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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나석진이 허리를 숙여 여자의 모자를 벗겼다. 숙이였다!

“너 얼굴이...”

숙이가 슬픈 얼굴로 황급히 면사포를 써 얼굴의 상처를 가렸다. 나석진은 알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얘기하자.”

나석진이 숙이를 부축했다. 숙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주춤거리며 나석진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바깥의 찻집을 찾았다. 주인이 숙이의 차를 식탁에 올려놓자 숙이가 본능적으로 이를 피했다.

나석진은 인상을 썼다. 그녀의 얼굴에 생긴 흉터가 생각났다.

“도련님... 저, 송지아 전하에게 잡혀갔었어요.”

나석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재판이 끝난 뒤 윤씨 가문에서 사람을 시켜 숙이와 옥이를 보호하게 했었다. 가연 왕후가 형을 선고받고, 옥이도 문제없이 빠져나왔는데, 숙이는 왜?

“제 동생이 아직 병원에 있어서요. 어느날 집에 갔는데 송지아 전하 부하들이 거기 있었어요. 저도 그날따라 경호원을 데리고 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잡혀갔어요.”

“그래서?”

숙이가 면사포를 벗었다. 핏자국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이게 다 송지아 전하 짓이에요.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마약을 주사하겠대요... 그 말에 응하고서야 겨우 도망 나왔어요.”

“어떤 일을 시켰어?”

숙이가 사진을 꺼냈다. 최연준과 송혁준의 사진이었다. 정상적인 포옹이었지만 각도 탓인지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나석진이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지만 이를 티 내지 않고는 물었다.

“이게 다야? 혁준이는 나 씨, 윤씨 가문과 모두 친해, 매제와는 학교 친구이기도 하고. 친구 사이에 포옹은 별거 없잖아. 사진 한 장이 뭘 설명할 수 있는데?”

“혹시... 모르세요? 혁준 전하 어떤 분인지 잘 아시잖아요.”

“너...”

“혁준 전하가 왕위를 계승한다면, 왕후를 맞아들이진 않을 거잖아요. 남양의 보수적인 분위기로 봐서 이런 국왕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고요.”

“그게 무슨 뜻이야? 혁준이가 국왕 자격이 없다는 거야? 네가 그런 걸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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