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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유강후는 손으로 온다연을 부축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연아, 네가 앞으로 어떻게 죽을지 알아?”

온다연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불렀다. 비록 완전히 취했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유강후이다.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고 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한 느낌은 정말 괴롭고 위는 타들어 가는 것 같았고 손발은 차갑고 힘이 없었다.

온다연은 유강후 몸 위에 엎드려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부목을 잡은 듯 유강후를 꽉 붙잡았다.

유강후는 그녀한테서 나는 술 냄새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혼자 갈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는 그의 몸 온도만큼이나 차가웠다. 몸에 열이 나는 것만 같던 온다연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더 달라붙고 싶었다.

하지만 온다연은 또 유강후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될수록 멀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유강후의 옷깃을 쥐어뜯으면서 말끝을 흐렸다.

“어쩌면...”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미끄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도 거짓말을 한다고?

유강후가 팔을 굽히자 온다연은 마치 뼈가 없는 생물체처럼 그의 팔에 반쯤 걸려있었고 발도 땅에서 떨어졌다.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웠다.

이때 문밖에는 따라오던 학교 지도자 몇 명이 서 있었다. 유강후의 품 안에 자기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랐다.

“강후 씨, 이분은?”

유강후는 핏기가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온다연을 힐끔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자기 품속으로 묻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씨 가문 조카예요.”

그러자 학교 지도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학교에 뜻밖에도 유씨 집안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유강후의 조카인 유하령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유하령은 몇 년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또 조카가 있다니?

그들은 온다연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유강후의 품에 묻혀있어 뒤통수만 보였다.

유강후는 그들에게 온다연의 정체를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온다연의 허리를 꽉 잡고 학교 지도자들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학생들에게 술 시중을 들게 하다니. 정말 너무 하네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 말을 들은 학교 지도자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유강후의 배후에는 유씨 가문이 있다. 유씨 가문은 권력과 재력 면에서 모두 최상급에 있는 명문가이다. 학교 교장은 말할 것도 없고 경원시의 시장도 교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강후는 그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이권에게 말했다.

“권아, 남은 일은 알아서 처리해 줘.”

그리고 그는 온다연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팔에 반쯤 매달려 주차하는 곳까지 갔다. 유강후가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온다연이 말했다.

“삼촌, 저 토하고...”

유강후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나무 옆으로 부축하면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유강후가 떠나자 온다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강후가 이때 떠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니면 유강후는 그녀의 이런 낭패한 꼴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한참 동안 토하고 나니 속이 좀 좋아진 것 같았다. 온다연은 천천히 몸을 옮기며 옆으로 가서 쉬었다.

그녀는 눈을 감자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떠나고 싶었다.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1분 1초도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학교 공용 주차장이기에 많은 외부 차량이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떠난 방향을 힐끔 보고는 살금살금 벤츠 SUV 뒤에 몸을 숨겼다. 커다란 SUV 덕분에 그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공기 중에는 술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그녀는 차 바퀴 옆에 웅크리고 앉아 인기척을 듣고 있었다.

몇 분 후,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더니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온다연은 소리도 못 내고 도둑놈처럼 들킬까 봐 숨도 못 쉬었다. 그리고 차가운 그녀의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소리에 집중했다. 몇십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강후가 차 문을 열고 닫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가 이권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똑똑히 들었다.

게다가 유강후가 돌아가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익숙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온다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차에 몸을 더 바싹 붙였다. 그리고 잡히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녀는 순간 3년 전 그날 오후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쫓겼고 갑자기 땅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그녀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때 발소리가 멈췄다. 희미한 불빛 아래 유강후의 커다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것을 보았다. 그녀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빨리 뛰기 시작했고 유강후의 그림자만 보아도 그녀는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 그림자는 점점 가까워졌고 공기 중에는 설송 냄새가 진하게 퍼졌다.

온다연은 차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구석에 몰래 숨어 있는 어린 짐승처럼 그녀를 잡아먹으려는 대형 맹수를 몰래 응시하며 몸을 떨었다.

유강후에게 막 들키려는 순간 차 문이 열리면서 힘센 손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 온다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차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차 문이 가볍게 닫혔다. 잘 닫히지 않은 문틈으로 바깥 대화가 똑똑히 들려왔다.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 맞네요. 귀국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련님이 외국에 3년 동안 있더니 저를 잊으셨네요. 하하하.”

“임씨 가문 사람이세요? 염지호의 동생분 염지훈?”

그러자 염지훈은 웃었다.

“역시 도련님! 막 찍었는데도 맞혔군요. 저는 염지훈입니다. 그런데 도련님은 여기서 뭘 하세요? 사람을 찾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 아이가 없어져서 찾는 중이에요.”

“아. 그러세요? 몇 살이에요? 제가 같이 찾아드릴게요.”

이때 유강후는 아직 닫히지 않은 차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뚫어 버릴 것처럼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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