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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나석진을 쳐다보다가 서지현의 앞으로 달려가 자기 몸으로 두 사람을 떼어내려 애썼다. 나석진도 그녀 앞에서는 순순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나쁜 놈! 나쁜 놈! 지난번에 우리 아가 괴롭힌 놈!”

나석진은 말문이 막혔다. 방금 어머니라고 부른 건 다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서지현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그게 아니라요, 아저씨는 날 괴롭힌 게 아니라... 그런데 잠깐, 아저씨를 알아요?”

송임월은 정신이 오락가락해 종종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석진더러 ‘지난번’의 나쁜 놈이라고 했다.

서지현은 기쁜 나머지 소리 지를 뻔했다.

“엄마! 윤 회장님 약이 효과가 있나 봐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윤 회장... 아, 아니야, 윤 회장 아니야. 어릴 때 봤는데, 이 사람보다 윤 회장이 훨씬 잘생겼어!”

송임월이 나석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석진은 순간 굳어버렸다. 자기 아빠보다 못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윤정재보다 못하다니! 송임월이 또 어떤 말을 뱉어낼지 벌써부터 무서워졌다.

“흥, 나쁜 놈!”

나석진을 흘겨본 송임월이 서지현의 팔을 이끌며 말했다.

“나랑 가자... 저놈이랑 놀지 마, 나쁜 놈!”

“풉...”

서지현은 크게 웃으며 나석진에게 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 엄마 뒤를 따라갔다. 18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사랑이라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아저씨는 잠깐만 있어요... 어차피 다른 데 가지도 않을 테니까.’

나석진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심호흡하고는 다시 궁전 밖으로 걸어갔다.

본래는 서지현을 황궁 밖으로 데리고 나가 보통의 커플들처럼 데이트하려 했다.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다. 회전목마를 타는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태양 아래 서서히 녹아가는 콘 아이스크림을 먹고, 솜사탕도 먹고 싶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박혀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훈은 아직도 송이수의 서재에 있었다. 아직 한참은 더 걸릴 것 같았다.

갈 곳 없는 나석진은 황궁 속을 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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