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7화 부러진 다리

의사가 떠난 다음 방안에는 강주환과 윤성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하룻밤 꼬박 새운 강주환은 초췌한 얼굴로 윤성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거야? 굳이 너도 다치고 나도 다쳐야만 속이 후련하겠어?”

윤성아는 말 못 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 하나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

“이게 대표님이 원하는 거잖아요.”

“내가 언제 그런 걸 원했다고 그래?”

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는 윤성아가 얌전히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얼마든지 사랑과 정성을 줄 수 있었다. 아내의 자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저 아직은 기다림이 필요할 뿐이었다.

“하하...”

윤성아는 차가운 웃음소리를 냈다. 어두운 눈동자는 아무런 빛도 없이 공허하기만 했다.

“제가 도망을 가면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했죠? 다행히 대표님 손 더럽힐 것 없이 스스로 부러졌네요.”

말을 마친 윤성아는 자기 다리를 바라보면서 피식 비웃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머리를 들어 강주환과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차갑고 공허하지만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도 계속 도망갈 거라고요.”

“계속?”

“네! 죽기 전까지 계속!”

“고집 좀 그만 부려, 제발.”

강주환의 목소리는 피곤함으로 인해 걸걸해졌다. 태도도 난생처음 이토록 비굴했다.

“난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제발 그만하자, 응?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줄게.”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봤자 강주환이 들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설득의 말은 들어줄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홱 돌리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더 이상 강주환을 보기도 싫다는 뜻이었다. 강주환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슴 아프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강주환은 그날 밤도 떠나지 않고 윤성아의 곁을 지켰다. 말 한마디 못 나눈다고 해도 저녁에 함께 잠들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튿날, 강주환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