가 많은데도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꽤 있는 모양이에요. 전엔 여자 연예인과 좋지 않은 소문까지 났었고요! 하수영이 설마 돈 때문에...”최군형이 인상을 쓰고 입술을 깨물었다. 틀림없이 육소유와 관련 있었다.“다른 건 없나요?”“일단은 여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