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아는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송해나를 보며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둘 사이를 오해라도 하면 자기도 가장 경멸했던 내연녀가 될 것만 같았다.‘권재민 씨가 전에 뭘 했든 다 연기였어. 지금은 여기를 빨리 빠져나가야 해.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면 안 돼.’갑자기 밀려오는 생각에 그녀는 더욱 힘껏 권재민의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권재민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송해나의 물음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뒤따랐다.“재민!”그 사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송혜나는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소리쳤지만 그녀의 소리는 권재민을 불러오지 못했다.권재민이 강윤아를 쫓아 별장 정원까지 쫓아갔을 때, 강윤아는 그의 발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이내 그에 의해 따라잡혔다.권재민이 팔을 홱 낚아채는 바람에 강윤아는 할 수 없이 자리에 멈춰서야 했다.그녀는 권재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어 버둥댔지만 연약한 여자가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끝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포기한 듯 고개를 들어 권재민을 바라봤다.“대체 뭐하자는 거예요?”권재민은 대답 대신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강윤아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그 시각 강윤아의 표정은 복잡한 데다 살짝 억울함과 서러움이 섞여 있었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안쓰럽고 불쌍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권재민의 마음은 이내 약해졌다.하지만 그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강윤아는 억지 미소를 쥐어짜 내며 입을 열었다.“우리의 협력인 이미 끝났어요. 오늘은 그저 물건 돌려주러 온 것뿐이고요. 두 분과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죄송해요.”권재민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강윤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가면을 벗겨내고 속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할듯한 그의 눈빛에 강윤아는 다급히 시선을 돌려 그의 눈을 피했다.“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 먼저 돌아갈게요.”뜨거운 눈빛에 저항할 수 없자 그녀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자기 손을 빼내려고
강윤아가 열쇠를 꺼내 문을 열자 은찬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다가와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았다.“은찬아, 뭘 보고 있는 거야?"강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찬을 안으로 끌어들였다.“엄마, 아빠는 아직 안 왔어요?”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강윤아는 은찬이 말하는 아빠가 누구인지 금세 깨달았다. 그 호칭에 강윤아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은찬에게 버럭 화를 냈다.“은찬, 함부로 그렇게 부르지 마. 권재민은 네 아빠가 아니야. 그동안의 모든 것은 그저 연기일 뿐이야.”강윤아의 갑작스런 고함에 은찬은 깜짝 놀라 눈에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그의 기억 속에서 강윤아는 항상 부드럽고 자상하게 대했지, 오늘처럼 자신에게 이렇게 사나운 적이 없었다.속상해하는 은찬의 모습에 강윤아는 조금 전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되었다.이런 생각에 강윤아는 급히 몸을 웅크리고 앉아 애처로운 듯 은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은찬아, 아까는 엄마가 잘못했어. 너한테 화내지 말았어야 했어. 엄마가 사과할게, 미안해.”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는 강윤아를 외면했다. 그러다가 강윤아가 여전히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험악하게 굴지 않기로 약속해요.”“그래, 좋아.”강윤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은찬은 권재민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가끔 차에서 그를 아저씨라고 불러도 운전기사나 비서들 앞에서 강윤아는 은찬에게 권재민을 아빠라고 부르도록 하게 했었다.지금은 강윤아와 권재민의 협력은 끝났지만, 이미 길들여진 습관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엄마, 아빠, 아니. 아저씨는 왜 요즘 저를 보러 안 와요? 그는 정말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아저씨가 저에게 정말 잘 대해준다고 생각해요
강윤아가 집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사이 송해나는 부하들과 한 카페에서 만났다.“조사하라고 한 건 알아냈어? 나한테 또 기다리라고 하지 마, 우리 송씨 가문에서 너희들에게 이렇게 효율성 없이 일하라고 그렇게 높은 월급을 주는 게 아니니까.”송해나는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부하들은 서둘러 아첨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 아가씨 부탁인데 당연히 잘해내야죠.”그러자 송해나의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자료를 찾았다는 뜻이야? 얼른 보여줘.”부하들은 서류뭉치에서 서류를 꺼내 송해나에게 공손히 건넸다.“아가씨, 보세요. 이건 강윤아에 대한 모든 자료입니다. 강윤아라는 여자에게는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이들과 아무런 교류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현재까지 아무런 자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부하는 말을 마치고 송해나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는 혹시 또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강윤아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송해나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았다. 권재민일 이가 없잖아?송해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강윤아를 경멸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재벌가에 시집가려던 여자였던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해결책도 간단했다.부하는 그런 송지예의 마음을 알아채고 급히 아첨을 떨었다.“아가씨, 제 생각에 강윤아는 대표님 눈에 차지 않을 겁니다. 모든 방면에서 아가씨보다 못해요. 조사해보니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병원 살이를 하는 어머니가 있어서 지출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돈으로 그녀를 매수하면 어떨까요?”송해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부하들의 생각에 동의했다. 어차피 송씨 가문은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상관 없었다. 그 돈으로 강윤아가 권재민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일 것 같았다.다음날,“은찬아, 유치원에서 꼭 얌전히 말 잘 들어야 해.”강윤아가 신신당부했다.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윤아에게 손을 흔들고 환하게 웃으며 유
강윤아는 아무리 둔감해도 이번이 송해나가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커피숍에서 나온 강윤아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송해나가 오늘 자신을 찾아온 사실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보아하니 송해나는 그렇게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나중에 얼마든지 다시 그녀를 찾아올지도 모른다.강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은 정말 무고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권재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왜 자꾸 권재민과 자신을 엮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파트에 들어설 때, 강윤아는 길가에 화려한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온 강윤아는 고개를 숙인 채 가방에서 열쇠를 꺼냈다. 고개를 들자, 그녀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정신이 멍해졌다.권재민이 그녀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왜••••••, 왜 왔어요?”강윤아는 깜짝 놀랐다.권재민은 눈살을 찌푸리고 강윤아를 쳐다보았다.“어디 갔어요?”“그게••••••.”강윤아는 잠시 멈칫했다.“은찬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오는 길이에요.”‘이것도 거짓말이라고••••••.’권재민은 강윤아가 어제 돌려준 옷과 장신구들이 들어 있는 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강윤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루를 그녀 품에 던지며 말했다. “이것들은 모두 윤아 씨가 입어보고, 써봤던 것이어서 도로 사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윤아 씨가 가지세요.”“하지만••••••.”강윤아는 그 자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저한테는 너무 과분해요.”“갖고 싶지 않으면 그냥 버리세요.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어도 소용없으니까요.”권재민이 무표정하게 말했다.이런 상황에 강윤아는 그 선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잠시 후, 강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기••••••, 또 무슨 일 있는 거예요?”“이번에 스미스 일가가 돌아간 후에 스미스 부인이 윤아 씨에게 선물을 보냈어요.”권재민은 강윤아를 힐끗 쳐다보고
승용차 안, 두 사람은 가운데에 한 사람 정도의 거리를 남기고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그러던 그때, 강윤아가 갑자기 침묵을 깼다.“참, 아직 이른 시간이니 이참에 유치원에 들러 은찬이도 데려가는 건 어때요?”그녀는 은찬이가 권재민을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하는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더욱이 은찬이가 권재민을 자꾸만 만나고 싶어 하니 오늘이 마침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권재민은 살짝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솔직히 그는 강윤아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렵게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은찬이를 데리고 가자니!“싫어요.”권재민은 곧바로 거절했다.“은찬이도 아직 하교 시간 아니잖아요.”“괜찮지 않을까요? 게다가 스미스 씨네 가족도 은찬이 초대하는 걸 원치 않을까요? ”한참을 망설이다 뱉은 말이었지만 권재민은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은찬이를 데리고 가기 싫은 것처럼 말이다. 이에 강윤아는 할 수 없이 속으로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할 수 없지. 다음에 자리 마련하면 되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권재민은 강윤아를 데리고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 레스토랑은 강윤아도 들어본 적 있었다. 그런데 살아생전 그곳에 발을 들일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지도 못했다.하지만 흥분된 마음과 행동은 오히려 반비레했다. 들뜰 법도 한데 그녀는 그저 권재민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를 뿐이었다. 오랫동안 상류 사회와 떨어져 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동작이 많이 경직된 모양이었다.그때, 권재민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이윽고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의 팔에 걸쳤다.“그냥 식사하러 온 것뿐인데 뭐 하러 그렇게 긴장해요? 저 망신시키지 마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강윤아는 긴장이 오히려 조금 풀렸는지 권재민을 따라 식탁 앞에 앉았다.식사 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별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강윤아는 권재민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아야 할지 몰랐다. 더욱이 자기를 찾아왔던
강윤아의 대답에 셋은 거의 동시에 입꼬리를 씩 올렸다. 보아하니 강윤아의 사리 분별 있는 모습에 아주 만족한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때, 그녀들 등 뒤에서 허스키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예리야.”고개를 돌려보니 그녀들 등 뒤에 세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세 사람의 남편이었다.강윤아도 그녀들의 시선을 따라 세 명의 남자를 바라봤다. 제일 왼쪽에 선 남자는 피둥피둥 살쪄 있는 데다 나이가 좀 많이 들어 보였고, 중간의 남자는 반듯한 양복 차림의 엘리트 같아 보였고 제일 왼쪽의 남자는 강현서의 그 젊고 잘생겼다는 남편인 듯했다. 하지만 번지르르하게 생기긴 했지만 사진에서 볼 때와는 차이가 선명했다.강윤아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그들 때문에 또 어떤 귀찮은 일이 생길지 걱정했다.그때, 이예리가 먼저 달려가 자기 남편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말했다.“자기야, 나 데리러 안 와도 된다고 했잖아. 우리 아직 식사도 안 했는데.”잇따라 강현서와 송인애까지 자기 남편들한테로 걸어갔다. 혼자 남은 강윤아는 그들이 자기 남편들과 꽁냥대는 꼴을 보다 못해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강윤아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각자 자기 남편을 끌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윤아야, 이 사람 우리 남편이야. 너한테 소개시켜 줄게. 지금은 회사 대표님인데 1년에 몇십억 정도 벌어들여. 휴…… 뭐 그냥 보통 수준이야.”이예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허허 웃으며 넉살 좋은 모습을 보였다.“이만하면 우리 자기 하나 먹여 살리기는 충분하지 않아? 하고 싶은 거 하고도 남는 돈일 텐데.”이예리는 살짝 삐진 듯 남편을 째려보더니 이내 그의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려댔다.“그냥 말만 그렇다는 거지 사실 엄청 만족해요. 당신이랑 있으면 어떤 생활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그렇다면 우리 자기를 위해 더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는데.”그때 강현서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 끼어들었다.“윤아야, 우리 남
그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흠칫 놀라더니 일제히 고개를 돌려 등 뒤를 확인했다. 말소리가 난 자리에는 잘생긴 데다 분위기마저 고급스러운 한 남자가 서 있었다.권재민을 본 순간 강윤아의 세 동창은 모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의 아우라와 외모는 확실히 놀랄 만했다. 심지어 잘생긴 남편을 두고 있는 강현서마저 그의 미모에 치이고 말았다.그녀들의 멍한 모습은 당연히 남편들의 질투를 불러일으켰다.하지만 그들은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강윤아를 찾으러 왔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의 말투에 가시가 있긴 했지만 그저 자기들이 길목을 막고 있어 언짢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윽고 이예리는 두 친구의 옷깃을 살짝 당겨 길을 내어주고면서 권재민에게 예의 있는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길목을 막고 있었죠. 죄송합니다. 지나가세요.”이미 억울함과 서러움을 속으로 삼키던 강윤아는 권재민을 보는 순간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달려갔다.“왜 인제야 왔어요?”권재민은 단번에 강윤아의 변화를 눈치챘다. 게다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니 그녀가 괴롭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저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졌다.“저 사람들이 윤아 씨한테 뭔 짓 했어요?”권재민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 순간 강윤아는 왠지 모르게 권재민이 자기를 위해 나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끝내 고개를 저었다.그러던 그때, 강윤아가 눈앞의 남자와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송인애가 먼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아야, 이분은 누구셔?”갑자기 그들이 자기 앞에서 남편 자랑을 해대던 모습이 생각나 강윤아는 뭐에 홀린 듯 권민재의 팔짱을 끼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소개할게. 이 사람이 내 남편이야.”강윤아가 자기를 남편이라고 소개하는 것에 권재민은 화가 나기는커녕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방금 전 광경을 회상하더니 이내 눈살을 찡그렸다. 강윤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방금 무슨 일 있었어요
권재민의 기세에 눌렸지만 세 명의 남자는 여전히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다들 현지에서 방귀꽤나 뀐다하는 사람들이기에 눈앞의 사람이 아무리 레스토랑 사장이어도 자기들한테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던 그때,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당신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이렇게 대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조심해, 안 그러면 당신도 후회하게 될 테니까.”권재민은 피식 웃으며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들은 보아하니 권재민에게 겁을 주려는 듯한 모양이었는데 그의 오만함을 꺾어버리기는커녕 역으로 무시당했다.그제야 세 남자는 속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강하게 밀고 나가도 먹히지 않으니 살짝 움찔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 모욕을 당하나? 그건 아니었다.“당신, 여기가 당신 구역이라고 우쭐하나 본데 여기에서 나가면 누가 울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야!”그중의 한 남자가 잔뜩 열이 나서 소리쳤지만 권재민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심지어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윤 실장에게 전화했다.“레스토랑으로 와 봐.”세 남자는 일제히 고개를 들어 권재민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그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전화를 끊은 권재민은 몸을 돌려 처참한 그들의 몰골을 바라보며 경호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세 남자를 레스토랑 구석으로 데려갔다.곧이어 커다란 레스토랑에 그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아!”“이거 놓지 못해?”“당신들 내가 가만둘 줄 알아?”세 남자는 맞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경호원들에게 협박을 해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경호원들의 더 잔인한 폭행이었다.처절한 비명에 세 여자는 소리가 나는 구석으로 달려갔지만 눈에 들어온 건 남편들이 구타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도와주려니 우락부락한 경호원을 상대로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아 옆에서 비명만 질러댔다.“당장 그만둬! 그만두라고! 계속하면 경찰 부를 거야!”경호원들은 당연히 그녀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