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가 담겨있는 차가운 눈빛에 소성은 부시혁이 자기한테 겁을 주려고 한 말이 아닌 진심이란 걸 알았다.만약 소성이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고 그걸 부시혁이 발견한다면 부시혁은 가차 없이 소성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만약 젊었을 때의 소성이라면 죽음이 두렵지 않았겠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많을 걸 겪으니 점점 용기를 잃고 죽음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죽음이 무서워졌다.특히 이런 신분으로 죽는 건 더욱 무서웠다.죽으면 지금 그가 가지고 있던 돈, 지위, 권력을 모두 잃으니까. 그럼 소성은 더 이상 이런 삶을
“네, 바로 가겠습니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들었다.“그럼 이사장님, 이만 가보겠습니다.”윤슬이 손을 흔들었다.“네, 수고하세요.”“아니에요.”김리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 났는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몸을 돌렸다.“참, 이사장님, 이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말해보세요.”윤슬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김리나에게 말하라고 했다.그러자 김리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서서 입을 열었다.“비서실에 조수 한 명이 부족해서 오늘
범여나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국 윤슬에게 알리지 않고 육재원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육재원은 박희서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그러자 범여나는 완전히 안심하고 윤슬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이사장님, 박 비서가 지금 사임한 게 제가 짐작한 대로일까요?”“모르겠지만 네 추측이 불가능하지는 않아.”윤슬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에는 박희서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윤슬이에게 별로 여성 친구가 없었다. 있는 두 사람이 바로 박희서와 진서아이다.진서아가 신우 따라 경주로 돌아갔지만, 요 몇
‘내가 지금 불쾌하고 있는 게 안 보여?’육재원은 박희서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그러나 입가에 맴돌고도 말을 잇지 못했다.답답한 마음에 육재원은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털어 입에 머금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하지만 화염이 연기 가까이 다가온 순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침대를 향해 약을 마시고 있는 박희서를 잠시 쳐다본 뒤 담배를 피우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라이터와 담배를 다시 넣었다.‘됐어, 안 피울래.’‘이 담배 너무 맛없어, 다음번에는 다른 걸로 바꿔야겠어.’육재원은 입술을 오므리며 생각이 복잡
윤슬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인사팀에서 들은 건 아니에요. 여나가 인사팀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우연히 들었어요. 그래서 여나가 저에게 얘기해 준 거죠.]“그랬군요.” 박희서는 그제야 여나가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다니!아마도 하늘도 그녀가 이사장님께 비밀로 하길 원치 않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여나가 어떻게 그 시간에 인사팀에 나타날 수 있겠는가?[그래서 정말 사직하려는 겁니까?]윤슬이 입술을 깨물며 묻자 박비서는 고민 하나 없이 바로 대답했다.“네.”박희서라는 당사자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박희서의 말에 그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풍자를 의인화한 듯한 모습이었다.자기한테 거짓말을 하라 시키는 육재원을 비꼬는 것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비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아마도 박희서의 거짓말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윤슬은 전혀 문제를 듣지 못하고 그대로 믿었다.[그랬군요. 나는 박 비서 몸에 문제가 생겨서 회사를 떠나고 싶은 줄 알았습니다. 몸의 문제가 아니라면 저도 안심이 되네요.]“죄송합니다, 이사장님.” 박희서가 사과했다.윤슬은 이미 완전히 안심한 상태였고, 그녀의 사과를 듣고는 가볍게 웃으며
그러나 이 순간 박희서는 패닉 상태였다. 왜? 당연히 자신의 거짓말이 들키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니까. 박희서는 실제로 해외로 나갈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사장으로 하여금 자신을 배웅하러 오게 할 수 있겠는가? 가면 바로 들통날 텐데. 박희서는 손에 핸드폰을 꽉 쥐고 급히 설명했다. “제가 구매한 항공권이 밤 11시거든요, 그 시간에는 너무 늦어서 이사장님께서 왔다 갔다 하시기에 너무 번거로우실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사장님이 저를 배웅하러 오시면 부시혁 대표님도 걱정하실 겁니다.” 윤슬은 턱
육재원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안 될 거야 없지.” 육재원의 말에 박희서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누가 그런 걸 원하겠어?’ “됐어요. 나는 이만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육재원이 손을 뻗어 습관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윤슬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박희서의 머리 위에서 손을 멈추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왜 자신이 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많은 여자들이 윤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육재원은 그 여자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