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가 또 실수한 거야?”“큰 실수 아니야.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뭐.”나란히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부시혁이 구시렁댔다.“하이고, 아주 팔불출 나셨네.”하지만 처음 보는 부시혁의 모습에 윤슬은 왠지 가슴이 욱신거렸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저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한편, 여유로운 표정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던 남시완이 물었다.“윤 대표님, 전 남편분과 사이가 별로 안 좋으신가 봐요?”남시완의 질문에 윤슬이 싱긋 미소 지었다.“글쎄요. 애초에 사이가 좋았으면 이혼도 안 했겠죠?
일본식 가운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은 남탕, 여탕 갈림길에 멈춰 섰다.육재원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윤슬의 허리를 바로 휘감았다.“자기야, 우리 같이 담가볼까?”싱긋 미소 짓던 윤슬은 팔꿈치로 육재원의 옆구리를 가격했다.“우악!”육재원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배를 감싸 안았다.“자기야, 왜 때려!”윤슬은 바로 그를 흘겨보았다.“맞을 짓을 하니까 그러지. 혼욕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혼욕이 뭐 어때서? 우린 커플이잖아.”육재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위장 커플이잖아.”말을 마친 윤슬은 타월을 어깨에 올
고유나의 머릿속에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옛날에 편지로 노래 잘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지금은 안 불러?”“아, 그때 성대를 다쳐서 이젠 안 부르기로 했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어색하게 화제를 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편지의 주인이 살아있는 한 언젠가 그녀의 모든 거짓말이 들통날 건 시간문제였다. 그녀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편지의 주인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뿐이었다.고유나는 눈을 반짝이더니 윤슬이 있는 샤워 부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계획이 머리를 휘감았다
cctv 영상을 확인한 세 사람은 한 시간 반 전쯤 윤슬과 육재원이 온천관으로 들어간 게 윤슬의 마지막 모습임을 확인했다.즉, 윤슬은 아직 온천관에 있다는 걸 의미했다.“당장 그쪽으로 가봐야겠어요.”이 말만을 남긴 채 육재원은 문을 나섰다.고유나는 자연스럽게 부시혁의 팔짱을 꼈다.“시혁아, 우린 이만 돌아가자.”“아니!”부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육재원은 네가 윤슬한테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어. 피하면 피할수록 의심만 더 늘어날 거야. 그러니까 일단 가보자.”“그래, 알겠어.”온천관 앞에 도착한 두 사람
괜히 사람 들뜨게 해놓고. 이게 뭐야! 그리고 윤슬, 피가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 안 죽었다고? 목숨줄 하나 더럽게 질기네.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표정을 들킬까 싶어 바로 마음을 다잡고 미소를 지었다.“살아있대! 다행이다, 그치?”고유나는 부시혁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육재원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윤슬을 깨우려는 듯 그녀의 몸을 살짝 흔드는 육재원을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육재원의 목덜미를 잡아 윤슬에게서 떼어놓았다.“지금 뭐 하는 겁니가!”바닥에 벌렁 주저앉은 육재원이 소리쳤다.“지금 머리를 부
방금 전 온천관 샤워실에서 묻은 바디워시와 똑같은 향이었다. 그런데 왜 그의 욕시에서 똑같은 향이 느껴지는 걸까?설마... 윤슬이 실수로 바디워시를 쏟은 게 아니었나?마지막으로 호텔 샤워실을 사용한 건 고유나였다. 설마 고유나가...샤워 가운을 잡은 부시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고유나가 욕실에 배치한 바디워시가 눈에 들어왔다.며칠 전 새로 산 바디워시가 반도 남아있지 않았다.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과 함께 윤슬이 누구 때문에 다쳤는지 확신이 든 부시혁은 샤워 가운을 내팽겨치고 욕실을 나섰다.한편, 소파에 앉아 왕
“그럼, 나 용서해 주는 거지?”부시혁은 용서한다고 말하지도, 고유나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지도 않은 채 말없이 욱신거리는 미간을 마사지했다.“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러다 정말 윤슬이 죽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고개를 푹 숙인 고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그냥 무서워서 그랬어. 너랑 슬이 어쨌든 6년 동안 부부였잖아. 네가 슬이한테 흔들렸을까 봐... 그래서 다시 슬이한테 돌아갈까 봐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바로 후회하긴 했지만 차마 너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어.
윤슬은 창백한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샤워하고 나오다 넘어진 건데... 내 실수는 아닌 것 같아.”“왜? 뭐 의심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육재원의 질문에 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샤워 부스에서 나오고 미끄러운 액체 같은 걸 밟고 넘어졌거든. 끈적한 타입에 향까지 느껴졌던 걸 보면 바디워시였던 것 같아.”“샤워실 바닥에 왜 바디워시가 쏟아져 있었던 거지?”육재원이 고개를 갸웃했다.“글쎄.”“누가 실수로 쏟은 건가? 그걸 재수 없게 네가 밟은 거고?”육재원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하지만 윤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