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화

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유강후를 쳐다봤다. 서늘한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삼... 삼촌...”

유강후는 왜 아직 떠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여기 있을까?

유강후는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핸들을 튕기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하는 어투가 담겨있었다.

“다연아, 나는 인내심이 별로 없어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차에 타라고.”

온다연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그녀의 위는 더 아파졌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뒷문을 열고 유강후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차 안은 냉기가 가득했고 온다연은 냉기 때문에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그녀의 위는 찬바람을 맞아 더 아파졌다.

유강후는 조수석 자리에서 어떤 물건을 집어 들고 온다연에게 건넸다.

“마셔.”

온다연은 받아보니 숙취해소제였다.

그리고 유강후는 또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입가심해.”

온다연은 위가 아파서 허리를 거의 펼 수 없었지만 유강후의 강한 압박감 때문에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을 먹고도 속쓰림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통증이 심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유강후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심한 통증 때문에 그녀는 사색조차 할 힘이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숙였고 그녀의 반들반들한 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맺혔다.

유강후는 한 손에 핸들을 잡고 가끔 백미러로 온다연을 쳐다봤다.

희미한 불빛 때문에 그는 온다연이 조그맣게 웅크리고 차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고집스러운 모습이 성격이 얄궂은 고양이와 같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차 안은 답답한 분위기였다.

마침내 가로수길에 접어들었을 때, 유강후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

이 길에는 차들이 엄청 적었다. 길 양측 모두 오동나무로 가득했고 불빛도 희미해서 차 안의 분위기는 야릇하게 물들었다.

유강후는 핸들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

“온다연, 말해 봐.”

유강후는 그녀가 왜 방금 그를 피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다.

온다연은 위가 아파 온몸이 땀범벅으로 되었다. 주변 가죽시트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잠깐 화장실 갔다 왔는데 안 보이더라고요.”

그녀의 거짓말을 듣자 유강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눈빛은 더 사악해졌지만 말투는 덤덤했다.

“왜 나한테 전화 안 해?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거 몰라?”

온다연은 아파서 기절할 것 같았다. 목구멍에서 피 냄새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요.”

이 말은 사실이었다. 유강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백미러로 그녀를 바라봤다.

차 공간이 크지 않은 데다 빛도 어두워서 그는 온다연의 반들거리는 이마와 살짝 벌어진 입술만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3년 전의 오후처럼 이성을 잃게 만드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참 후 유강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다연아, 3년 전 그날 오후는...”

“삼촌!”

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저는 3년 전의 일을 잊었어요.”

그녀는 손끝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그러니깐...”

“아니! 넌 기억을 잃지 않았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없고. 나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이것은 사실이야.”

비록 잠자리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잊혔던 일들이 다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녀는 겁에 질려 고개를 들지 못했으며 긴장으로 인해 위경련이 더 심해졌다.

이때 갑자기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더 심하게 났다. 온다연은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전에 빨간 액체가 그녀의 입가를 따라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란 유강후는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불렀다.

“다연아?”

온다연은 죽을힘을 다해 위를 누르며 말을 잇지 못했고 식은땀이 그녀의 옷을 거의 적셔버렸다.

유강후는 재빨리 뒷좌석에 와서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온다연은 위를 누르고 있었고 얼굴이 찌그러질 정도로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쓸쓸한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렇게 아픈데 왜 말하지도 않았어? 왜 참고만 있었어?”

온다연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아파서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다. 그는 재빨리 온다연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조금만 참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 곧 도착할 거야.”

신호위반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은 이미 아파서 기절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유강후가 창가에 서서 전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낮에 입었던 흰 셔츠에 검은 양복바지를 입었다. 넘치는 카리스마에 넓은 어깨와 얇은 허리 그리고 긴 다리까지, 뒷모습만으로도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었다.

방금 깨어난 온다연은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유강후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이때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바꿔. 병신들이야. 남겨서 뭐 해... 협력을 중단하고 경원에서 꺼지라고 해... 염씨 집안을 잘 지켜봐. 이상한 움직이면 있으면 나한테 보고해.”

누군가 그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는지 유강후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 돌아섰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깼어?”

병원의 불빛에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는 더 또렷하게 보였다. 온 세상을 혼자 사는 듯한 너무 공격적인 잘생김이었다.

온다연은 아직도 어리둥절해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유강후가 걸어가자 그의 큰 덩치는 불빛을 가렸다. 온다연은 그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움츠렸다.

“삼촌...”

유강후는 그녀의 정수리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위출혈로 일주일 동안 입원해야 해.”

은은한 설송 냄새가 병원 소독수와 함께 섞이자 그녀는 익숙한 느낌에 다시 숨이 막혀왔다.

“일주일요?”

이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녀는 돈이 필요하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유강후는 말했다.

“다연아, 일주일 동안 병원에 가만히 있어. 만약 다시 도망가면..."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남은 말을 다 하지 않고 차갑게 온다연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온다연은 몸서리를 쳤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