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안고 싶었는데.’“그래, 점심은 준비 다 됐어?”노부인이 허허 웃으며 도우미에게 물었다.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준비됐어요.”“그럼 얼른 차려라. 바로 식탁으로 자리를 옮길 거니까.”노부인이 대답했다.도우미는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리고 자리에서 떠났다.장씨 아주머니는 노부인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윤슬아, 가자. 할머니랑 점심 먹으러.”그러자 윤슬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노부인의 다른 팔을 잡았다.그렇게 세 사람은 나란히 안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걸어갔다.부시혁은 또 한 번 덩그러니 혼
부시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슬이 먼저 손을 들고 말했다.“저요. 저도 볼래요.”‘재원이의 친구가 소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네.’부시혁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다급하게 손을 든 여자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한번 보지.”“네.”장 비서는 짧은 대답과 함께 주머니에서 자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찾아낸 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윤슬과 부시혁은 자세히 보려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그리고 윤슬은 장 비서 핸드폰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확대된 사진이라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부시혁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아마 소성이 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거나, 어머니를 배신했다는 이유로 화풀이해 준 게 아닐 거야.’아무래도 이건 때린다고 화가 풀릴 만한 일이 아닌, 목숨이 걸린 원한이었다.그걸 윤슬이 모를 리가 없었다.그렇기에 윤슬이 화풀이해 준 일은 너무 심각한 사건은 아닐 것이다.윤슬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장 비서를 한번 쳐다보았다.“어제 아침에 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다고 한 거, 기억나요?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했잖아요.”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나.”윤슬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지
“장용이 너한테 알려줬어? 전부?”부시혁이 물었다.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확신으로 가득했다.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 비서한테 시혁 씨의 반응을 말했더니,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그래서 알려준 거예요. 장 비서도 자기 입장에서 시혁 씨를 위로해도 당신이 듣지 않을 거란 걸 아니까, 저한테 알려준 거예요. 아무래도 제 말은 들을 거 아니에요.”운전석에 앉아있는 장 비서가 너무나도 감동했다.‘윤슬 씨, 정말 좋은 분이야.’이건 장 비서가 입이 가벼워서 자기한테 알려준 게 아니니, 부시혁이 장 비서를 탓하지 않았음에 윤슬
윤슬은 일부러 유치란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그리고 은근슬쩍 운전석 쪽을 쳐다보았다.운전석에 앉아있는 장 비서는,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쓴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윤슬 씨, 죄송해요. 제가 말실수했어요. 그땐 윤슬 씨가 꾸민 일인 줄 모르고 그렇게 얘기한 거예요. 알았으면 당연히 그런 말 안 했죠.”‘세상에, 윤슬 씨의 뒤끝도 이렇게 길 줄이야. 확실히 소성을 때린 행동이 유치하다고 했지만, 나중에 잘했다고 칭찬했잖아. 아무래도 소성이 입원한 건 사실이니까.그런데 윤슬 씨가 칭찬을 완전 무시하고 유치하다
“윤슬 씨 말이 맞아요. 만약 하늘이 소성을 좋아한다면 정말 눈이 먼 게 아닌지 의심했을 거예요.”장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물론 아부하는 느낌도 꽤 들었다.그러자 윤슬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장 비서는 얼른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사실을 말한 건데요. 그렇죠, 대표님?”부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윤슬이 표정이 또 살짝 진지해졌다.“시혁 씨, 소성이 어머님의 어떤 유물로 협박한 건지, 알아냈어요?”부시혁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소성한테 물어봤는데, 알려주지 않았어.
연세 높으신 노부인이 전 며느리의 스캔들 때문에 우울해하는 모습을 부시혁은 참을 수가 없었다.더구나 노부인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만약 소성이 말한 유물이 정말 그런 거라면 부씨 가문이 웃음거리가 되는 건 둘째 치고, 화가 나신 할머니가 돌아가실까 봐, 부시혁은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부시혁은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윤슬의 말을 들은 부시혁은 침묵했고 심지어 약간 타협했다.부시혁은 그런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소유를 풀어주면 네가 억울하잖아.”한참이 지나자, 부시혁이 드디어
얼마 지나지 않아, 윤슬과 부시혁은 천강에 도착했다.장 비서는 차를 세우고 아주 자연스럽게 앞좌석과 뒷좌석을 가리는 칸막이를 내렸다.부시혁과 윤슬이 곧 오늘 마지막 작별을 할 것이다.그리고 두 사람의 꽁냥거리는 정도를 봐서, 몇 시간의 이별이긴 하지만 부시혁에게 있어서 아주 긴 시간이 될 것이다.그래서 부시혁은 트림 없이 윤슬과 서로 껴안거나, 키스하기에, 장 비서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알아서 칸막이를 내려 둘만의 공간을 내주었다.‘내가 눈치 빠르다고 칭찬하시겠지? 어쩌면 기분이 좋아서 보너스를 더 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