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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나석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너...”

어릴 적부터 금이야 옥이야 자라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맞다니? 이럴 수가!

나석진은 화가 나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신난 서지현을 보니 화가 사르르 풀려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말랐는데, 손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나석진이 미소 지었다. 서지현은 턱을 한껏 쳐들고 득의양양하게 나석진을 쳐다보았다. 이때 나석진이 서서히 서지현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서지현은 벽 한구석으로 몰려 있었다.

나석진은 지난번처럼 한쪽 손을 벽에 짚은 채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그윽한 눈에 온통 그녀의 모습이 담겼다.

서지현은 얼굴이 한껏 달아올랐다. 고요한 내전 속에 자기 심장 소리만이 울리는 것 같았다.

“뭐... 뭐 해요? 전하 앞에서 무례하게!”

서지현이 외쳤다. 하지만 나석진의 눈에 그녀는 그저 발톱을 세운 새끼 고양이처럼 아무런 위협도 없는 존재였다.

나석진이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방금 인사를 올렸잖아요!”

“그래도 이건 무례한 거예요!”

나석진이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졌다.

“이것도 전하께서 주신 건데.”

“네?”

“혼사와 같은 일은 홀로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전...”

“당연히 제가 해야죠!”

서지현이 어리둥절한 사이 나석진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가 몸부림쳤지만 끄떡없었다. 나석진은 서지현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밀착시켰다.

서지현은 그의 가슴을 퍽퍽 치며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었다.

“전하, 황궁 생활이 불편하시죠?”

“네...”

“가요, 나가서 놀아요!”

그 말이 끝나자 베개 하나가 나석진의 뒤통수를 명중했다.

“아!”

나석진이 짜증이 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자식...”

하지만 베개를 던진 장본인의 얼굴을 확인한 뒤 나석진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뒤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어머니! 깨셨어요? 어머님 보러 왔다가 마침 전하를 만나 얘기하던 참이었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약은 계속 쓰고 있죠? 걱정 마세요, 윤 회장님은 제 이모부시니, 가장 좋은 약을 주셨을 거예요. 호전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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