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불쾌하고 있는 게 안 보여?’육재원은 박희서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그러나 입가에 맴돌고도 말을 잇지 못했다.답답한 마음에 육재원은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털어 입에 머금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하지만 화염이 연기 가까이 다가온 순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침대를 향해 약을 마시고 있는 박희서를 잠시 쳐다본 뒤 담배를 피우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라이터와 담배를 다시 넣었다.‘됐어, 안 피울래.’‘이 담배 너무 맛없어, 다음번에는 다른 걸로 바꿔야겠어.’육재원은 입술을 오므리며 생각이 복잡
윤슬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인사팀에서 들은 건 아니에요. 여나가 인사팀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우연히 들었어요. 그래서 여나가 저에게 얘기해 준 거죠.]“그랬군요.” 박희서는 그제야 여나가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다니!아마도 하늘도 그녀가 이사장님께 비밀로 하길 원치 않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여나가 어떻게 그 시간에 인사팀에 나타날 수 있겠는가?[그래서 정말 사직하려는 겁니까?]윤슬이 입술을 깨물며 묻자 박비서는 고민 하나 없이 바로 대답했다.“네.”박희서라는 당사자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박희서의 말에 그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풍자를 의인화한 듯한 모습이었다.자기한테 거짓말을 하라 시키는 육재원을 비꼬는 것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비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아마도 박희서의 거짓말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윤슬은 전혀 문제를 듣지 못하고 그대로 믿었다.[그랬군요. 나는 박 비서 몸에 문제가 생겨서 회사를 떠나고 싶은 줄 알았습니다. 몸의 문제가 아니라면 저도 안심이 되네요.]“죄송합니다, 이사장님.” 박희서가 사과했다.윤슬은 이미 완전히 안심한 상태였고, 그녀의 사과를 듣고는 가볍게 웃으며
그러나 이 순간 박희서는 패닉 상태였다. 왜? 당연히 자신의 거짓말이 들키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니까. 박희서는 실제로 해외로 나갈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사장으로 하여금 자신을 배웅하러 오게 할 수 있겠는가? 가면 바로 들통날 텐데. 박희서는 손에 핸드폰을 꽉 쥐고 급히 설명했다. “제가 구매한 항공권이 밤 11시거든요, 그 시간에는 너무 늦어서 이사장님께서 왔다 갔다 하시기에 너무 번거로우실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사장님이 저를 배웅하러 오시면 부시혁 대표님도 걱정하실 겁니다.” 윤슬은 턱
육재원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안 될 거야 없지.” 육재원의 말에 박희서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누가 그런 걸 원하겠어?’ “됐어요. 나는 이만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육재원이 손을 뻗어 습관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윤슬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박희서의 머리 위에서 손을 멈추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왜 자신이 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많은 여자들이 윤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육재원은 그 여자들의
이덕규는 육재원에게 친한 친구 중 한 명이기에, 육재원은 이덕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평소 느긋한 성격의 이덕규가 이렇게 빠르게 일을 처리한 걸 보면, 이덕규가 얼마나 육재원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육재원이 부탁한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육재원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윤슬은 이덕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윤슬은 육재원의 말을 듣고서야 이덕규가 일 처리 속도가 느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자기 일을 이토록 신속하게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