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는 전에 임서우와 겨루어봤으니 분명 임서우의 실력을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변우현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변우현은 많은 고수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변우현을 비웃을까?“대장로 님!”이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야?”“저 최만수입니다. 다친 데는 괜찮습니까?”최만수가 왔다는 것을 확인하자 변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최만수가 분명 걱정되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쩌면 변우현이 죽으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다. 최만수는 지독하고 악랄하여 남겨두면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만약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변우현은 진작에 최만수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들어와.”변우현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대장로님, 괜찮습니까? 상처는 어때요?”최만수는 걱정스레 물었다. 변우현은 속으로 매우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자네가 나를 걱정해 주니 별문제 없어.”변우현은 덤덤하게 말했다.“무사하다니 다행입니다. 임서우 이 자식이 이렇게 지독하게 손을 쓰다니.”최만수는 실망한 눈빛으로 변우현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됐어. 일 없으면 꺼져. 일찍 쉬고 싶어.”변우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최만수는 눈치가 없어 변우현이 듣기 싫은 소리만 하였다. 변우현이 보기에 최만수는 그저 병신일 뿐이다.그러자 최만수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 역시도 고대 무출 총회의 호업인데 변우현이 이렇게 자신을 대하면서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니.최만수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대장로 님, 암영문 사람들이 뵙고 싶어 합니다.”최만수는 공손하게 말했다.“암영문?”변우현은 살짝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리고 분위기는 갑자기 엄숙해졌다.암영문과 무술 총회는 줄곧 적대적인 관계였는데 지금 암영문의 사람들이 갑자기 그를 찾아왔으니 틀림없이 일이 있을 것이다.“암영문 사람들이 왜
지금 고대 무술 총회 암영문과 협력하지 않으면 임서우를 무너뜨릴 수 없다. 그들은 반드시 협력해야만 한다. 변우현은 임서우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지만 그의 이번 임무는 현용도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다.만약 현용도를 얻지 못하면 맹강호는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먼저 임서우부터 죽이고 다시 현용도를 논하는 건 어때? 공평하게 경쟁하면 되잖아.”십장로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현용도를 양보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암영문이 이번에 움직인 것도 현용도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선천 대사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기 매우 어렵다.현용도를 얻어서 그 비밀을 풀어야만 실력이 향상될 수 있고 종사가 될 수 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변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우리가 연합하면 임서우는 절대 살아 돌아가지 못할 거야.”십장로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 임서우의 실력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해. 회장님만이 그와 겨룰 수 있을 거 같으니 청주 민씨 가문도 참여한다면 우리의 승산이 커질 거야.”변우현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듣자 십장로의 안색은 어두워졌다.이를 눈치챈 변우현이 말했다.“왜그래?”“솔직히 말하면 오기 전에 예슬 아가씨를 찾아갔지만 같이 협력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어.”십장로는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변우현은 어리둥절해졌다. 십장로는 암영문의 대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민씨 가문은 그를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내버려둬. 민씨 가문이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가 임서우를 죽인 후 그들까지 함께 처리하면 돼. 늦었어. 이만 돌아갈게.”십장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일어서서 텐트 밖으로 나왔다.“하하하!”십장로가 떠난 후 변우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암영문의 십장로가 문전박대를 당하다니. 변우현은 너무 신기하고 어이없다고 생각했다.십장로는 변우현의 웃음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십장로가 떠나
하지만 하운산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현용도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밤이라 산은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고대 무술 총회 베이스캠프.“당장 모두에게 알려. 하운산으로 집합해.”이틀간의 휴식 끝에 변우현의 부상은 거의 회복되었다.동시에 암영문 사람들도 출동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수들이 다시 하운산으로 출발했다.민예슬은 산속에 있는 작은 정원이 달린 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심한 진동을 느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아가씨, 지금 여러 세력이 현용도를 뺏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출발할까요?”강소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민씨 가문의 부하들도 모두 초조해졌다. 현용도를 얻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았다. 만약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청주에 돌아갔을 때 벌을 받게 될 것이다.하지만 덤덤하게 앉아 있는 민예슬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그래서 강소진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서우 오빠 쪽은?”민예슬은 고개를 들고 강소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임서우 밖에 없었다. 다른 것에는 아무런 흥취가 없었고 언급할 가치도 없어 보였다. 그녀는 단지 임서우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을 뿐이다.전에 암영문에서 민예슬을 찾아와 같이 협력하여 임서우에게 맞서자고 했다.민예슬이 미치지 않은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임서우는 그녀의 신이다.민예슬이 묻자 강소진은 어리둥절해졌다. 강소진은 임서우가 뭐가 그렇게 잘나서 민예슬이 이렇게 잊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민씨 가문은 임무를 수행하러 이곳까지 왔지만 민예슬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서우 씨 쪽은 아무 일도 없고 아직도 신가구 초등학교 안에 있어요. 움직임이 있으면 제가 즉시 보고할게요. 아가씨, 우리가 이번에 신가구에 온 목적은 현용도 때문인데 아가씨가 계속 임서우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좀 그렇지 않아요?”강소진은 공손하게 말했다.“네 말을 들어야 해?”민예슬은 불쾌한 표정으로 강소진을 쳐다봤다.“아닙니다!”강소진은 깜짝
“그래. 신수호가 현용도를 얻어달라고 부탁했는데 내가 거절했어.”신정훈의 말을 듣고도 임서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임서우는 이미 암영문의 일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신수호가 어렸을 때부터 암영문에 가입했을 줄은 몰랐다.“할머니에게 이런 비밀이 있다니.”임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때 김서윤이 다급하게 달아서 들어 오면서 말했다.“서우 씨, 암영문, 고대 무술 총회 그리고 민씨 가문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총회와 암영문은 한배에 탔고요.”김서윤의 말을 듣자 임서우는 번쩍 일어섰다. 순간 웅장한 카리스마를 뿜어냈고 신정훈에 이에 깜짝 놀랐다.비록 신정훈은 거의 백 년 살았지만 임서우처럼 기세가 웅장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보아하니 임서우의 배경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태숙조, 우리도 출발합시다.”임서우는 신정훈을 보며 말했다....하운산 정상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이번에 온 사람은 이전보다 더 많았다. 며칠 사이에 더 많은 고대 무술 고수들이 왔다.이때 하운산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모든 사람은 현용도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하하하!”갑자기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방향을 쳐다봤다.“고대 무술계의 고수 여러분, 현용도의 출현을 보러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그림자 몇 개가 빠르게 돌진해 나왔다. 그리고 수백 명의 사람들은 갑자기 멈춰 섰다.임서우 등인이 나타난 것을 보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당장이라도 임서우를 죽이고 싶었다.‘뻔뻔한 자식! 자기가 진짜 대단한 인물인 줄 아나 봐. 누가 보면 현용도가 자기 것인 줄 알겠네.’“서우야, 너무 잘난 척하지 마.”신정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겸손해지기엔 제 실력이 너무 뛰어나잖아요.”임서우는 뒷짐을 지고고 서서 말했다.그러자 신정훈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는 백 살이 넘도록 살면서 좀처럼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임서우는 정반대였다. 그는 온 세상이 그의 실력을 알아줬으면
임서우는 암영문 사람들이 빨리 손을 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X발! 십장로 님, 제가 저 자식을 죽일게요!”“저도 함께 하겠습니다!”“나도 끼워줘요!”...수십 명이 함께 소리쳤다.“그래! 임서우는 너무 잘난 척해! 같이 저 자식을 혼내 주자!”“아니면 계속 X랄 할 거야!”다른 세력들도 나섰다.“닥쳐!”이때 십장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가만히 있어.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너희가 왜 그리 조급해?”십장로가 차갑게 말했다.“네.”그러자 다들 머리를 숙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지만 감히 십장로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고대 무술 총회마저 임서우를 건드리지 못하니 임서우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임서우의 다음 먹잇감은 누구 일가?민씨 가문일까?임서우와 민씨 가문이 싸운다면 재밌는 그림이 될 것이다.특히 고대 무술 총회와 암영문의 사람들은 임서우와 민씨 가문이 싸우기를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그들은 잘못 생각했다.임서우는 민씨 집안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민예슬도 다정한 눈빛으로 임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민예슬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마음속에는 온통 임서우 뿐이었다.강소진이 임서우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원망이 가득했다.하지만 민예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감히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모든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다.‘이 두 사람은 뭐 하는 거야? 아무 말도 안 하고.’결국 임서우는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그는 민예슬을 모욕할 수 없었다.임서우가 돌아서는 것을 본 민예슬도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도 임서우가 자신과 말을 걸어주기를 바랐다.‘안 되면 말다툼이라도 했으면 좋을 텐데.’하지만 임서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민예슬은 눈시울이 촉촉해졌다.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감정을 조절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민씨 집안의 체면이 구겨질 것이다.십장로와 변우현 두 사람은
드래곤 네이션의 경외, 만리 전장에서 거위 털 같은 함박눈이 흩날렸다.백만 장병은 혹한의 추위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히 수천 개의 대진을 만들었는데 국경의 새하얀 설산에 새까맣게 뒤덮여 장관을 이루었다!광풍이 휘몰아치고 거센 눈보라가 일어도 백만 영웅이 함께 모인 거대한 행렬 앞에서는 빛바랠 따름이었다!살벌한 기운이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백만 명의 최정예 병사는 바로 드래곤 킹덤의 엘리트이다.5년 동안 그들은 염라 판관처럼 드래곤 네이션 변방에서 과감한 살육을 펼치고 누차 혁혁한 공을 세워 이웃 나라 적들의 악몽으로 거듭났다!전장에서 그들은 막강한 공격으로 백전백승을 이루어 적의 위엄을 짓누르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오늘날 드래곤 킹덤은 국경을 평정 짓고, 백전백승의 용사들은 만천하를 제패하여 널리 이름을 떨쳤다!1년 전, 여러 이웃 나라들이 다른 가문의 세력과 연합하여 구룡산맥에 천라지망을 설치했는데 그 목적은 바로 드래곤 네이션의 드래곤 킹덤 오너 임서우를 매복 공격하기 위해서였다.임서우는 여러 나라 세력과 피 튀기는 사투를 벌여 적들을 대거 학살했다. 그는 각 나라 수장과 여러 세력의 지배자들을 전부 교살하여 구룡산 최고봉에 시신을 내걸었다.전 세계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드래곤 킹덤은 이 기회를 틈타 변방을 침략한 잔당을 일거에 소탕하여 드래곤 네이션 변경을 평온하게 회복시키고 국경의 통일을 이루었다.다만 임서우는 이 전투가 끝난 뒤 종적을 감췄다!반년 전, 임서우가 신변의 장교들에게 문자 한 통 보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국경에 전란이 없고 그도 곧 결혼하여 평범한 삶을 살 터이니 변방이 무사한 한 절대 서울에 찾아와 그의 안일한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현재 적국은 1년간의 원기회복을 마치고 또다시 국경선에 병력을 추가 파병하며 꿈틀거리고 있다.드래곤 킹덤에서 임서우는 그들의 유일한 킹이다.드래곤 네이션에 국군이 없으면 안 되듯이 드래곤 킹덤에 더 킹이 없으면 안 된다.호크아이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며 무서운 속
임서우는 변방에서 현실 사회로 돌아와 진짜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그는 23살 생일에 허민서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그런데 정작 그녀는 임서우가 힘들게 돈 버느라 흘러내린 땀을 싫어했다.고생해서 흘린 땀인데 그녀는 땀 냄새가 역겹다고 한다!그럼에도 임서우는 1년 동안 그녀와 함께한 정을 그리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네가 원하는 거 내일 다 주려고 했어. 날 믿어, 민서야. 네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줄게!”허민서는 한숨을 내쉬며 살짝 지친 듯이 말했다.“서우야, 나 그만할래. 넌 그저 가난한 남자였어. 돈도 권력도 집도 차도 없는데 대체 네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겠니?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내일 바로 가서 이혼하자.”말을 마친 허민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실에 들어갔다.이어서 임서우는 침실문을 안으로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거실에 걸린 두 사람의 결혼사진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안으로 잠긴 침실문을 보면서 저도 몰래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가 늘 자랑스럽게 여겼던 ‘진짜 사랑’이 결국 돈 앞에서 무너지다니.하늘이 선택한 행운의 여신 허민서는 불과 한두 시간을 앞두고 곧 다가올 행운을 제 손으로 무너뜨렸다.임서우는 30분 동안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었다.오늘 밤엔 침실에 못 들어갈 듯싶으니 소파에서 하룻밤을 때우는 수밖에.이때 침실문이 열리고 허민서가 예쁜 얼굴을 내밀었는데 표정은 한없이 차가울 따름이었다.임서우는 내심 기뻤다. 그녀가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미련을 못 버리는 줄로 여겼다.하지만 곧이어 핑크 하트 모양의 박스가 임서우의 발 옆에 내동댕이쳐졌다.이 박스는 그가 허민서에게 주려고 침대 머리맡에 놔뒀던 선물이다.그녀는 지금 쓰레기를 버리듯 그의 선물을 매정하게 내팽개쳤다.임서우는 허리를 숙이고 박스를 주우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이 안에 뭐 들어있을지 열어보지도 않네?”“필요 없어. 난 더이상 이런
다음날 이른 아침, 임서우와 허민서는 나란히 집에서 내려와 그들이 사는 낡고 허름한 대문 앞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임서우가 허민서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더 생각해보지 않을 거야?”허민서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이미 다 결정했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녀가 새로 산 구찌 가방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최신형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허민서는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옆에 있는 오동나무 아래로 걸어가 부드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몇 달 전만 해도 그녀의 이런 부드러운 목소리는 오직 임서우 전용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어느덧 전화기 너머의 딴 남자에게 돌아갔다.임서우는 두 사람의 감정이 끝났다는 걸 확인한 후 더는 집착하지 않았다.곧이어 버스가 도착하고 차 문이 열리자 임서우가 이제 막 통화를 마친 허민서에게 얼른 차 타라고 곁눈질했다.버스 앞에 도착한 허민서는 그를 힐긋 쳐다봤는데 눈빛 속에 가여움과 야유, 경멸이 살짝 담겨있었다.“서우야, 몇 달 전에 우리 결혼할 때 버스 타고 혼인 신고하러 갔는데 오늘 이혼하는 것도 버스 타고 가네. 잘 들어, 이게 바로 우리가 이혼한 이유야.”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 가면 구청이다.둘은 앞뒤 좌석으로 앉아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구청에 곧장 도착했고 직원이 두 사람을 자리에 안내한 후 각종 서류를 요구했다.직원은 서류를 검토하며 그들에게 물었다.“두 분 모두 충분히 생각하셨죠? 재산분할은 마치셨나요?”허민서가 지체 없이 말했다.“네, 이미 결정했으니 얼른 절차 진행하세요. 우리는 딱히 나눌 재산이 없어요. 집은 셋집이고 차 살 돈도 없어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전 재산이에요. 얘가 산 것도 있고 내가 산 것도 있는데 전부 다 얘한테 남겨줄 거예요. 적금도 몇만 원 정도 있겠는데 그것도 얘한테 다 주겠어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허민서는 아주 관대한 척하며 말했지만 정작 경멸에 찬 그 표정은 전남편에게 동전이라도 쥐여주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