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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쪽은?”

“하하하! 자식, 난 네 여덟째 선배야. 어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빵댕이를 찰싹 때려줄 거야.”

여자는 활짝 웃으며 엉큼한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이도현은 입을 삐죽였다.

‘보아하니 또 엉큼한 여자네. 어떻게 빵댕이를 함부로 입에 올려. 예쁜 여자들 하나같이 다들 왜 이래? 힙이라고 하면 될걸.’

하지만 이도현은 이미 눈앞의 여자가 바로 그의 여덟째 선배라는 걸 확신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엉큼한 스승이 가르친 제자가 엉큼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도 내가 지조가 있으니 말이지, 아니면 똑같이 물들었을걸.’

이건 태허노도를 욕보이는 말이 아니라 증거도 있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사는 동굴에 갔다가 의도치 않게 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숨을 헐떡이는 태허노도를 발견했다.

이도현은 이 늙인이가 혹시라도 죽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달려갔지만, 이내 두 사람은 서로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태허노도는 몸이 편찮은 것이 아니라 등초스님이라는 책을 보고 있었다. 적당히 일러스트가 있는 그런 책이다.

이도현은 그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을 보며 난처함이 극치로 도달했다.

게다가 태허노도는 뻔뻔스럽게 그에게 음양 교태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름하여 남녀의 삼십육묘기라고 했다.

터허노도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이도현은 척추를 잃었지, 눈을 잃은 게 아니다.

그 책은 등초스님이 아닌 등채스님이었다.

이도현이 아무리 고문을 모른대도 그 몇 글자는 똑똑히 알아봤다.

하지만 태허노도의 뻔뻔한 태도에 이도현은 마치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창피함을 모르면, 상대방이 대신 창피하다는 말.

태허노도의 응큼함과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의 엉큼한 단어를 연결해 보니 빼박이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

“여덟째 선배? 여긴 어떻게 왔어요?”

이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영감탱이한테서 소식 들었어. 내 후배가 완성으로 내려왔으니 많이 도우라고. 내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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