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 이 아저씨가 가르쳐줄게.”윤슬은 몸을 다른 쪽으로 기울이며 침착하게 한 대표의 손을 피했다.곧 새로운 판이 시작됐다.한 대표는 윤슬의 패를 훑어보았고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녀가 마음대로 패를 내는 것을 보고 정말 칠 줄 모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이수 그들과 얘기를 나눴고 손은 자꾸 무의식적으로 윤슬의 의자 등에 걸쳤다.윤슬이 있어도 몇 명의 대표는 거리낌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고, 시도 때도 없이 사리에 어긋나는 말을 했다.화제는 윤슬과 부시혁의 결혼으로 옮겨갔다.한 대표는 알면서도 물었다.“너랑
부시혁 대표?윤슬이 룸 입구를 바라보다 부시혁의 차갑고 무거운 눈빛과 마주쳤다. 짧은 일 초의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시선을 옮기고 찻주전자를 잡은 손을 풀었다.“부시혁 대표님,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윤슬 옆에 앉아있던 한 대표가 따라서 일어서며 공손하게 말했다.룸 안에 있는 몇몇 남자들은 전부 부시혁보다 나이가 한 바퀴, 심지어는 두 바퀴 정도 많지만 이 바닥에서의 부시혁의 수완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FS그룹이 한창 전성기이니 그 누구도 대놓고 부시혁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부시혁은 윤슬을 힐끗 보고 들어와 나지막
“부시혁 대표님, 양이수 대표님, 회사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어서 노세요. 차와 디저트가 제가 계산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윤슬은 가방을 가지고 떠났다.타일 위에서 딱딱 맑은 소리가 났고 가녀린 뒷모습은 이내 룸 밖으로 사라졌다.한 대표는 윤슬이 가는 것을 보고도 개의치 않고, 마작을 하면서 부시혁을 초대했다.“부시혁 대표님, 내일 저녁 7시에 술자리가 있는데 가서 좋은 술 좀 드셔보시겠어요?”“내일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부시혁은 덤덤하게 말하며 패를 만져도 보지 않고 일어섰다.그는 테이블에 있는 양이수 몇 명을 훑
길가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통화를 하던 윤슬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휘청거렸다.그 모습에 부시혁은 잔뜩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리곤 윤슬을 번쩍 안아 들었다.“꺄악!”갑자기 몸이 부웅 뜨는 느낌에 윤슬은 비명을 질렀다.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우산을 겨우 잡은 윤슬은 다른 한 손으로 남자의 셔츠를 꼭 부여잡았다.“부시혁 씨, 내려줘요!”하지만 부시혁은 그녀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곤 조수석 문을 벌컥 열더니 윤슬을 차 안으로 구겨 넣었다.그 와중에 친절하게 벨트까지 해주는 남자를 보며 윤슬은
잠깐 망설이던 부시혁이 전화를 받았다.“시혁 씨, 미팅은 끝났어?”수화기 저편에서 고유나의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응.”“그럼 백화점으로 와서 나랑 어머님 픽업 좀 와줄래? 쇼핑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네. 박 기사는 민혁이 데리러 갔거든. 부탁 좀 하자.”부시혁은 조수석에서 잠 든 윤슬을 힐끗 바라보더니 대답했다.“그래. 15분 뒤에 도착할 거야.”“그래, 조심해서 와.”윤슬이 쓰는 향수 냄새로 물든 차를 둘러보던 부시혁은 또 왠지 모르게 치미는 짜증에 미간을 찌푸렸다.우산을 펴고 차에서 내린 부시혁이
“유나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갑자기 어두워진 고유나의 표정을 눈치챈 왕수란이 물었다.고유나는 바로 휴대폰을 다시 핸드백에 넣고 별일 아니라는 듯 싱긋 웃었다.“아니에요. 엄마가 언제 집에 들어올 거냐고 물으시네요. 차에서 내리면 따로 전화드리려고요.”고유나의 말에 왕수란은 별다른 의심 없이 부시혁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왕수란이 그녀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다시 휴대폰을 꺼내 친구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문자의 요지는 마침 오늘 한일 펜션에 있었던 친구가 미팅 중인 부시혁을 발견했
윤슬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성준영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소파에 기댔다.“우리 두 그룹도 사업 파트너잖아요? 이럴 때 서로 돕고 그러는 거죠.”하지만 성준영의 말을 윤슬이 곧이곧대로 믿을 리가 없었다.“성준영 씨, 우리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에요.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이죠. 비즈니스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기로 한 거고요. 지금 천강그룹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다들 피하는 시한폭탄 같은 회사에 더 좋은 하청업체를 소개해 주겠다... 그 말을 제가 믿을 수 있을까요?”성준영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
하지만 윤슬은 더 이상 부씨 집안 며느리가 아니었다. 왕수란의 말도 안 되는 폭력을 견딜 필요가 없다는 걸 의미했다.윤슬은 왕수란의 손목을 낚아챈 뒤 거칠게 뿌리쳤다. 생각지 못한 윤슬의 반격에 왕수란은 발목을 삐끗하더니 중심을 잃고 그대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아이고, 회사 대표가 사람을 때리네.”“사모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로 하시죠.”윤슬의 맑은 눈동자에 언짢음이 서렸다.“또다시 폭력을 행사하신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당당한 윤슬의 모습에 왕수란의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