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유강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이때 그녀는 진정으로 남녀의 체형과 힘의 차이를 느꼈다.유강후는 덩치가 큰 몸매는 아니다. 188의 키에 날렵하고 늘씬한 몸매를 가졌고 셔츠와 양복을 입을 때 세련되고 도도했다. 전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옷을 벗으면 얼마나 튼튼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졌는지 알고 있다. 3년 전 그날 오후,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두었다.하지만 온다연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그날 오후 그의 눈빛이었다. 붉게 달아오르고 이성을 잃은 그 눈은 짐승처럼 보였고 가끔 그녀의 꿈에도 나타났다. 그 눈빛만 떠올리면 온다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래서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은 신체적과 정신적에세 모두 비롯됐다.“저, 저 도망치지 않았어요...”온다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두 손을 침대에 짚고 온다연을 침대와 자기 몸 사이에 가두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다연아, 어떤 일은 말이야. 네가 피할수록 더 엉망진창이 될 거야.”온다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떨렸고 겁에 질려 입술을 깨물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왜 일찍 돌아왔는지 알아?”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는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못했고 입술만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 옆에 작은 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고 마치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그만 깨물도록 하였다.“대답해.”온다연은 침대보를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다.“몰라요...”그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싸늘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그러자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있던 유강후의 손에 힘이 더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 유강후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온다연은 놀라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그녀가 막 눈을 뜨려고 하자 유강후는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온다연을 침대 안쪽으로 조금 옮긴 후 신발을 벗고 그녀 옆에 누웠다. 병원의 침대는 매우 작았다. 두 사람은 불편하게 누워 있었다. 특히 온다연은 유강후를 매우 두려워했다.유강후의 카리스마와 그의 체향이 공기 속을 가득 채웠다. 온다연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냄새로 가득했다. 유강후의 몸은 그녀의 등에 달라붙었고 온다연은 그 열기로 인해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고 나무처럼 굳어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녀의 침대에 누울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런 작은 병원 침대에 말이다. 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지 않았던가?온다연은 긴장해서 울고 싶었고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하지만 유강후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문자도 몇 개 보냈다.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지났고 온다연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다가 약의 작용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해지자 그녀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유강후의 무릎 위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늘고 작고 부드러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손톱은 짧았고 매니큐어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 깨끗해 보였다. 손가락은 통통했고 귀여웠다.이때 온다연이 갑자기 손을 빼갔고 몸을 뒤척이며 유강후에게 얼굴을 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손과 발도 그의 몸에 걸치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하니야, 기다려...”그녀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은 상태로 얼굴에 붙어있었다. 머리카락이 검었기 때문에 얼굴이 유난히 하얘 보였다.온다연의 이목구비는 유난히 예뻤고 피부도 하얗고 입술 옆에 보일락 말락 하는 점마저도 매력적이었다.그런데 두 눈은 수줍게 생겼고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그러면서 유강후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다연 아가씨, 어떠세요?”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괜찮아요.”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온다연은 이
온다연은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었다. 유강후는 차가운 손등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가 거두어들였다.“집사님이 네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열이 내렸네. 의사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온다연은 그제야 자신이 오후에 열이 났고 반나절이나 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잤는데 왜 머리가 아직도 무거울까?온다연은 그 원인을 유강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으로 돌렸다.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삼촌, 불 좀 켜주시면 안 돼요?”유강후는 그러자 문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조명이 켜지자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유강후를 쳐다봤다.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늘씬해 보였고 매력적이었다.그는 넥타이도 맸고 조명 아래 다이아몬드 옷깃이 화려하게 빛났다. 무심코 들어낸 손목시계도 비싼 명품 같았다.온다연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많이 봤지만 유강후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차갑고 섹시하고 고급스러웠다.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까보다 더 긴장되어 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유강후는 더웠는지 넥타이를 벗어 의자에 털썩 걸치고 양복을 벗더니 가늘고 흰 줄무늬 셔츠를 드러냈다.외투를 벗은 유강후는 카리스마가 줄었지만 도도함이 더 돋보였다. 온다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는 외투를 놓고 나갔다가 2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는데 이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쇼핑백 하나가 더 늘어났다.유강후는 쇼핑백에서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일어나서 뭐 좀 먹어.”온다연은 확실히 배가 고팠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진주 머리띠를 쥐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잘 어울리네.”깔끔한 디자인의 이 드레스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였으며 전에 입었던 치마보다 훨씬 소녀답고 예뻤다.온다연은 치마를 잡아당기며 속옷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감사합니다.”그리고
유강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 여기 병원인 거.”그러자 온다연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는 유강후가 머리가 아프거나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혹시 온다연을 유하령으로 착각했나? 이렇게까지 온다연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그러자 온다연이 한 번 더 말했다.“삼촌, 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유강후가 대답했다.“그렇지. 근데 뭐?”온다연은 다시 멍해졌다. 유강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약혼녀인 나은별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침대가 많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그런데...”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않고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러자 온다연이 다급하게 쫓아갔다.“삼촌!”유강후가 돌아서자 하마터면 달려오는 온다연과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가까이 서자 온다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긴장을 떨며 옷을 움켜쥐었다.그녀의 깨끗한 이마와 긴 속눈을 바라보면서 유강후가 말했다.“왜? 같이 씻고 싶어?”뭐라고?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충격으로 반짝반짝 빛났다.온다연의 눈동자는 보통 사람보다 까맣고 밝아서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볼 때 애틋함이 느껴졌다. 지금 화를 내는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마. 알았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길을 패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금세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의 문은 방음이 잘되지 않고 유리로도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유강후의 그림자는 늘씬하고 날렵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 온다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황당한 오후가
유강후가 두 팔로 온다연을 양옆을 짚고는 이렇게 말했다.“온다연,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유강후는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온다연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열렸다. 벨 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고 숨 막히는 이 공간에서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유강후는 언짢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더니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고 그때 온다연은 이미 잠에 들었다.잠에 든 온다연은 매우 얌전했고 연분홍 입술은 더 매혹적이었다.유강후는 침대맡에 앉아 그런 온다연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옷을 두던 유강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주워들어 냄새를 맡았다. 그러더니 눈빛이 차가워지며 벗어둔 옷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이때 온다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하니, 그만.”온지연이 몸을 뒤척이며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유강후의 미간이 티 나지 않게 구겨졌다.또 그 고양이 꿈을 꾼 건가? 그렇게 좋다고?유강후가 허리를 숙여 온다연을 안으로 살짝 옮기더니 옆에 누웠다. 그러고는 온다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이튿날, 온다연이 깨어나 보니 집사가 와 있었다.말끔하게 치워진 병실은 어제와 달랐다. 커튼이 전부 열려 있어 따듯한 햇빛이 창틀을 비추며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테이블에 놓인 유리 꽃병에는 하얀 장미가 한 아름 꽂혀 있었는데 싱그러우면서도 우아했다. 방 한가운데 있는 공기청정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 소독수 냄새를 전부 밖으로 빨아내고 있었다.아직 잠에서 덜 깬 온다연은 비몽사몽인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집사 장화연의 얼굴은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다. 장화연은 온다연이 깬 걸 보고는 준비한 아침을 대령했다.온다연이 아침 메뉴를 한번 슥 스캔했다. 죽만 해도 여러 가지였다. 거기에 계란찜, 우유, 두유, 빵,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까지, 테이블을 꽉 채울 정도였다.온다연이
유강후가 차가운 눈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온다연, 뭘 하든 하지 않든 다 내가 결정해. 네가 참견은 필요 없어.”화들짝 놀란 온다연이 유강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맨날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뜬금없는 선물을 하니 온다연은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마음속으로 유강후의 행동이 다소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지만 온다연은 이내 이 생각을 부정했다.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만큼 오만한 사람은 아니었다.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제가 어떻게 감히 참견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이 깨물었던 입술로 향했다. 깨문 곳이 아직 촉촉했다. 유강후는 표정을 굳히더니 온다연을 풀어줬다.“아침 먹어.”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지만 차갑기 그지없었고 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온다연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조금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이상해 몰래 유강후를 훔쳐봤다.유강후는 먹는 속도가 꽤 빨랐지만 동작은 여전히 우아했다. 온다연의 시선을 느낀 유강후가 식기를 내려놓더니 온다연을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온다연은 유강후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결국엔 참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앞으로 선물은 더 안 해주셔도 돼요. 옷이나 액세서리는 다 너무 비싸요...”유강후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마음에 안 들어? 그럼 바꾸지 뭐. 오후에 비서 보낼 테니까 좋아하는 브랜드나 스타일 알아서 골라.”말문이 막힌 온다연이 잠깐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니에요. 삼촌. 저 이런 거 필요 없어요...”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고 그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령아.”방안이 조용했던지라 온다연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삼촌, 나 돌아온 지도 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지금까지 얼굴도 안 보여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