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색도 조만간 아기를 낳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쩐 일인지 미색은 여전히 배만 남산만큼 불렀고 낳을 기미가 없었다.그런데 한 밤중에 갑자기 궁에서 사람이 와서 태자비에게 어서 입궁하자고 했다.오밤중에 궁에서 사람이 왔다는 사실에 원경릉은 적잖이 놀랐다. 옷을 입으면서 우문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라고 했다.우문호가 옷을 걸치고 가서 보니 황귀비 궁의 대태감 득익 태감이었다. 황귀비가 복통을 호소하고 이미 양수가 터져서 아이를 낳을 것 같은데 태아가 횡위(태아가 옆으로 위치하는 것)라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었다.원경릉은 듣고 깜짝 놀랐다. 황귀비는 ‘아직 예정일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출산을 하게 된 거지? 왜 이렇게 많이 당겨서 나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를 낳는 일에 우문호가 도울 게 없지만 원경릉을 궁으로 호송하는 것은 가능했다.원경릉이 마차에서 약 상자를 열자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수술 도구가 대놓고 번쩍번쩍 맨 위칸에 놓여 있고 두번째 칸에 마취도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원경릉은 가리개를 젖히고 밖에 마부와 같이 앉아 있는 득익태감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낳으시게 된 거지? 산파와 어의는 뭐라고 하던가? 오늘 황귀비 마마께서 뭔가 사소하게라도 별다른 일 없으셨고?”마차가 다그닥 다그닥 앞으로 나아가니 밤바람이 쌩쌩, 가리개가 펄럭펄럭, 득익 태감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자비 마마, 황귀비 마마께서는 오늘 배가 약간 아프시다고 했으나 아직 예정일이 되지 않아서 뭔가 잘못 드신 줄 알았는데, 저녁이 되어서 갑자기 복통이 극심해 지시더니 양수가 터졌습니다. 이렇다 할 일은 없으셨고 황귀비 마마께서 몸이 무거우시니 최근 장문전 안에서 쉬시고 밖에 나가지 않으셨습니다.”“오늘 아침 일찍부터 복통이 시작되었는가?”득익태감이 답했다. “사실 일찍부터 은은하게 복통을 호소하셔서 어의에게 말했더니, 찬 음식을 먹어서 그렇다고 음식에 좀 더 주의하라고 했고, 좋았다 안 좋아졌다가 했습니다.”원경릉은 순간 의
득익태감이 우문호와 원경릉의 대화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 그렇다는 건 누군가 마마를 해치려 했다는 말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 “자네는 궁에 돌아간 뒤 함부로 이 얘기를 꺼내지 말게. 내가 비밀리에 조사할 테니!”“예, 알겠습니다!” 득익태감 얼굴은 이미 창백해졌다. ‘누가 황귀비 마마를 해하려 한다고? 후궁에 누가 그렇게 황귀비 마마를 미워한다는 말인가?’라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다.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바닥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만약 누군가 해치려고 한 거라면 호비는 그것으로 아이를 잃었고, 황귀비 몸은 호비만 하지 못하니 뒷 일은 아마......원경릉은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전신에 얼음물이 스며드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이 아이가 황귀비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황귀비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장문전으로 물러난 것도 모든 희망을 아이에게 걸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아이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날엔 황귀비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하늘이 설마 그렇게 잔인하시지는 않을 거야? 전에 아이가 없던 시절에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을 설득했다. 그래서 이미 포기했을 때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잃어버린다면 처음부터 아이가 아예 없었던 것만 못한 게 아닌가!궁에 도착한 부부는 장문전으로 뛰어갔다. 명원제도 원경릉을 막지 못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오자 호비가 안도하며 얼른 일어나 원경릉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 “태자비 어서 들어와. 이미 진통이 온지 오래 됐어.”원경릉은 호비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 답했다. “예, 마마 걱정마세요.”원경릉이 명원제에게 예를 취하는데 명원제도 긴장하고 초조한 빛이 여실했으며 마음은 이미 반쯤 절망한 상태였다. 아이가 달을 채우지 못했고 그것도 상당히 남았으니, 민간이든 황궁이든 8개월이 안 된 아이가 살아남기란 어렵기 때문이었다. 명원제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상심이 되는 것은
황귀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아픈 거 겁 안 나, 아픈 건 겁 안 나......”원경릉이 얼른 장소를 소독하고 노비에게 겁내지 말고 여기 남아서 자신을 도우라고 했다. 전에 회왕이 병에 걸렸을 때 노비도 계속 침대 맡에서 간병을 해서 병자를 돌보는 것에 충분히 참을성과 강인함을 가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노비만 남으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경귀비까지 전부 나가라고 했다.밖에서 명원제와 호비가 개복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혼미해져 호비가 뛰어들어 와서 돕겠다고 했다. 첨에 원경릉은 안된다고 했지만 호비가 황귀비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는지 알기에 밖에서 기다리기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테니 차라리 도우라고 했다. 득익태감이 이 참에 우문호와 장문전에서 탐문을 시작했는데 우문호도 조용히 목여태감을 제치고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황귀비 마마께 내리신 탕은 누가 담당합니까?”목여태감이 이 말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탕이요? 폐하께서는 황귀비 마마께 탕을 내리신 적이 없습니다.”“없다고?” 우문호가 눈을 치켜떴다. ‘그렇다는 건 누가 중간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건데, 누가 이렇게 간덩이가 큰 짓을 감히. 아바마마의 이름을 사칭해 황귀비 마마께 탕을 보내다니?’그건 탕이 아니라 몸을 차게 반드는 독임이 분명했다. 우문호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너는 바로 채명전에 가서 조사해 호비 마마의 음식을 누가 담당했는지 살펴보거라.”목여태감이 말했다. “그건 조사할 필요 없습니다. 호비 마마 쪽은 원래 옥상궁이 담당했고 후에 옥상궁이 궁에서 쫓겨난 뒤로는 남상궁이 담당했습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 마마의 시중을 들던 자로 나중에 황후 마마께서 금족령을 받으신 후 곁에서 시중 들 사람이 이렇게 많이 필요없다며 폐하께서 남상궁을 보시고 차분하니 채명으로 가서 호비 마마의 시중을 들게 하셨습니다.”“가서 구사에게 자네들 태감과 같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라고 해. 호비 마마와 황귀비 마마의 음식에 비슷한 게 뭐가 있었는지.” 우문호가 명을 내렸고, 목
한편, 황귀비와 호비궁은 음식을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조부가 사건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호비 일은 지나갔지만 황귀비는 아직이었고, 마침 황귀비가 어젯밤 탕을 마셨기 때문에 어제 탕을 끓인 사람을 잡아내 조사하면 되는 것으로 탕에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일목요연했다.가지를 따라가 몸통을 잡아내니 역시나 남상궁이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의 시중을 들던 자로 구사는 황후에게 조사가 미칠 것으로 생각했으나 몇 번 다그쳐 물으니 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남상궁이 진비가 지시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그러고는 울부짖어댔다. “진비 마마께서 쇤네에게 호비 마마의 탕과 음식에 동규엽을 넣으라고 시키셨지만 쇤네는 고작 2번만 했고, 전에는 전부 옥상궁이 넣었습니다. 옥상궁이 진비 마마께 수천냥 은자를 받고 탕에 동규엽을 한 달 넘게 넣어서 마마께서 유산을 하시게 된 겁니다. 쇤네와는 상관없어요. 쇤네가 마지막 2번을 안 했어도 마마께서는 유산하셨을 겁니다.”옥상궁은 원래 호비 친정에서 보낸 사람으로 진비를 도와 호비를 죽이려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뒤통수를 이렇게 칠 수가 없었다. 구사가 남상궁을 우문호 앞에 끌고가 말했다. “자백했습니다. 진비 마마의 지시라고 하는 군요.”우문혼는 바로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놀라서 이 두 번의 일이 누군가의 고의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진비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곧 불같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진비를 어서방으로 들라하라!”진비는 장문전에서 황귀비가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소식에 자지도 못하고 계속 장문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야에 진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황제가 진비를 부른다는 소식이었다.진비는 순간 당황하다가 곧바로 표정을 고치고 목여태감을 따라 어서방으로 갔다.우문호는 계속 어서방에서 명원제 곁을 지키고 있었다. 우문호는 명원제가 이렇게 진노한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하지만 단지 후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명원제가 참견하기도 그렇고 추측만 가지고 진비를 추궁할 수도 없었다.진비가 울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황귀비가 바보예요. 전 원래.... 해치고 싶지 않았다고요. 황귀비가 폐하를 노하게 했으니 폐하 이름으로 탕을 보내면 당연히 마실 리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안 마셨으면 그럼 저도.... 마음이 편하잖아요. 제가 손은 썼지만 피할 팔자였네 하고요. 안 그래요? 전 자신을 억누를 수 없었어요. 저 혼자만 이렇게 비참하게 살 수는 없잖아요. 폐하께서 전에 저를 보러 오셨을 때, 저와 조금만 더 계셨으면 저도 황귀비에게 손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전 희망이 없었어요. 폐하께서 절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제게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았죠......”진비는 흉하게 울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되어 흐르고 부숭부숭 부어오른 얼굴에 화장도 하지 않아 기미와 반점이 점점이 드러났다. 눈밑은 퍼렇게 부어올라서 눈과 코엔 붉은 흙빛이 맴돌았다. 백발이 상당히 섞인 머리채가 풀어져 딱 봐도 만년의 늙은 부인 그 자체다. 명원제는 진비를 보고 분노도 일었지만 비통했다. 이 여인은 자신을 30년 이상 따르며 자신을 위해 장자를 낳아주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 이런 꼴로 된걸까?명원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비와 우문군 모자가 제멋대로 굴도록 눈감아 준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비극을 키웠고 무고한 자를 해쳤다. 우문군 한 사람에서 진비와 외척 전부가 잔인하고 악랄해졌다.그리고 그제서서야 명원제는 황제된 자가 한 명의 황자를 지나치게 편애해서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어떻게 화근이 되는지 아주 온 몸으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명원제는 무의식 중에 태상황과 안풍친왕의 방식은 사실 별거 아닌 걸 가지고 너무 유난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야 명원제는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옳았다.이번 일은 원래라면 피할 수 있던 일이었다.호비의 뱃속에서 죽은 태아, 그리고 황귀비와 뱃속의 아이도 지금 생사
명원제는 상처받고 지친 마음으로 우문호와 다시 장문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진비의 수법은 조금도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비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는 게 명원제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한스러웠다.명원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진비를 무시해 왔다는 것을 말이다.그렇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방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안에서도 쥐죽은 듯 아무런 기척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명원제와 우문호는 안에서 생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구사는 아직 조사 중으로 비록 진비가 이미 자백했다고는 하나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는지 진비가 누구를 매수했는지 분명하게 조사해야 했다.황후와 적귀비가 사람을 보내 상태를 물어보는데 장문전이 평소엔 쓸쓸하기 그지 없는 곳이지만 오늘밤은 오히려 불빛이 환했다.원경릉은 황귀비에게 반신마취를 해서 정신은 깨어있고 통각만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황귀비가 긴장해서 계속 고개를 들어 내려다 보려고 하는 것을 호비와 노비가 머리를 눌러서 황귀비를 지키고 있었다.수술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고 신생아를 꺼내니 여자 아이로 힘은 있어 보였다. 얼굴과 몸이 다 파랗게 질린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산소 결핍을 일으켰을 것이다. “황귀비 마마, 공주님이십니다. 이제 다 괜찮습니다!” 원경릉이 아이를 안고 황귀비에게 보여주는데 황귀비가 한없이 아이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자리에 있던 호비와 노비 및 산파도 모두 안도했다. “다행이다. 살았어.”원경릉은 바로 신생아에게 산소를 흡입하게 했다. 호비가 신생아를 깨끗하게 닦아 속싸개로 싸서 포대기로 감쌌다.봉합하는데 원경릉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본인도 아이를 가지고 있어 배가 남산만한 상태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게다가 땀을 비오듯 흘려 몸이 끈적거리는 게 너무
명원제가 들어가겠다는 말에 황귀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명원제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침대 앞에 서자, 아무도 말을 못했고 공기는 온통 침묵으로 가득찼다.명원제는 황귀비와 곁에 뉜 작은 여자 아이를 보고 또 봤다. 신생아의 얼굴에 씌어진 것을 보고 순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 원경릉에게 이게 대체 무엇인지 눈으로 물어봤다.원경릉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산으로 산소 결핍 상황이라, 긴급한 산소 흡입이 필요합니다.”명원제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조산이란 두 글자는 알아 들었고 공주가 아직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노비가 말했다. “폐하 우선 돌아가서 쉬시지요. 신첩과 호비가 곁에서 황귀비 마마를 지키겠습니다.”명원제가 원경릉에게 물었다. “황귀비의 상태는 어떤가?”“아직 마취가 깨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마취가 깨면 의식이 들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실은 황귀비는 지금 깨어있지만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이 상황에 황제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경릉은 황귀비와 말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짐은 여기서 황귀비를 지키겠네!” 명원제가 말했다.“아바마마 아무래도 일단 돌아가시지요. 황귀비 마마께서는 그렇게 빨리 깨지 못하십니다.” 원경릉이 말했다.명원제가 가지 않자 침전은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황귀비는 그저 눈을 감고 명원제를 피하려 했던 것인데 눈을 감으니 진짜 탈진 상태가 되었다. 밤새 진통을 겪고 비록 지금 아프지 않아도 이미 힘이 하나도 없어서 눈을 감자 다시 눈꺼풀을 들 힘이 없었다.원경릉은 잠시 숨을 돌린 뒤 황귀비에게 진통제 펌프를 달 준비를 했다.서둘러 진통제를 달아주고 나자 원경릉도 거의 탈진했다. 우문호도 밖에서 원경릉을 기다리며 궁을 떠나지 않았고, 건곤전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어의에게 돌아가며 당직을 서게 했다.사실 날이 곧 밝으려는 참이었다. 우문호는 이렇게 밤을 샐 수 있지만 원경릉은 그러면 안된다. 원경릉은 너무 지친 나머지 꼼짝도 할 수 없어서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원경릉도 잠이 오지 않아서 장문전에 가 아가 공주님과 황귀비를 지켰다. 황귀비는 마취가 이미 풀려 진통제가 담긴 수액을 맞고 쓰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 보였다.원경릉은 황귀비의 수액에 소염제를 넣었다. 아기는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 아직 혼자 젖을 빨 수가 없으므로 솜에 적셔 한 방울씩 입에 넣어주었다. 아기는 살기 위해 말 그대로 젖 먹는 힘을 다 하고 있었다. 조산 가능성이 컸지만 아기의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산소 흡입 후 상태가 많이 좋아져 한두 번 울기까지 했다.호비와 경귀비, 노비 모두 장문전 내전을, 명원제는 외전을 지키고 있었다. 명원제가 안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황귀비의 고통을 차마 보기기 힘들고, 황귀비도 불편해 해서 명원제는 아예 밖에 나와 지키고 있기로 했다.황후와 적귀비도 와서 황제와 황후, 비빈 모두가 황귀비를 지키고 있으니, 본인도 심지를 굳게 다져 고통을 이겨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젖 먹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 되는 자기가 젖 먹던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호비는 황귀비가 점점 덜 아파하는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여 조용히 내전을 나가 명원제와 함께 앉았다.한참 명원제를 바라보던 호비는 그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폐하, 후궁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매들 간에 우정은 여전해요.”“짐이 제대로 한 게 없다!” 명원제는 호비의 손을 바라봤다. 호비가 배 속의 아이를 잃고 난 뒤로 처음 스스로 명원제의 손을 잡은 것이다.“모든 걸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신첩은 압니다. 폐하께서 줄곧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요.” 호비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번졌다.명원제는 아무 말 없이 호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진비에 대해서는......” 호비의 눈에 한 줄기 찬기가 스쳐 지나갔다. “죽이세요!”명원제가 호비를 보고는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3~4일이 지나자 황귀비와 아기 공주님의 상태가 나아졌다. 황귀비는 바닥에 내려 설 수